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80년·바워스앤윌킨스 60년 역사, 직접 보고 듣는다···기념 전시 개최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삼성전자가 하만(HARMAN) 오디오 브랜드 JBL 창립 80주년과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프로젝트 스페이스 라인’에서 ‘사운드 레전드 - JBL 80주년 기념전시 및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Sound Legends - Celebrating 80 Years of JBL and 60 Years of Bowers & Wilkins)’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JBL과 바워스앤윌킨스가 영화관, 녹음실에서 쌓은 전문 음향 기술을 가정과 일상으로 넓혀 온 과정을 시대별 대표 제품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사진으로만 접하던 역사 속 스피커를 눈앞에서 보고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며,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JBL 서밋 K2(Summit K2)와 바워스앤윌킨스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800 Series Diamond D5)도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JBL 80주년 및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를 개최한다 / 출처=IT동아
삼성전자가 JBL 80주년 및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를 개최한다 / 출처=IT동아

하만 인수 10년, 두 오디오 명가의 역사 한자리에

2026년은 JBL이 80주년, 바워스앤윌킨스가 60주년을 맞는 해이자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하만 인수를 발표하고 이듬해 3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약 80억 달러(인수 시기 기준 약 9조 4000억 원)로,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인수 이후 하만은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글로벌 매출은 2017년 7조 1000억 원에서 2025년 15조 8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5년 영업이익은 1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만의 국내 오디오 매출도 1.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스피커, 무선 이어폰, 사운드바 등 주요 제품군이 고르게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오디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하만을 통해 바워스앤윌킨스와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3억 5000만 달러(약 4640억 원)에 인수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하만과 바워스앤윌킨스의 오디오 기술을 스마트폰, TV, 사운드바 등 자사 제품에 접목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글로브키 하만 프로페셔널 & 력서리 오디오 담당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 출처=IT동아
데이비드 글로브키 하만 프로페셔널 & 력서리 오디오 담당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 출처=IT동아

행사를 위해 방한한 데이비드 글로브키 하만 프로페셔널 & 력서리 오디오 담당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JBL 80주년과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10주년을 함께 기념하기 위해 기획했다”라며 “두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과 역사, 오디오 기술과 혁신을 모두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개 층으로 구성된다. 1층에서는 오늘날 JBL이 선보이는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2층은 JBL이 지나온 80년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JBL의 경우 2층을 먼저 보고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3층에서는 바워스앤윌킨스의 역사와 가정용, 스튜디오용 오디오를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JBL 명기, 눈앞에서 보고 듣는다

JBL은 1946년 미국 음향 엔지니어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설립한 오디오 브랜드로, 1969년 하만에 인수됐다. ‘음악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함께한다’라는 브랜드 철학 아래 록 페스티벌의 시초로 꼽히는 우드스탁(Woodstock) 페스티벌부터 영화관, 녹음실, 가정용 오디오, 스마트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향 기기를 선보여 왔다.

하만은 올해 JBL 80주년을 맞아 암스테르담, 로스앤젤레스, 뮌헨, 뉴욕, 도쿄, 빈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JBL 플레이백 갤러리(JBL Playback Gallery)’를 열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도 이 순회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도시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한 콘셉트를 따로 정하는데, 서울 전시는 서울의 낮과 밤, 라이프스타일 등 문화적 감성을 담아 꾸몄다.

JBL 전시의 백미는 2층이다. 오디오 애호가들이 책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역사 속 명기가 시대순으로 늘어서 있다. 유리 진열장 너머로 구경만 하는 전시가 아니다.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수십 년 전 제품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일부 제품은 실제 소리까지 들어볼 수 있다. 192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JBL이 소리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귀로 확인할 수 있다.

잭슨-벨 라디오 / 출처=IT동아
잭슨-벨 라디오 / 출처=IT동아

2층에 들어서면 1920년대 공간에 놓인 진공관 라디오 ‘잭슨-벨 라디오(Jackson-Bell Radio)’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제임스 B. 랜싱은 1927년 성장하던 라디오 산업에 스피커를 공급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랜싱 매뉴팩처링(Lansing Manufacturing)을 세웠고, 이 회사가 만든 스피커가 1929년 잭슨-벨 라디오에 들어갔다. 라디오를 돌려 보면 스피커에 새겨진 회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JBL 탄생 이전, 강하고 생생한 소리를 향한 여정이 시작된 흔적이다.

JBL 첫 드라이버 D130 / 출처=IT동아
JBL 첫 드라이버 D130 / 출처=IT동아

그 뒤에는 1946년 JBL 창립과 함께 선보인 첫 드라이버 ‘D130’이 자리한다. 드라이버는 전기 신호를 실제 소리로 바꾸는 스피커의 핵심 부품이다. D130은 전문 음향 장비는 물론 가정용 하이파이(Hi-Fi) 스피커와 악기용 앰프에도 쓰이며 JBL 소리의 토대가 됐다.

JBL 파라곤 / 출처=IT동아
JBL 파라곤 / 출처=IT동아

1957년 출시된 ‘파라곤(Paragon)’도 있다. 좌우 스피커와 소리를 반사하는 독특한 구조를 하나의 거대한 캐비닛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산업 디자이너 아놀드 울프(Arnold Wolf)가 디자인해 스피커이면서 가구이자 조형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라곤은 1983년까지 약 1000대만 생산된 희귀 제품이다. 현장에서는 파라곤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JBL L100 센추리 / 출처=IT동아
JBL L100 센추리 / 출처=IT동아

1970년 출시된 ‘L100 센추리(L100 Century)’는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기술을 가정으로 옮긴 대표 제품이다. 스튜디오 모니터는 녹음실 엔지니어가 소리를 꾸밈없이 확인하기 위해 쓰는 스피커다. JBL은 1960년대 후반 녹음실용 스튜디오 모니터 ‘4310’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가정용 L100 센추리를 내놨다. L100 센추리는 오렌지색 격자무늬 쿼드렉스(Quadrex) 폼 그릴이 특징이며, 1970년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피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JBL 스튜디오 모니터 4320(좌), 4310 / 출처=IT동아
JBL 스튜디오 모니터 4320(좌), 4310 / 출처=IT동아

안쪽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스튜디오 모니터 제품을 전시했다. 4310, 4320 등 43 시리즈는 존 레논, 마이클 잭슨 등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작업에 사용된 제품이다. 특히 4320은 EMI 스튜디오 등에서 모니터링 표준으로 채택된 바 있다.

JBL 에베레스트 DD55000 / 출처=IT동아
JBL 에베레스트 DD55000 / 출처=IT동아

JBL은 최고 성능의 가정용 스피커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을 따 ‘에베레스트(Everest)’라고 부른다. 현장에는 그 첫 모델인 ‘DD55000’을 전시했다. JBL이 전문 음향과 스튜디오 모니터, 가정용 하이파이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은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JBL 서밋 K2 / 출처=IT동아
JBL 서밋 K2 / 출처=IT동아

이번 전시에서는 서밋 K2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40여 년간 이어온 K2 시리즈의 설계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새로 개발한 D2 컴프레션 드라이버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진동판에서 나온 소리를 좁은 통로로 모아 내보내 고음을 멀리, 또렷하게 전달하는 부품이다.

JBL L100 클래식80 / 출처=IT동아
JBL L100 클래식80 / 출처=IT동아

1층으로 내려오면 JBL의 현재가 펼쳐진다. 영화관과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기술이 집 안과 출퇴근길, 야외, 파티 현장까지 넓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입구에서는 80주년 기념 한정판 스피커 ‘L100 클래식 80’이 관람객을 맞는다. L100 센추리를 현대 기술로 다시 만든 모델로, 전 세계에 800조(1조는 2대)만 생산한다. 제품마다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 크리스 헤이건(Chris Hagen)의 서명과 고유 번호를 새긴 기념패를 붙였다.

포터블 스피커와 대출력 스피커로 채운 서울 바이 나이트 존 / 출처=IT동아
포터블 스피커와 대출력 스피커로 채운 서울 바이 나이트 존 / 출처=IT동아

서울의 밤을 주제로 꾸민 ‘서울 바이 나이트(Seoul By Night)’ 존에는 ‘펄스(Pulse)’ ‘플립(Flip)’ 등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와 대출력 스피커 ‘파티박스(PartyBox)’를 배치했다. 강한 출력으로 여가와 모임에 어울리는 JBL 스피커 제품을 즐길 수 있다. 한편에는 2012년 처음 선보인 플립을 1세대부터 최신 모델까지 세대별로 전시했다. 플립은 작은 크기에도 힘 있는 소리를 내며 휴대용 스피커라는 새로운 시장을 연 제품이다.

헤드폰과 이어폰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 바이 데이 존 / 출처=IT동아
헤드폰과 이어폰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 바이 데이 존 / 출처=IT동아

서울의 낮을 주제로 꾸민 ‘서울 바이 데이(Seoul By Day)’ 존에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헤드폰과 이어폰을 모았다.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라이브(LIVE) 시리즈 헤드폰과 귀를 막지 않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오픈형 이어폰을 체험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마이크 이지싱 마이크 미니(EasySing Mic Mini)도 전시했다.

원음에 충실한 ‘트루 사운드’ 추구, 바워스앤윌킨스

3층에서는 바워스앤윌킨스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바워스앤윌킨스는 1966년 영국에서 존 바워스(John Bowers)가 설립한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다. 녹음된 소리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들려주는 ‘트루 사운드(True Sound)’를 브랜드 철학으로 설정하고, 음악 애호가와 녹음 전문가,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선택을 받아 왔다. 오아시스, 핑크 플로이드, 아델 등이 음반을 녹음한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Abbey Road Studios)의 모니터 스피커로 특히 유명하다.

왼쪽부터 P2H, DM6, 801, 시그니처 다이아몬드 / 출처=IT동아
왼쪽부터 P2H, DM6, 801, 시그니처 다이아몬드 / 출처=IT동아

전시장에 들어서면 존 바워스의 스토리와 초기 주요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왼쪽에 있는 제품은 브랜드 최초 스피커 ‘P2H’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회사였던 EMI가 존 바워스를 위해 제작한 전용 유닛이 들어갔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 번째 제품은 1975년 선보인 ‘DM6’다. 영국 산업 디자이너 케네스 그레인지(Kenneth Grange) 경이 디자인한 계단형 외관이 특징으로, 고음과 저음을 담당하는 부분을 나눠 설계한 제품이다. 중음역을 내는 진동판에는 방탄복 소재로 쓰이는 가볍고 단단한 섬유 케블라(Kevlar)를 적용했다. 볼록한 생김새 탓에 ‘임신한 펭귄’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 옆에는 3년여 연구 끝에 1979년 선보인 ‘801’이 자리한다. 1980년대를 여는 첫 스피커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으로, 존 바워스가 추구한 소리와 엔지니어링을 집약했다. 세계 유수의 녹음 스튜디오가 소리의 기준으로 삼는 레퍼런스 모니터로 채택했고, 가정용으로도 수백 개의 상을 받았다.

노틸러스 / 출처=IT동아
노틸러스 / 출처=IT동아

예술 작품 같은 디자인의 ‘노틸러스(Nautilus)’는 1993년 공개됐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그 외형은 미적 목적이 아니라 소리를 위한 연구에서 나왔다. 스피커는 앞뿐 아니라 뒤로도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통 안에서 울리면 잡음과 불필요한 진동이 생긴다. 바워스앤윌킨스는 뒤로 나가는 소리를 긴 관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저음일수록 파장이 길어져 관 길이가 3m 가까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앵무조개의 나선형 껍데기에서 착안해 긴 관을 둥글게 말아 넣었고, 지금의 독특한 모양이 완성됐다.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 라인업 / 출처=IT동아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 라인업 / 출처=IT동아

바워스앤윌킨스는 이번 전시에서 창립 60주년 기념 플래그십 라인업 ‘800 시리즈 다이아몬드 D5’도 공개했다. 800 시리즈는 805 D5, 804 D5, 803 D5, 802 D5, 801 D5 등 5종으로 구성되며, 모두 영국 공장에서 설계 및 생산한다. 핵심은 고음을 담당하는 다이아몬드 돔 트위터(Diamond Dome Tweeter)다.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로 만든 진동판은 가볍고 단단해 고음을 일그러짐 없이 정교하게 재생한다. 여기에 진동을 억제하는 구조와 내부 배선, 회로를 개선해 원음 재현 성능을 끌어올렸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 공간  / 출처=IT동아
애비 로드 스튜디오 공간 / 출처=IT동아

애비 로드 스튜디오 공간에서는 바워스앤윌킨스와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47년 인연을 조명한다. 1979년 존 바워스는 최초의 801을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 직접 가져갔고,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은 짧은 시험 끝에 이를 레퍼런스 모니터로 택했다. 이 인연은 현재 스튜디오에서 쓰는 801 D5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800 시리즈는 아델, 핑크 플로이드, 오아시스 등 뮤지션의 음악 작업과 ‘스타워즈’ ‘007’ 시리즈 영화 사운드트랙 제작에 활용됐다.

바워스앤윌킨스의 헤드폰, 이어폰 / 출처=IT동아
바워스앤윌킨스의 헤드폰, 이어폰 / 출처=IT동아

스튜디오의 소리를 일상으로 옮긴 개인용 오디오도 체험할 수 있다. 헤드폰 라인업의 플래그십인 무선 헤드폰 ‘Px8 S2’는 고급 소재와 정제된 디자인, 첨단 무선 오디오 성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여러 차례 수상했다. 녹음실을 벗어나 어디서나 기준이 되는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브랜드 철학이 담겼다. 무선 헤드폰 ‘Px7 S3’와 무선 이어폰 ‘Pi8’도 함께 전시해 정교한 마감과 소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운드 레전드 - JBL 80주년 기념전시 및 바워스앤윌킨스 60주년 기념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네이버 지도에서 ‘JBL 팝업’ 또는 ‘바워스앤윌킨스 팝업’을 검색해 예약할 수 있다. 관람객은 도슨트 해설과 시연을 들으며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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