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재 우대하는 중국...기술 경쟁력은 보상 설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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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지난 몇 달 사이 동아시아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상을 둘러싸고 다양한 장면이 나왔다. 7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창신메모리(CXMT)가 커촹반(科创板)에 상장한 직후, 주가가 공모가의 다섯 배가 넘는 50위안(약 9990원)대로 뛰었다. 이들의 시가 총액은 한 때 3조 위안(약 599조 원)을 넘어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 때 중국 언론은 시가 총액이 아니라 사람을 주목했다. 투자설명서에 이름을 올린 핵심 인력 13명의 지분 가치가 1억 위안(약 199억 원)을 넘었다는 소식도 실었다.
한편,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신주(新竹)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자신들의 급여명세서와 비교하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직원들 앞에 서서 올해 보너스를 30% 이상 올리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그리고 9월 경기 이천에서는 SK하이닉스 노조가 성과급 지급 방식을 담은 합의안을 재투표 끝에 가결했다.
세 가지 장면을 모아보면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의 특수성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준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성과급은 1인당 6억 5000만 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올해 성과급은 1인당 6억 원에 달한다. 반면, 대만 매체에 따르면 TSMC의 성과급 규모는 1인당 1억 3000만 원 선이다. 그런데도 한국 반도체 기업 안에서는, 특히 핵심 인재 사이에서 '보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나누는 방식이 문제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모든 구성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 올해 합의에서 절반을 주식으로 주기로 했지만, 지급액의 80%는 그해에 주고 나머지 20%도 1년 뒤와 2년 뒤에야 모두 지급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도입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도 직급에 따라 200주 또는 300주로 규모가 정해져 있을 뿐, 개인의 성과는 반영되지 않는다. 개인의 기여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급이라기보다 회사 이익을 모두가 같은 비율로 나누는 이익공유(profit sharing)에 가깝다. 그래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박사급 연구 인력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기업 밖에서는 더 큰 소란이 일어났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국민배당금' 구상이 거론됐다. 국회에서는 국민배당 기금을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호황이 올 때마다 번 돈을 어떻게 나눌지가 먼저 쟁점이 되고 다음 사이클의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는 뒤로 밀리는 셈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권이 되풀이해 온 분배 포퓰리즘이다. 이런 목소리가 커질수록 회사 안에서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자는 요구를 거스르기는 더 어려워진다.
반면, 중국 창신메모리의 보상 체계는 사뭇 다르다. 핵심은 차등 분배다. 이들은 오래 회사에 남아야 성과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상장 전 두 차례 시행한 직원 주식보상은 6760명에게만 돌아갔다. 대상은 경영진과 핵심 기술인력, 기술과 업무의 핵심 인재, 잠재력이 큰 기술인력으로 한정했다. 전체 직원 1만 9000여 명 가운데 많아야 3분의 1이다. 배분 비율도 균등하지 않고 직급과 근속, 기술 기여도에 따라 규모가 많이 다르다. 이 지분은 상장 후 3년간 팔 수 없고, 직원들은 상장 3년 뒤부터 10년에 걸쳐 지분을 나눠 받는다. 도중에 회사를 떠나면 아직 받지 못한 몫은 사라진다. 창업자 주이밍(朱一明) 자신도 상장 후 최소 10년간 지분을 팔지 않기로 했다.
중국 업계는 이런 장치를 금수갑(金手铐), 황금 수갑이라 부른다. 13년이 지나야 풀리는 수갑이다. 마거릿 블레어 등 지배구조 학자들은 회사의 공정과 설비에 맞춰 오랜 기간 기술과 경험을 쌓은 핵심 인력이 주주와 함께 회사의 위험을 지는 만큼, 회사 이익에 대한 최종 청구권과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의 일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기술과 경험을 기업특수적 인적자본(firm-specific human capital)이라 부른다. 창신메모리는 이 논리를 이론이 아니라 계약으로 옮긴 회사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설립 직후 삼성전자가 제시한 연봉의 몇 배의 금액을 주겠다며 우리나라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D램 공정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여러 명이 기소돼 일부는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기술 유출은 이론의 여지없이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정말 아프게 새겨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엔지니어의 값을 우리나라 기업보다 중국 기업이 먼저, 그리고 더 높게 매겼다는 사실이다.
인재에게 보상을 몰아주는 방식은 중국 반도체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대학의 교수 연봉은 같은 소속이라 하더라도 세계적인 연구 실적을 냈느냐, 인재 칭호(人才帽子)가 있느냐에 따라 많게는 열 배 가까이 벌어진다. 평범한 젊은 교수의 연봉은 대체로 10만~30만 위안(약 2000만~6000만 원)이다.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영입한 청년 인재에게 교수직과 함께 100만 위안(약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는 대학도 있다. 중국 교육부도 핵심 인재에게는 연봉제와 협상 연봉을 허용한다. 대만도 다르지 않다. TSMC는 매년 이사회가 실적을 보고 성과급 총액을 정하고, 개인별 금액은 직급과 근속, 고과에 따라 차등한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은 사립이든 국립이든 호봉에 따라 보수를 준다. 반도체 기업은 노사가 협상으로 정한 성과급을 전 직원에게 같은 비율로 나눈다. 대만이나 중국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중국식 보상을 산업 정책이 뒷받침한다. 중국 허페이 지방정부 주도로 2016년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오랜 적자 끝에 2025년에야 흑자로 돌아섰고, 그해 말까지 쌓인 결손금은 366억 위안(약 8조 원)이 넘었다. 이 험난한 시간을 국가 반도체 투자기금(대기금)과 지방정부 자본으로 견뎠다. 결손이 남아 있는 동안 배당은 법적으로 불가능했고, 상장으로 조달한 295억 위안(약 6조 원)도 전액 생산라인 고도화와 D램 기술 개발에 배정했다.
중국도 2024년 이른바 신국9조(新国九条) 이후 상장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한다. 하지만, 적자를 안고 자란 반도체 기업은 예외다. 회사법과 자본시장 규칙, 산업정책 모두 재투자를 먼저 하도록 유도한다. 중국 산업 정책의 힘은 보조금 액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돈을 대는 정부와 자본을 공급하는 시장, 번 돈을 다시 연구개발에 넣는 기업이 같은 방향성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서 나온다.
한국 기업이라고 이 차이를 모를 리 없다. SK하이닉스는 우수 인재에게 차별화된 보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그러나 노사 합의로 정한 성과급 재원을 핵심 인재 위주로 다시 나누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고,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영진이 먼저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국과 대만을 견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기업은 어떻게 성과급을 정해야 할까? 전 직원이 나누는 총량 비율을 낮추더라도 이익공유의 철학은 베이스로 두되, 그와 별도로 핵심 인재를 위한 장기 주식 보상을 만드는 것이 대안이다. 재원과 원칙은 이사회 보상위원회가 정해 공시하고, 대상자는 수율 개선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엔지니어 가운데 공개된 기준으로 골라야 한다. 보상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로 5년에서 10년에 걸쳐 나눠 주고, 중도에 회사를 떠나면 남은 몫은 사라지게 한다. 제품의 수율을 좌우하는 엔지니어라면 지금 성과급의 몇 배를 10년에 걸쳐 주식으로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호황의 혜택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이미 인재가 빠져나간다. 지난 5년간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1288명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중 일부가 중국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일류 대학의 공대 교수들은 수시로 중국 대학과 기업들의 이직 제안 이메일을 받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글로벌 인재 시장에서 국경의 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진 상태임을 인정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어떻게 걷어서 나눌지를 두고 경쟁하는 포퓰리즘으로는 이 인재 전쟁을 치를 수 없다.
반도체 공장 몇 개를 더 지으려면 자본만 있으면 된다. 어려운 것은 그 공장의 수율을 끌어올리고 다음 공정을 만들어 낼 사람을 붙잡는 일이다. 중국은 그런 인재를 골라 13년 동안 묶는 성과급 구조를 디자인했고, TSMC는 이사회가 성과에 따라 차등해 나누면서 미래 반도체 전쟁에 대비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돈을 쓰면서 그 돈을 모두에게 같은 비율로, 그것도 2년 안에 다 나눠 준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계속 갈 수는 없다. 몇 년 뒤 호황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정하고, 그 사람에게는 호황이 끝난 뒤에도 보장되는 몫을 약속해야 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그것도 당장 나눠 주는 방식으로는 공정한 약속을 만들 수 없다.

글 / 최성진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국경영인학회 이사
최성진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경영대학에서 경영전략을 가르치며 한중경영연구원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경영인학회 이사이다. 비시장 전략과 기업 지배구조, 중국 기술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연구한다. SSCI 학술지 Asia Pacific Business Review의 부편집장(Deputy Editor)과 경영학연구의 국제경영 분야편집장(Area Editor)을 맡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차이나 매니지먼트》 등을 쓰고 옮겼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