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 AI 에이전트 금융 대응 전략 공개···구글 클라우드·삼성전자와 협업
[IT동아 한만혁 기자] 레이어1 블록체인 수이(Sui)를 운영하는 미스틴랩스(Mysten Labs)가 10월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이의 최신 사업 현황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 온체인 금융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초당 4000만 건에 이르는 거래 처리 성능과 실시간 해킹 차단 시스템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정한 규칙 안에서만 움직이는 금융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미스틴랩스는 구글 클라우드, 삼성전자, 데이터 네트워크와의 협업 성과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기관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아데니이 아비오둔(Adeniyi Abiodun) 미스틴랩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수이를 “빠르게 성장하는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수이는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출시 초기부터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목표로 설계했으며, 지금까지 처리한 거래는 약 170억 건에 이른다. 아비오둔 CPO는 수이가 금융 생태계를 잇는 연결 지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 지갑부터 위험 감지, 스테이블코인 관리까지 수이 안에서 처리할 수 있고, 담보 자산, 주식, 채권 같은 다양한 자산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 시대 겨냥, 처리 성능·통제·보안 강화
아비오둔 CPO가 이날 가장 강조한 주제는 AI 에이전트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맡긴 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이다. 그는 “지금처럼 웹사이트에 접속해 진행하는 금융 거래가 5년 안에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대신 사람이 일상 언어로 ‘이 자산을 이렇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 에이전트가 그 의도를 파악해 거래를 대신 실행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스틴랩스는 AI 에이전트 기반 금융 생태계에 대응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라며 “수이가 이런 환경에 가장 잘 준비된 플랫폼”이라고 자신했다.
수이가 AI 시대에 적합하다고 자신하는 근거는 처리 성능, 통제, 보안 등이다. 아비오둔 CPO는 지금의 거래 네트워크 대부분이 사람이 직접 거래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맡으면 엄청난 양의 거래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만큼, 이를 감당할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수이는 개발 단계부터 이런 AI 환경을 염두에 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수이는 최근 초당 400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사람이 하루 동안 일으키는 거래량을 20초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아비오둔 CPO는 “이 기록은 테스트베드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가 돌아가는 퍼블릭 네트워크에서 세운 기록”이라며 “이는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보다 높은 수치이며, 이런 성능 덕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통제다. 아비오둔 CPO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금융에서 중요한 것은 AI 에이전트가 통제될 수 있는 규칙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AI에 자금 운용의 전권을 넘기지 않고, 미리 정한 권한과 한도 안에서만 AI가 거래를 실행하며 민감한 정보는 보호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수이는 온체인 금융 엔진과 보안 엔진을 갖추고,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하도록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보안 성능의 중심에는 ‘수이 위협 인텔리전스(Sui Threat Intelligence)’가 있다. 아비오둔 CPO는 금융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안을 꼽으며, 수이가 독자적인 보안 모델로 해킹 위험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이 위협 인텔리전스는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다. AI 에이전트나 사람이 시도하는 해킹, 공격성 행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발견되면 곧바로 검증에 들어간다. 공격으로 판단되면 관련 거래를 즉시 막는다. 특정 기관이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환경 안에서 감시부터 검증, 차단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비오둔 CPO는 이 시스템이 미래 금융에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위에서 믿을 수 있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을 구현하고, 사용자가 온체인에서 안전하게 거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삼성전자·데이터네트워크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 확대
아비오둔 CPO는 이날 간담회에서 주요 기업과의 협업 성과도 공개했다. 미스틴랩스는 구글 클라우드와 ‘검증 가능한 에이전트 중재자(Verifiable Agent Arbiter, VAA)’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VAA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요청한 일을 정해진 한도 안에서 제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은행이나 거래 시스템에서 에이전트가 요청 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따져 신뢰성을 검증한다. 아비오둔 CPO는 VAA가 금융기관이 AI 에이전트를 안심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와는 삼성 월렛에 수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미스틴랩스는 스테이블코인 등 안정적인 자산을 온체인에서 안전하게 거래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서비스는 미국에서 먼저 시작하며, 앞으로 20~30개국으로 넓힐 계획이다. 현재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하지만, 이후 디파이 등 다른 형태의 자산 거래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비오둔 CPO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디파이를 자연스럽게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네트워크와의 협업도 발표했다. 데이터 네트워크는 AI 학습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토콜로, AI 학습 데이터를 온체인에 등록하는 시스템 ‘트레이스(Trace)’를 운영한다. 트레이스에는 데이터의 출처와 이용 권리를 증명하는 검증 가능한 기록이 2억 5000만 건 넘게 쌓여 있다. 이번 협업을 통해 데이터 네트워크는 자사 네트워크와 트레이스를 수이 기반 인프라로 옮긴다. 수이는 이미 이용 권리를 확보한 AI 학습 데이터를 AI 작업용 인프라에서 활용하고, 해당 데이터를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와 기관에 제공하게 된다. 아비오둔 CPO는 이 협업으로 수이가 AI 학습 데이터의 저장과 라이선스 제공까지 맡으며 주요 레이어1으로서 입지를 한층 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시장과 이용자들에게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비오둔 CPO는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미래 지향적인 금융 환경을 갖췄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수이 성장 전략에 중요한 국가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한국은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국내 금융기관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비오둔 CPO는 “규제가 확정되면 한국의 미래 금융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규제가 명확해진다면 수이도 한국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미스틴랩스가 내세운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금융 거래의 주체가 사람에서 AI 에이전트로 옮겨 가고, 그 시대에는 대규모 거래를 감당할 성능과 AI의 행동을 통제할 안전장치를 함께 갖춘 블록체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스틴랩스는 초당 4000만 건이라는 처리 성능, 사용자가 정한 규칙 안에서만 움직이는 금융 구조, 실시간 위협 차단 시스템을 그 답으로 제시했다. 이를 앞세워 구글 클라우드,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넓히고 있고, 국내 금융기관과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이런 기술을 국내 금융 서비스에 접목하기 어렵다. 해외 블록체인 기업이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꼽고 진출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이 길어지면, 국내 기업과 소비자는 새로운 금융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 거래를 맡는 시대에 대비하려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함께 AI 기반 금융 거래의 책임과 이용자 보호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