"애플-삼성, 우리에게 배워라" 팬택 독기 품었다
가을 땡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강남역 인근 야외무대. 가슴에 'VEGA R3'가 박힌 셔츠를 입은 스탭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팬택의 전략 스마트폰 '베가R3'를 취재진 및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삼성전자 사옥을 마주한 방향으로 대형 베가R3 모형이 들어서고, 무대 옆 행사장에는 공격적인 제품 시연이 한창이다. 평소 상암동 팬택 사옥 안에서 조용히 치뤘던 출시 행사에 비하면, 이처럼 팬택이 대대적으로 제품 홍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팬택이 베가R3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팬택은 24일 서울 강남역 M스테이지에서 전략 스마트폰 베가R3를 공개했다. 한 손에 들어오는 5.3인치 화면, 국내 최대 2,600mAh 배터리 용량, 샤프의 최신 디스플레이 IPS Pro LCD, 퀄컴 쿼드코어칩 스냅드래곤 S4 Pro,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다. 25일부터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된다.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선 행보로 기선을 잡아보겠다는 심산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5.3인치 화면
베가R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5.3인치의 대화면임에도 한 손에 잡히는 디자인이다. 베젤 세로 부분의 두께는 불과 3.9mm. 베젤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줄여 한 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사실 팬택이 5.3인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소문이 처음 돌았을 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처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격인 패블릿(Phablet)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베가R3는 패블릿보다는 스마트폰에 가까웠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은 화면 크기와 휴대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대형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의 화면은 점차 커지는데, 상대적으로 휴대성이나 그립감은 퇴보한다. 사실 양쪽을 모두 최대치로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5'의 화면을 세로로 늘리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5.3인치 화면을 갖췄으면서도 한 손에 들어오는 베가R3가 유일한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절한 타협점 중 하나를 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커진 배터리 용량, 더 빨라진 충전 속도
LTE 시대로 접어들면서 배터리 소모량은 더욱 늘었고, 소비자들은 예비 배터리 또는 충전 케이블을 따로 챙겨야 하는 불편함을 겪는다. 배터리 조기 방전은 팬택을 비롯한 대다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에 팬택은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전력효율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베가R3에는 국내 LTE 스마트폰 최초로 2,600mAh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 퀄컴 쿼드코어 스냅드래곤 S4 Pro를 적용해 360시간 이상의 연속대기시간과 14시간 30분 이상의 연속통화시간을 구현했다. 번들로 제공되는 새 충전기는 완전 충전까지 걸리는 시간을 160분에서 약 100분으로 단축했다. 스마트폰과 예비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도록 USB포트를 2개로 늘렸다. 단, 동시 충전시 단일 충전에 비해 충전 속도는 그만큼 느려진다.
실생활에 유용한 편의기능 다수 탑재
유료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다양한 기능도 다수 탑재됐다. 손글씨 입력 및 공유 기능인 '텍스트액션', 단체사진 편집 기능은 '베스트페이스', 말풍선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감정버블메시지', 동영상 크기를 조절하는 '미니윈도' 등이 대표적이다.
텍스트액션은 손으로 필기한 내용을 메일, 카카오톡, 노트패드, 메시지 등으로 공유할 때 사용한다. 퀵 액션 기능으로 전화 걸기, 웹 검색, 알람 설정, 음악 재생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시 30분'이라고 필기하면 화면 아래에 알람 아이콘이 함께 표시되어 바로 알람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100% 완벽 연동되지는 않았다.
베스트페이스는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여러 장을 찍은 후 가장 잘 나온 부분만 편집하는 기능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을 감지한 후 그 부분만 바꿔넣는다. 한 명이 눈을 감아서 사진 전체를 망쳤을 때 사용하면 유용하다.
미니윈도는 쿼드코어의 멀티태스킹 기능을 이용해 재생중인 동영상 화면을 작게 줄이는 기능이다. 웹서핑이나 메신저를 쓰면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동영상 아래의 자막을 선택하면 미니 어학사전과 연동된다.
팬택은 베가R3를 계기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경쟁사들을 상대로 한 노골적인 도발성 발언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이준우 팬택 부사장은 "팬택의 철학이 담긴 베가R3로 (경쟁사들과) 당당히 승부하겠다"며 "경쟁자들은 팬택에서 배워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이용준 마케팅본부장 전무는 "그동안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과 제대로 붙어보고자 한다"며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택이 목표로 삼은 국내 판매량은 일단 100만 대다. 팬택의 베가R3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LG전자의 '옵티머스G', 애플의 '아이폰5' 등 쟁쟁한 신제품들의 한 판 싸움이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