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데이터’로 교통약자 이동 사각지대 메운다…‘엘비에스테크’ [SBA 혁신기업]

김동진 kdj@itdonga.com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소재 혁신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합니다. IT동아는 SBA와 함께 유망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이 사업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시장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경로를 찾고, 운전자 개입 없이 이동하는 시대도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차량에서 내린 뒤 목적지 입구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은 여전히 빈틈으로 남아 있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나 고령자에게는 지도상 몇십 미터에 불과한 거리에도 장벽이 생길 수 있다. 작은 턱이나 가파른 경사, 계단 하나만 있어도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 지도에서 ‘가장 빠른 길’과 이용자가 ‘실제로 갈 수 있는 길’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엘비에스테크는 이 차이를 데이터로 해결하는 공간정보 기술 기업이다.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에게 실제로 이동 가능한 길을 안내하는 보행 내비게이션과 AR 기반 경로 안내 서비스를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행로 폭과 경사, 단차, 노면 상태, 장애물, 출입구 등을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차량과 보행, 최종 목적지를 연결하는 ‘마스브리지(MaaS-Bridge)’와 이용자·이동수단별로 적합한 승하차 지점과 출입구를 판단하는 ‘모빌리티 포인트(Mobility Point)’도 개발하고 있다. 서울창업허브 공덕에서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를 만나 보행 데이터가 어떻게 이동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누구에게는 길인데, 누구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동 사각지대 메울 것”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전략기획과 해외사업, UX 프로젝트 등을 경험한 뒤 2017년 엘비에스테크를 창업했다. Matrix Shafts 전략기획본부장과 LG전자 해외전략사업부, 현대자동차 UX 컨설팅 PM 등을 거쳤고, 이후 AI 전략경영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쌓았다.

이시완 대표에게 창업의 계기를 묻자 “왜 누구에게는 당연한 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일까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 정보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됐지만, 사람이 걷는 길은 상황이 다르다. 보도의 폭이나 경사, 턱, 볼라드, 출입문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불법주차나 입간판, 공사구간, 결빙처럼 수시로 변하는 요소도 이동 가능성을 좌우한다.

엘비에스테크는 이런 정보를 기본 도로망, 노면 상태, 시설물, 장애물, 환경요소, 위험지수, 경로 서비스 등 7개 계층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현장 조사와 전용 장비, AI뿐만 아니라 시민과 공공근로 참여, 기업 CSR, 기존 공공·민간 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천만 건의 보행·접근성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한다.

엘비에스테크가 수집하는 7개 계층의 도로 정보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가 수집하는 7개 계층의 도로 정보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는 AI가 수집 정보를 분석한 뒤 사람이 다시 검수하고, 실제 장애인이 이동하면서 확인한 경험을 다시 데이터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시완 대표는 “AI만으로 모든 보행 환경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솔루션의 실사용자인 장애인과 고령자가 실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개선점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비스도 이용자 피드백에 따라 바뀌었다고 한다. 일례로 창업 초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화면 읽기 기능을 개발했지만, 이용자들은 이미 익숙한 스마트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이 더 편하다고 답했다.

이후 이시완 대표는 길 안내 방식도 바꿨다.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기보다 진행 방향을 먼저 알리고, 진동 등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단순하게 전달하도록 서비스를 조정했다.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는 복잡한 화면 조작을 줄이고 카메라 화면을 보며 경로를 따라갈 수 있도록 기능을 설계했다.

엘비에스테크가 개발한 AR기반 보행 내비게이션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가 개발한 AR기반 보행 내비게이션 / 출처=엘비에스테크

이시완 대표는 “개발자가 책상에서 판단한 이동 가능한 길과 실제 이용자가 느끼는 길은 다를 수 있다”며 “결국 실제 사용자가 다녀본 경험까지 데이터로 축적해야 ‘이 길을 갈 수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기에 사용자 피드백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길 안내 넘어 주문·결제까지…세종 실증서 매출 증가 확인

실제 이용자의 이동 경험을 기술과 데이터에 반영하려면, 현장에서의 검증이 필수다. 이에 엘비에스테크는 여러 도시에서 교통약자와 실증을 진행한다.

엘비에스테크가 교통약자에게 서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가 교통약자에게 서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에서 진행한 시각장애인 이동 실증이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상점 정보와 함께 세종 지역화폐인 ‘여민전’을 연계, 주문·결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꾸렸다. 그 결과 실증 참여 상점에서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사례도 나왔다고 한다.

이시완 대표는 “세종 실증을 통해 장애인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지역 상점 운영자들도 접근성 서비스가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접근성 기술이 복지를 넘어 지역 상권에도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엘비에스테크는 세종뿐만 아니라 서울 마곡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을 운영했고, 송파에서는 입체주소를 활용해 교통약자의 실내외 위치 확인을 실증했다. 서울에서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무장애 관광 서비스도 적용했다.

엘비에스테크가 AR 기술을 활용해 무장애 관광 서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가 AR 기술을 활용해 무장애 관광 서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특장차 제공 넘어 “어디에서 내려야 하나”까지 판단

보행 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교통약자 길 안내에 머물지 않는다. 엘비에스테크가 현대자동차·서산시와 추진하는 유니버설 솔루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임산부나 장애인에게 특장차를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중심이었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차량이 이용자를 어디에 내려줘야 안전한지, 하차 지점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실제로 이동 가능한지를 함께 판단하는 프로젝트다.

이시완 대표는 “같은 목적지라도 휠체어 사용자가 타는 차량의 문이 옆으로 열리는지, 뒤로 열리는지에 따라 적절한 하차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에 이용자 특성과 차량 구조, 주변 보행 환경을 함께 분석해 ‘도달 가능한 거점’을 모빌리티 포인트로 만드는 방식을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그는 이어 “배송로봇도 마찬가지다. 지도상 연결된 길이라고 해도 로봇보다 좁은 보도이거나, 계단이 있으면 통과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보행 데이터를 API나 SDK 형태로 가공해 자율주행차와 배송로봇, 스마트시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1만명 넘는 실제 이동 경험을 데이터로…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

엘비에스테크는 개별 실증에서 확인한 이용 경험을 일회성 사례로 남기지 않고, 대규모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기업은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고령자 등 지금까지 누적 1만명 이상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이동 패턴과 접근성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모빌리티 포인트와 API 형태로 표준화하며 교통약자를 위해 이동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다.

이렇게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의 효용은 국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엘비에스테크는 2025년 CES 혁신상에 이어 2026년 CES ‘여행 및 관광’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MWC 글로모 어워드에서 ‘접근성·포용성을 위한 최고의 모바일 사례’ 부문을 수상했다.

이시완 대표 개인도 2024년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 금상을 받았다. 이 상은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하는 미국 대통령 명의의 표창으로, 이시완 대표는 무장애 도시·캠퍼스·상업시설 플랫폼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 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자사 솔루션을 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서비스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율주행차와 배송로봇, 스마트시티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정보 데이터로 평가받고 있다”며 “여러 상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은 기억에 남는다. 이 상의 수상자는 추천을 통해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회적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평가받아 아시아 기업 가운데 선정된 것이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에서도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보행로 정보 수집 관련 협력을 추진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시민 참여형 데이터 구축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다.

SBA 실증 지원 기반으로 ‘도시 데이터 인프라’ 기업 도약

엘비에스테크가 기술을 실제 도시 환경에서 검증하고, 이를 사업 레퍼런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SBA는 엘비에스테크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실증과 공공시장 진입, 글로벌 진출, 해외 PoC, 전시와 비즈니스 매칭 등을 지원했다. 엘비에스테크는 이러한 지원을 활용해 여러 도시에서 보행 데이터를 구축하고 실제 사용자와 기술을 검증했다.

이시완 대표는 “기업 혼자 기술을 완성하는 것보다 공공기관과 기업, 실제 사용자가 참여하는 현장을 확보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실증에서 성능을 확인하고 공공 레퍼런스를 확보한 뒤 이를 다시 국내외 사업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성장에 중요한 기반인데, SBA 덕분에 CES와 같은 해외 전시에도 참가해 다양한 기업을 만나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엘비에스테크는 영국과 미국, 베트남 등 해외 도시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자체 및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통해 보행 데이터 기반의 교통약자 이동을 실증했고,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학교에서는 캠퍼스 내 보행약자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빙랩을 진행했다.

엘비에스테크가 해외에서 실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가 해외에서 실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엘비에스테크

엘비에스테크는 향후 지자체 중심의 B2G 사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라이선스와 SaaS·DaaS, API 구독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이시완 대표는 “앞으로는 특정 지역을 한 번 조사하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과 공공기관, 기업은 물론 차량과 CCTV, 센서까지 데이터 수집망에 연결해 전국 단위 보행 데이터를 지속해서 갱신하는 체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이 데이터를 7개 레이어와 모빌리티 포인트 체계로 표준화해 자율주행차에는 적절한 승하차 지점을, 배송로봇에는 실제 통과 가능한 경로를, 지자체에는 보행환경 관리와 관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 / 출처=IT동아

그는 이어 “국내에서 확보한 실증 사례를 기반으로 영국과 미국, 베트남 등 해외 도시에서 현지 데이터를 결합하고, 장기적으로는 MaaS와 자율주행, 로봇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보행 공간정보 표준으로 솔루션을 확장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차량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이용자를 어디에 내려줘야 하는지, 그 지점에서 목적지까지 실제 이동할 수 있는지를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연결하고, 이를 국내외 모빌리티 서비스가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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