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희의 기후 에너지 인사이트] 7. 사소하지 않은 5%의 추가 지출
[IT동아]
탄소 가계부로 읽는 기후 위기의 수학
“이산화탄소가 대기의 0.04%밖에 안 되는데, 그게 정말 문제인가?” 설득력 있어 보이는 반론이다. 하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 0.05%면 운전면허가 정지되듯이, 세상에는 작아도 시스템 전체를 뒤흔드는 숫자가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로 그런 숫자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구의 '탄소 가계부'를 펼쳐 놓고, 왜 고작 5%의 추가 지출이 행성 전체의 재정 위기를 불러왔는지 살펴보자.

7700억 톤짜리 자연의 숨결
산업혁명 이전, 지구는 탄소를 쉼 없이 내뱉고 있었다. 육상 생태계와 해양이 대기와 주고받는 거대한 양방향 교환 — 동식물의 호흡, 유기물의 분해, 해수면의 기체 교환 — 을 통해 매년 약 77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나갔다. 역으로, 식물의 광합성이 약 4400억 톤을 빨아들이고, 차가운 바닷물이 약 3300억 톤을 녹여 흡수했다. 수입과 지출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가계부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잔고는 약 278ppm에서 수천 년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인류가 보탠 5%의 추가 지출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이 가계부에 새로운 지출 항목을 끼워 넣었다. 2024년 글로벌 탄소 예산(Global Carbon Budget)*에 따르면, 인류는 현재 연간 약 416억 톤을 추가로 배출하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 352억 톤, 시멘트 생산 22억 톤, 산림 벌채 및 토지 이용 변화 42억 톤). 이는 자연의 연간 순환량 7700억 톤과 비교하면 약 5%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자연의 7700억 톤은 시스템 안에서 돌고 도는 '회전 자금'이다. 반면 인류의 416억 톤은 수억 년간 지하에 묻혀 있던 화석 연료를 꺼내 태운 것이므로, 시스템 밖에서 들어온 '추가 입금'이다. 매달 300만 원을 벌어 300만 원을 쓰는 가계에 누군가 매달 15만 원씩 통장에 넣기 시작했다. 월급의 5%이지만 쓰이지 않고 쌓이면 10년 후에는 1800만 원이다. 200년 후의 잔고는 산업화 이후 인류의 이산화탄소 누적량을 가늠하게 한다.
자연의 응급 처치, 그리고 그 한계
자연은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자 식물의 광합성이 촉진되는 '탄소 시비(施肥) 효과'가 작동하고, 대기-해수면 간 분압 차이가 벌어지면서 바다의 흡수량도 늘었다. 글로벌 탄소 예산 2024에 따르면, 지난 10년(2014~2023년) 평균으로 육상이 약 117억 톤, 해양이 약 105억 톤, 합쳐서 약 222억 톤을 추가 흡수하고 있다. 인류 배출량의 절반 이상(약 53%)을 자연이 무상으로 '청소'해 주는 셈이다. 하지만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하며 산성화되고 있다. 온난화로 수온이 오르면 기체 용해도가 떨어진다. 차가운 맥주보다 미지근한 맥주에서는 거품이 훨씬 빠르게 빠지듯 말이다. 육상도 불안하다. 2023년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과 산불이 겹치며 육상 흡수량이 평년 대비 약 28%나 급감했다. 자연의 흡수 능력은 영원히 보장된 것이 아니다.
매년 쌓이는 200억 톤, 그리고 430ppm
자연이 절반을 치워도 나머지 약 190억~200억 톤은 대기에 남는다. 대기 전체에 약 78억 톤이 추가되면 농도가 약 1ppm 올라가므로, 매년 약 2.5ppm씩 농도가 치솟고 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산업화 이전 278ppm이던 농도는 2024년에 52% 상승한 연평균 약 422.5ppm에 도달했고, 2025년 5월에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사상 최초로 월평균 430.5ppm을 기록했다. 현재 대기에는 총 약 3조 30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떠 있고, 이 중 약 1조 1000억 톤이 산업화 이후 인류가 쌓아 올린 몫이다.
넷 제로라는 이름의 손익분기점
매년 자연이 소화하지 못하고 남기는 약 200억 톤의 '잉여 탄소'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중립(Net Zero)'이다.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의 대전환, 곧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탄소 예산 2024는 현재 배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지속적으로 넘어서는 시점이 약 6년 뒤라고 경고했다. 탄소 가계부의 적자를 메울 시간이 그만큼 촉박하다는 뜻이다. 5%의 추가 지출이 행성의 재정을 흔들었다. 이 5%를 되돌리는 것이 21세기 인류 최대의 회계 과제인 셈이다.
*글로벌 탄소 예산(Global Carbon Budget)은 Global Carbon Project가 매년 발표하는 국제 공동 연구로, 전 세계 CO₂ 배출량과 대기 증가분, 해양·육상 흡수원을 정량적으로 추적한다. 이 자료는 파리협정 이행 점검과 1.5°C 목표 관련 잔여 탄소예산 평가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글 /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정석희 박사는 전남대학교 교수이자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로,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 장학 지원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 분야에서 3년 연속 스탠포드대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학계와 산업계를 아우르며 기후 에너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정리 /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