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안수영 syahn@itdonga.com

지난 9월 10일, 한국이퍼브에 소속된 서점 3사(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가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를 출시했다. 크레마 터치는 출시 전부터 '한국형 킨들'로 입소문이 난 제품이다. 터치스크린과 클라우드(인터넷 저장) 기능을 갖췄으며, 한국이퍼브 서점사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모두 볼 수 있다.

크레마 터치는 예스24에서만 예약판매 이틀 만에 1,000대를 돌파했으며, 예약판매 기간(12일) 동안 4,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자책 업계에서 보면 매우 큰 수치다. 이에 따라 업계는 크레마 터치가 전자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IT동아는 예스24 디지털사업본부 김병희 선임팀장을 만나 전자책 동향과 크레마 터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김병희 선임팀장은 예스24에서 디지털 콘텐츠 판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퍼브(5개 서점사, 4개 출판사, 언론사가 공동 출자한 회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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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2)

전자책, 콘텐츠가 핵심이다

'전자책 열풍' 이야기는 오래 전에 나왔는데, 실제로 전자책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 궁금하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이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나?
전자책의 비중은 종이책 대비 2% 미만이다. 종이책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에서 3조 사이인데, 전자책은 500~600억 정도다. 다만 전자책 시장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률은 폭발적인 셈이다. 내년에는 5~6%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예전에 비해 전자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인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전자책 콘텐츠를 확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과거에는 종이책을 낸 뒤 상황을 봐서 전자책까지 내곤 했는데, 이제는 유명한 저자들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한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콘텐츠 유출이나 저작권 침해를 우려해 전자책 출간을 꺼렸지만, 이제 그 단계는 넘어선 것 같다. 독자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요즘에는 '혹시 이 책이 전자책으로도 있나?' 하고 검색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종 목표는 그 반대다. '전자책으로는 당연히 있을 텐데, 종이책보다 얼마나 저렴할까?' 하고 검색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전자책이 활성화된다면 무엇이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나?
주거 공간이 2평 정도 더 넓어질 것이다. 실제로 책을 많이 구입하는 사람은 책을 보관할 공간 문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책 세상이 열린다면, 방 하나는 제대로 비워서 쓸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는 재고 처리와 제작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종이책을 교정하고 인쇄하는 일이 여간 피곤한 게 아닌데, 전자책 세상이 오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싶다(웃음).

국내 전자책 시장이 지금보다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보다 콘텐츠 종류를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 예스24에서 일주일 동안 판매하는 종이책이 10만 종 이상이다. 아무리 인기가 없는 책도 1권씩은 꼭 팔린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판매 촉진 측면에서 서적 종 수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전자책 수가 많지 않다. 출판사, 유통사에서 전자책 콘텐츠 제작을 서둘러 줬으면 좋겠다. 독자들도 저작권에 관심을 갖고 이를 준수하며 전자책을 이용해야겠다.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되면 전자책 업계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밤새 책 읽는 재미를… '크레마 터치''

'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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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3)

한국이퍼브에서 크레마 터치를 내놓은 계기는 무엇인가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이퍼브는 신간 단행본 위주로 총 6만 종의 전자책을 구비하게 됐다. 이 정도 콘텐츠라면 전자책용 단말기가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자책 단말기는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책만 읽을 수 있는 기기다. 이게 인기를 끌려면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6만 종이라면 독자들이 보고 싶은 책을 충분히 고를 수 있고, 책을 읽기 위해 전자책 단말기를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킨들이나 누크 같은 외국 전자책 단말기가 유명하지만, 이들 기기로는 한국어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같은 모바일 기기와 PC에서는 전자책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책 단말기가 딱히 없는 것도 아쉬웠다. 이에 서비스 폭을 넓히고자 크레마 터치를 출시하게 됐다.

크레마 터치의 강점은 무엇인가
콘텐츠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책 파일을 하나 만드는 데 최소 3만 원이 든다. 복잡한 콘텐츠는 15만 원 이상 들어간다. 독자들이 충분히 즐길 만한 수준이 되려면 전자책 콘텐츠가 대략 30만 종은 있어야 한다. 제작비만 해도 엄청나다. 현실적으로 한두 업체 정도로는 독자들이 만족할 수준의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크레마 터치의 경우, 한국이퍼브의 서점사들이 연합해 전자책을 공급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본다. 콘텐츠 확보 속도도 가장 빠르다. 단행본을 기준으로, 한국이퍼브에서 매주 모으는 전자책 콘텐츠가 600개 정도다. 1년에 2~3만 종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기능 면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국내 상용화된 e-ink(전자 잉크) 전자책 단말기 중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클라우드 기능을 지원해, 콘텐츠를 인터넷에 저장해 두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이용해 전자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 크레마 터치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크레마 터치는 태블릿PC에 비해 저렴하고, 눈의 피로가 적다. 책 읽기에만 사용하기에 배터리도 오래 간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테더링(핫스팟) 기능을 통해 크레마 터치에서 직접 전자책을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결제한 뒤 크레마 터치에서 책을 볼 수도 있다. 결국 크레마 터치는 평소에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잘 맞는 기기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책을 읽으며 밤 새는 경험은 몇 번 없다. 크레마 터치가 그런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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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 - 예스24 김병희 선임팀장 (1)

구매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의외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쁘다는 평가가 많다. 사실은 글을 읽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단순화한 것뿐이다.

앞으로 어떤 기능을 추가할 예정인가?
아직은 감탄할 만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10월 내 업데이트를 통해 몇 가지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는 크레마 터치에서 전자책을 바로 결제할 수 없는데,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사전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출시 이후 3개월까지는 보름에 한 번 정도 업데이트를 하고, 그 이후 1~2년 간은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 할 것이다.

전자책 사업과 관련해 예스24, 한국이퍼브가 특별히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상호 협력을 통해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다. 예스24, 한국이퍼브 모두, 전자책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자책 콘텐츠를 늘이고 시장을 넓힘으로써 독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 뒤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건 서로의 능력에 달린 것이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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