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이 짚은 日 관광의 과제…韓에도 시사점 던져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도쿄(일본)=김동진 기자] 일본 관광산업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지만, 관광객의 특정 지역 쏠림과 숙박업계 인력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광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과제와 대응 방안은 관광 수요의 특정 지역 쏠림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고민하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Booking.com Innovation Summit Japan 2026: The Next Horizon 현장 / 출처=IT동아
Booking.com Innovation Summit Japan 2026: The Next Horizon 현장 / 출처=IT동아

부킹닷컴은 최근 일본 도쿄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컨벤션센터에서 미쓰비시종합연구소(MRI)와 공동으로 'Booking.com Innovation Summit Japan 2026: The Next Horizon'을 개최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AI와 지역관광 활성화, 핀테크, 사이버보안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현장에는 부킹닷컴 글로벌 경영진을 비롯해 일본 관광업계와 연구기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관광객 몰리는 곳만 몰린다…AI로 지역관광 돌파구 모색

일본 관광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관광객의 지역 편중이다. 도쿄와 교토 등 유명 관광지에 방문객이 몰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지역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행사에서는 AI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관광자원을 알리고, 관광객의 지역 편중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마티아스 슈미트 부킹닷컴 숙박사업 담당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마티아스 슈미트 부킹닷컴 숙박사업 담당 수석부사장 / 출처=IT동아

마티아스 슈미트 부킹닷컴 숙박사업 담당 수석부사장(SVP)은 “AI가 여행자의 취향과 의도를 파악해 적합한 목적지와 숙박시설을 추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짚었다. 예컨대 여행자가 조용한 자연 속에서 현지 음식을 즐기고 싶다고 요청하면, AI가 조건에 맞는 지역과 숙박시설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관광사업자에게 새로운 과제도 던진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AI의 추천을 통해 여행자에게 알려질 기회가 생기지만, 반대로 관광정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추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관광사업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AI가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히야네 가즈오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연구이사 겸 AI기술고문은 “AI가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한 관광지는 여행자에게 알려질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며 “관광사업자는 여행지에 관한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AI가 이를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광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야네 가즈오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연구이사 겸 AI기술고문 / 출처=IT동아
히야네 가즈오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연구이사 겸 AI기술고문 / 출처=IT동아

히야네 고문은 관광정보가 AI와 연결됐을 때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의성을 설명하며, 자신의 교토 여행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교토 여행을 AI로 설계한 경험이 떠오른다. 당시 관심 있는 관광자원과 음식을 바탕으로 일정을 구성하고, 현지 날씨에 따라 동선을 조정하는 데 AI를 활용했다”며 “특히 여행지의 날씨에 따라 동선을 조정하면서 AI의 유용함을 확인했다. 당시 여행지에서 비가 내려 AI에 상황을 설명했고, 새로운 이동 경로를 추천받았다. AI가 여행 계획뿐만 아니라 현지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개인 가이드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역 숙박사업자의 구체적인 AI 활용 사례도 소개됐다. 교토의 전통 료칸 '난젠지 야치요'를 운영하는 나카니시 도시유키 대표는 객실 16개 규모의 숙박시설에서 여행객 후기 분석과 해외 여행객 응대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카니시 도시유키 난젠지 야치요 대표 / 출처=IT동아
나카니시 도시유키 난젠지 야치요 대표 / 출처=IT동아

27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나카니시 대표는 인터넷 보급 초기부터 해외 여행객과 직접 소통해 왔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여행객의 요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반년 동안 우리 숙박시설에 남겨진 여행객 후기와 리뷰 전체를 AI에 입력했다”며 “해외 여행객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파악해 료칸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객과의 소통에도 변화를 줬다. 부킹닷컴의 채팅 시스템을 활용해 여행객이 일본에 입국하거나 교토에 도착하기 전부터 먼저 연락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요청 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나카니시 대표는 이러한 사전 소통으로 여행객의 관심이 높아졌으며, 당초 1박만 예정했던 해외 여행객이 숙박을 하루 연장하거나, 추가 체험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은 일본 전통 료칸의 특성을 알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나카니시 대표는 해외 여행객에게 일반 호텔과 일본 료칸의 차이를 설명하는 일이 오랫동안 어려운 과제였다고 밝혔다. 이에 AI를 활용해 료칸이 지켜온 전통과 고유한 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채팅 시스템을 통해 일본 각지의 온천 료칸과 관광정보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 호황에도 인력 확보 부담…체크인·결제 자동화 주목

일본 숙박업계는 관광 수요 증가에 힘입어 경영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부킹닷컴과 스태티스타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 숙박업계 경영진과 관리자 260명 가운데 76%가 과거 경영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24년 63%보다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향후 6개월 이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도 59%에 달했다.

반면 인력 확보와 기술 도입 비용은 부담으로 지목됐다. 특히 AI 도입 과정에서 투자수익률(ROI)의 불확실성과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 등이 과제로 나타났다. 관광 수요가 늘더라도 이를 감당할 인력을 확보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일이 숙박사업자의 고민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핀테크 세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기술이 소개됐다.

라지브 아파나 부킹닷컴 결제 담당 부사장 / 출처=IT동아
라지브 아파나 부킹닷컴 결제 담당 부사장 / 출처=IT동아

라지브 아파나 부킹닷컴 결제 담당 부사장(VP)은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하는 목적은 결제가 아니라 음식과 문화 등 여행 경험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며 “부킹닷컴은 약 50종의 결제수단을 지원하며 국가별로 다른 결제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여행자가 결제의 어려움이 아닌 여행 경험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일본 호스피탈리티 기술기업 스퀴즈(SQUEEZE)의 와타나베 겐타로 집행임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숙박시설의 업무 자동화 사례로 스퀴즈의 키오스크와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를 소개했다.

와타나베 겐타로 스퀴즈 CMO / 출처=IT동아
와타나베 겐타로 스퀴즈 CMO / 출처=IT동아

스퀴즈는 키오스크로 셀프 체크인과 카드키 발급, 결제, 시설 안내, 영상통화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시설 내 판매와 회계 데이터를 POS로 연동해 프런트 업무와 매출 관리를 디지털화했다. 덕분에 현장 직원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운영 효율은 높였다는 설명이다.

스퀴즈의 키오스크와 POS 기술 소개 / 출처=IT동아
스퀴즈의 키오스크와 POS 기술 소개 / 출처=IT동아

와타나베 CMO는 “AI 기반 키오스크와 POS로 숙박시설의 현금 취급을 줄이고, 원격 여행객 지원과 반복적인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장 직원이 단순 행정업무보다 여행객 응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도입 효과는 시설 규모와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여행 확대될수록 사이버보안 중요

예약과 결제의 디지털화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안전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마니 윌킹 부킹닷컴 CSO / 출처=IT동아
마니 윌킹 부킹닷컴 CSO / 출처=IT동아

마니 윌킹 부킹닷컴 최고보안책임자(CSO)와 일본 정부,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피싱과 사칭 등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와 이용자 교육,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행 플랫폼과 숙박사업자, 여행자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한 곳의 보안 문제가 다른 참여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행자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은 부킹닷컴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9월 발표한 'Travel Happiness Index 2026'에 따르면, 일본 여행자의 74%는 디지털 도구가 여행 계획과 예약을 쉽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82%는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예약할 때 더욱 안심하고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는 일본 성인 1011명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10개 국가·지역의 1만1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부킹닷컴이 추진하는 '연결된 여행(Connected Trip)' 전략을 일본 관광산업의 현안과 함께 살펴보는 자리였다. AI로 관광지의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기술로 숙박시설의 운영 부담을 줄이며, 결제와 보안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이다.

다만 기술 도입만으로 지역관광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AI가 새로운 관광지를 추천하더라도, 방문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는 결국 지역 사업자와 주민의 역할이다. 관광객 유치를 넘어 지역 체류와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 일본 관광산업의 과제로 남아 있다.

관광객 유치를 넘어 지역 체류와 소비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 관광산업에도 공통된 과제다. 일본에서 논의된 AI 기반 관광정보 제공과 숙박시설 자동화, 결제 환경 개선이 국내 관광산업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지역 관광 인프라는 대체로 비슷하며, 각기 다른 특색이 부족하다”며 “지역마다 지닌 역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고유의 관광 자원을 개발해 소비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를 활용해 소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지역의 이야기와 숙박시설, 여가 프로그램, 결제 간편화 등을 추진해 여행객의 편의 제고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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