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힐리 인텔 부사장 “CPU·GPU·NPU가 맞물린 이기종 컴퓨팅이 피지컬 AI 가속의 열쇠”

강형석 redbk@itdonga.com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피지컬 AI(실물 인공지능)는 산업 혁명에 버금가는 큰 변화이자, 업계의 증기기관 시대와 같습니다. 연산 능력과 인공지능을 실제 물리적 세계, 즉 기술이 적용되는 현장 가까이로 가져오는 작업이죠. 이 기술이 어디까지 쓰일 수 있을지는 우리의 상상력에 달려 있습니다."

2026년 10월 14일 JW메리어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인텔 로보틱스: 실제 구현된 피지컬 AI(Intel Robotics: Physical AI in Action)' 행사에 앞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존 힐리(John Healy)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은 피지컬 AI의 파급력을 인류사를 바꾼 사건에 빗댔다.

존 힐리 부사장이 내세운 인텔의 역할은 조력자다. 상상 속에 머물던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배치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기술은 가치를 만들 수 없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고객사가 인텔의 연산 기술과 개방형 생태계를 발판 삼아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로봇이 아니라 플랫폼에 집중할 것

피지컬 AI가 고도화되면서 제조 현장도 달라지고 있다. 용접이나 조립만 반복하던 공장의 로봇 팔은 컴퓨터 비전과 인공지능을 만나 상황을 판단하는 장비로 바뀌었다. 미세한 부품의 결함을 실시간으로 찾아 품질을 검사하는 일 역시 로봇이 맡는다. 소매 유통 분야에서는 매장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빈 매대를 자동으로 채우는 로봇 솔루션이 빠르게 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존 힐리 부사장은 기기가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상황을 추론하며, 알맞은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발전하면서 혜택을 보는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는 자율이동로봇(AMR)을 꼽았다. 그는 "과거의 물류 로봇은 바닥에 붙은 마그네틱 선이나 바코드를 따라 정해진 경로로만 움직였습니다. 인공지능 기반의 차세대 자율이동로봇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읽고 그 의미까지 스스로 해석합니다"라며 "작업자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통로에 화물이 쌓여 있는 비정형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길을 찾아 물품을 나릅니다. 창고와 물류 현장의 자동화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한 사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텔은 어느 분야를 겨냥할까? 존 힐리 부사장의 답은 특정 분야보다 여러 산업의 요구를 두루 받쳐줄 플랫폼과 기반 기술이었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에 피지컬 AI 스튜디오(Physical AI Studio), 오픈비노 개방형 프레임워크(OpenVINO Framework) 같은 개발 도구를 결합해 개발자가 어떤 시장의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인텔은 고객사와 파트너가 휴머노이드 로봇용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미세 조정(Fine-tuning,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특정 용도에 맞게 다듬는 과정)하면서 인텔의 소프트웨어 자산을 활발히 쓰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나타냈다. 존 힐리 부사장은 "제조, 물류, 유통, 헬스케어는 물론 다른 분야의 피지컬 AI 기업도 제약 없이 차세대 기술을 채택하도록 탄탄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인텔이 시장을 대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이기종 컴퓨팅이 핵심’ 코어 울트라 시리즈 3가 필요한 이유

로봇이 사람처럼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려면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가 달라져야 한다. 로봇 내부에서는 여러 연산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관절 모터(액추에이터)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하게 제어해 로봇이 균형을 잃지 않게 해야 하고, 카메라와 라이다(레이저로 거리와 형태를 측정하는 센서)가 쏟아내는 데이터도 지연 없이 처리해야 한다. 사람의 음성 명령과 시각 정보를 이해하는 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실시간으로 돌리는 일은 기본 조건이다.

이 작업을 모두 소화하려면 로봇 안에 칩과 제어 보드를 여럿 넣을 수밖에 없다. 실시간 제어, 인공지능 추론, 센서 관리를 각각 별도 시스템으로 구성해야 제 성능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부품이 늘면서 로봇의 부피가 커지고 전력 소모가 늘었고, 개발자가 관리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복잡해졌다.

인텔이 내놓은 해법은 이기종성(Heterogeneity)이다. 성격이 다른 연산 장치를 하나의 칩(SoC)으로 묶는 방식이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프로세서에는 중앙처리장치(CPU), 통합 그래픽처리장치(iGPU),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한 칩에 탑재됐다. 따라서 개발자는 작업의 성격에 맞춰 가장 알맞은 장치에 업무를 배정할 수 있다.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피지컬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세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하는 실시간 제어 능력, 시각·언어·행동 모델(VLA)이나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추론 모델을 돌리는 능력, 센서 데이터 수집부터 반응까지 이어지는 제어 구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입니다. 전통적인 실시간 제어와 시스템 관리는 CPU가 맡습니다. 유연성이 높아야 하는 VLA나 LLM 구동은 통합 GPU에서 돌아가죠. 전력 효율이 뛰어난 NPU는 센서 데이터를 수집·관리해 추론 모델로 넘겨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존 힐리 부사장은 거대언어모델이 발전하면서 추론 과정에서 CPU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 현상에도 공감을 표했다. 자율성이 높은 휴머노이드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 배치되려면 사고 없이 작동하는 '기능적 안전(Functional Safety)'이 필수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연산을 끝내는 '시간 결정론적(Time-Deterministic)' 성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텔이 산업 현장에서 오래 쌓아온 실시간 제어와 안전 인증 기술이 바로 CPU 영역에 담겨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피지컬 AI가 제 역할을 하려면 CPU, GPU, NPU 중 하나가 아니라 세 장치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시간 제어와 추론, 센서 처리를 한 칩에서 해결하면 여러 시스템을 따로 묶을 필요가 없어,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해진다. 결과적으로 로봇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드는 총소유비용(TCO)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존 힐리 부사장은 "인텔은 개발자가 피지컬 AI 스튜디오와 오픈비노 개방형 프레임워크로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특성에 맞춰 작업 부하를 원하는 연산 자원에 자유롭게 배치하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인텔의 피지컬 AI 경쟁력은 ‘개방형 생태계’에 있다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들은 저마다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인텔은 이와 달리 개방형 생태계를 앞세워 개발자가 로봇을 만들고 학습시키도록 돕는다. 존 힐리 부사장은 "피지컬 AI에 대한 인텔의 철학은 어디서든 훈련하고, 어디서든 시뮬레이션한 뒤, 인텔 기반 솔루션에 마찰 없이 빠르게 배포하라는 겁니다. 특정 기업의 폐쇄적인 개발 환경에 개발자를 묶어두지 않고, 피지컬 AI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고를 완전한 선택권과 유연성을 돌려주겠다는 뜻이죠"라고 말했다.

개방형 생태계는 개발 환경 전반에 걸쳐 구축됐다. 인텔은 개발자가 가장 널리 쓰는 개방형 머신러닝 프레임워크인 파이토치(PyTorch) 생태계에 투자해 파이토치 XPU(PyTorch XPU) 플러그인을 제공한다. 어떤 환경에서 모델을 만들었든 파이토치를 거쳐 인텔 개발 플랫폼에 맞춰 쓸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미세 조정과 시뮬레이션 단계에서는 인텔 피지컬 AI 스튜디오가 쓰인다. 로봇 인공지능 개발의 가장 큰 난제는 시뮬레이션에서 만든 가상 데이터와, 중력·마찰력·사람의 힘 같은 복잡한 물리 법칙이 작용하는 현실 세계 데이터 사이의 격차다. 가상 데이터는 대량 생성에 유리하지만, 현실의 변수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인텔은 현장에서 실제 데이터를 더 많이 모으는 쪽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피지컬 AI 스튜디오는 직관적인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모델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모르는 공정 전문가나 작업자도 자신의 업무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방 학습(사람의 동작을 보여주며 로봇이 따라 하게 가르치는 기법)으로 로봇을 훈련할 수 있다.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존 힐리 인텔 산업·로보틱스 사업부 부사장 / 출처=IT동아

존 힐리 부사장은 "현장의 간극을 메우는 확실한 방법은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측정하고 쌓는 겁니다"라며 "고객사들은 지금 피지컬 AI 스튜디오로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환경의 고유 데이터 세트를 직접 구축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텔은 1인칭 시점으로 현실 세계 데이터를 전문 수집하는 파트너사와도 협력해, 산업 현장의 데이터 세트가 인텔 도구 생태계에서 제 성능을 내도록 지원한다.

오픈비노(OpenVINO) 피지컬 AI 프레임워크도 개발 과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예전에는 미세 조정을 마친 인공지능 모델을 로봇에 넣고 실시간 모터 제어, 전력 관리, 센서 시스템 등 여러 부품과 연결하려면 개발자가 통합 코드를 일일이 짜야 했다. 오픈비노 피지컬 AI 프레임워크는 확장 가능한 라이브러리와 로우코드(최소한의 코딩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 방식) 스크립트를 제공해 이 수고를 덜어준다. 개발자는 복잡한 코딩 없이도 추론 모델과 로봇의 하위 시스템을 이어 붙여 하나의 솔루션으로 배포할 수 있다.

정밀 제조 및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다방면으로 협력할 것

인텔은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존 힐리 부사장은 "한국은 정밀 공학 경험과 높은 혁신 역량을 함께 갖춘 흥미로운 시장입니다. 피지컬 AI가 하나의 산업 분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인텔의 목표는 한국 시장의 성장을 돕고, 이곳에서 만들어진 혁신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 가치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협력은 민간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부와의 소통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존 힐리 부사장은 기술과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려는 정부 주도 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키우려는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인텔이 추구하는 개방형 혁신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라며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정책이 결실을 보도록 인텔이 기여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다각도로 찾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인텔은 한국의 주요 제조 기업을 비롯해 로봇 완제품 제조사(OEM), 시스템 통합(SI)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제조사가 기존 생산 설비를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Software-Defined Manufacturing, 소프트웨어로 생산 설비를 유연하게 제어하고 바꾸는 방식)로 전환하도록 돕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정밀공학과 제조 공정 자동화를 최적화하기 위해 피지컬 AI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존 힐리 부사장은 "협력 범위는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과 애플리케이션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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