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억대 우주 반도체를 상용 제품으로 대체··· 뉴스페이스 시대에 '인클로저'가 뜨는 이유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6월 12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상장 직후 2500조 원까지 치솟았고 7월 기준 글로벌 시가 총액은 세계 7위에 해당한다. 스페이스X의 상장은 테크 기업의 상장을 넘어 민간 시장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제도권 금융과 결합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간 올드스페이스는 나사, 국방부, 거대 방산기업의 주도로 진행됐으며 국가 안보나 기술 과시, 순수 과학 탐사가 목적이었다. 세금을 쓰는 프로그램이지만 비용이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비용보전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효율이 떨어졌고, 우주왕복선 같은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발사체 자체가 일회성 발사에 그쳤다. 당시 우주왕복선의 1kg당 수송 비용은 7300만 원, 2017년 델타 IV도 1300만 원을 넘었다.

반면 뉴스페이스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며, 민간 자본을 바탕으로 상업적 이익을 내는 게 목표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니 비용은 적게 사용하면서 높은 효율을 추구하고, 발사체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진보했다. 특히 발사체를 재사용하면서 우주로 가는 비용이 파멸적으로 떨어졌다. 현재 스페이스X 팰컨 9의 1kg당 수송 비용은 360만 원선, 스페이스X 스타쉽은 6만 원대를 목표로 잡고 있다.
스페이스X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으로 우주 발사체 시장을 열면서 이제는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우주 등급 부품 대신 기성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3D 프린팅된 부품이 활용되는 등 가격대 성능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스페이스앤빈이다.
스페이스앤빈, 나사의 MISSE 참여로 성능·품질 입증
스페이스앤빈의 주력 제품은 우주 방사선 차폐 설루션인 ‘스쿠텀 R’이다. 스쿠텀 R은 우주 임무에서 고가의 우주 등급 부품 대신 상용 기성품(COTS)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첨단 방사선 차폐 설루션이다. 특히 일반적인 기업은 차폐 소재에 집중하지만 스페이스앤빈은 차폐 재료 개발을 넘어서 작게는 반도체 하나를 위한 최적의 차폐 인클로저부터 다양한 형태의 소형 위성 시스템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설계 기술을 보유 중이다.

스페이스앤빈의 설루션은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및 설루션이 출시됐고, 올해부터는 뉴스페이스 시장 개막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우주항공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앤빈은 지난 1월 미국 파트너사와 함께 나사의 MISSE(Material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Experiment) 프로젝트에 참여해 스쿠텀R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냄으로써 기술력을 증명했다. MISSE 프로젝트는 신소재, 부품 등을 ISS 외부 플랫폼에 장착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 얼마나 잘 버티는지 확인하는 우주 실증 프로그램이다.
스페이스앤빈이 ISS에 쏘아올린 스쿠텀R은 기존 우주선의 알루미늄 차폐막을 대신하는 목적이며 무게를 최대 30% 줄이면서도 우주 방사선 차단, 전자기파 차단, 진공 상태에서의 열 방출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스쿠텀R은 나사의 지상 안정성 테스트 등을 성공했고, 당시 나사 측의 납기 일정 시 통관 지연 우려가 발생하자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제품을 들고 가 전달하기도 했다.
인클로저, 소재 자체보다 맞춤형 설계 역량이 중요한 분야

그렇다면 소재를 넘어 인클로저 설계까지 위탁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주 발사체 자체의 특성에 있다. 단순히 좋은 차폐 소재를 공급받는 것과 그 소재를 활용해 인클로저를 만드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뉴스페이스의 핵심은 이윤 창출이고, 우주 발사체의 무게는 곧 돈이다. 방사선 차폐를 위해 무조건 두껍고 무거운 소재를 두르는 건 정답이 아니다. 반대로 적정 수준으로 인클로저를 만들지 않으면 기껏 쏘아올린 COTS가 고장난다.
스페이스앤빈은 소재 및 인클로저 설계부터 모듈 보호 통합 인클로저 제작까지 모두 직접 수 행한다. 최적화를 통해 극한의 차폐 효율을 만들며 이는 부품 제조사가 아닌 소재 제조사가 수행하는 것이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다.

인클로저는 방사선만 차폐하는 것이 아니다. 발사 시 극심한 진동과 열충격, 진공 상태 내에서 가스가 분출되는 현상 등도 견뎌야한다. 또한 우주방사선이 차폐 소재와 충돌할 때 소재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물리적인 현상(2차 전자) 등도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선 충전 여부나 소재 정밀 가공, 방사선 해석 등도 모두 통합적으로 수행한다.
스페이스앤빈은 복합재 하우징 설계 시 우주 방사선과 고출력 전자파를 막기 위한 두께 및 연결부위 검증에 앤시스의 EMC PLUS를 활용하며, 서브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방전을 막기 위한 금속 하우징의 기하학적 구조 및 방전 시스템 설계에 앤시스 차지 플러스를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고유의 다층 적층형 차폐 기술을 부품별로 최적화하는 자체 설계 서비스인 FRIDAY(FAST RADIATION IMPACT DETECTION AND YIELD)도 제공한다.
비용은 100분의 1로 줄이고 성능·수명 몇 배로 늘린 사례도
COTS를 위한 인클로저 관련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자랑한다. 2017년 진행된 나사의 실드-1 미션은 그 중요성을 전 세계 알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실드-1 미션은 우주방사선 환경 및 극궤도에서 작동하는 COTS 기반 큐브 위성의 수명을 수년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나사 랭글리 연구소는 큐브셋 위성의 보호를 위해 원자번호 Z 등급의 방사선 차폐 보관함을 제작했고, 우주 충전 환경에서 발생하는 내부 대전현상과 정전기 방전을 저감하기 위한 전하 분산 필름도 배치했다.

이 위성이 배치된 정지 전이 궤도(GTO)는 지구 저궤도(LEO) 대비 양성자량은 10배, 전자선량은 100배 더 가혹하다. 나사는 Z그레이드 차폐재를 활용해 기존 알루미늄 대비 절반의 두께만으로 동일한 수준의 차폐력을 확보했다. 실제로 나사는 3개월에 불과했던 큐브 위성의 수명을 수년으로 연장해 전가기기의 수명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 기간을 줄이고 코스믹 실드같은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다.
코스믹 실딩은 2020년 설립된 방사선 차폐재 스타트업으로 나사 마셜 우주비행센터의 컴퓨터 엔지니어링 연구원이었던 얀 바구티가 설립했다. 그가 나사에 재직할 당시에는 한창 실드-1 미션이 진행 중이었고, 방사선 차폐 기술이나 COTS 보호를 통한 직접적인 비용 절감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현재 코스믹 실딩은 미국 국방부/우주군(AFWERX 프로그램)으로부터 약 400만 달러(약 60억 원) 규모의 TACFI(Tactical Funding Increase) 계약을 수주하여 우주 방사선 차폐 성능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며, NASA의 우주방사선분석그룹(SRAG)과 함께 아르테미스(Artemis) 우주복용 차폐 소재를 테스트하는 등 긴밀한 기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코스믹 실딩 역시 고분자 매트릭스에 방사선 차단 나노 입자를 분산시킨 복합재 ‘플라스틸’을 핵심 소재로 사용해 2차 방사선 및 중성자를 차폐한다. 특히 기존 알루미늄 인클로저 구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금속 폴리머 차폐 구조를 만들고, LEO, 중궤도(MEO), 지구 정지궤도(GEO) 등 임무 환경에 맞춰 인클로저의 두께 및 구조 최적화를 직접 적용 및 제작해 COTS를 보호한다. 실제로 코스믹 실딩은 엔비디아 젯슨 오린 등 발열이 심하고 방사선에 민감한 일반 상용 반도체를 그대로 탑재한 맞춤형 인클로저를 제작해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우주용 등급 반도체는 성능이 매우 부족함에도 개당 10만~20만 달러(약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를 호가하고 개발 기간과 인증 절차를 합치면 수십 억 원을 넘는다. 반면 1000달러(약 150만 원대) 수준인 젯슨 오린 NX 칩을 인클로저에 그대로 적용해 비용을 약 100분의 1로 줄이고, 수년 치 작업을 단 몇 시간으로 단축시켜 막대한 비용을 절감했다. 코스믹 실딩에 따르면 플라스틸 차폐제를 적용함으로써 오류 발생률은 10분의 1로 줄었고 장비 작동 수명은 여덟 배 증가했다고 한다.
스페이스앤빈의 COTS 인클로저, 뉴스페이스 시대의 혜안 될 듯
전 세계적으로 COTS를 위한 차폐재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시의 코스믹실딩 이외에도 영국의 스페이스 탈로스(Space Talos), 미국의 멜라젠 랩스(Melagen labs), 이스라엘이 스템라드(StemRad)가 방사선 차폐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앤빈의 경우 차폐재뿐만 아니라 전용 인클로저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도입 기업을 위한 맞춤형 최적 제품까지 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스페이스앤빈을 2026년 ‘딥테크 팁스’ 기업으로 선정하며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딥테크 팁스는 정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의 최상위 트랙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연구개발 주기가 긴 ‘초격차 신산업 12대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페이스앤빈은 해당 사업을 바탕으로 ‘우주용 방열 계면 물질(TIM)’ 개발 및 국산화에 도전한다.
우주용 방열 계면 물질은 진공 환경, 극한의 온도 변화, 우주 방사선 등 가혹한 환경을 견디며 전자 부품의 열을 방출하는 특수 소재다. 정부 입장에서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TIM을 국산화함으로써 우주 산업 전반을 지원하고, 스페이스앤빈은 해당 소재와 가공 기술을 향후 차폐재 및 인클로저 제작에 투입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그림이다.
COTS의 성공적인 발사는 그 자체로 회사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 상용 반도체를 그대로 활용하므로 기존 우주용 반도체의 몇백 배를 넘는 이윤을 거둘수 도 있다. 다만 충분한 기술력과 장기적인 협력, 그리고 차폐재부터 최적화된 인클로저까지 이해도가 높은 기업과 함께해야만 그 결과를 쟁취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우주항공산업은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아 국산화가 절실하므로 지금부터 재화와 용역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스페이스앤빈은 그런 점에서 다른 여타의 차폐재 기업보다 협력 구도 확보에 용이하며 기술력까지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술 기업 중 한 곳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에서 COTS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로 접할 가치가 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