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네트워크 융합 본격화’…올해 주목받을 통신 기술 트렌드는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글로벌 통신 산업이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AI 기반의 지능형 네트워크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 23일 발표한 ‘MWC26 테크니컬 리뷰 리포트’는 올해 통신 시장을 관통하는 8대 기술 트렌드와 시사점을 다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23일 IITP MWC26 리뷰를 발간했다 / 출처=IITP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23일 IITP MWC26 리뷰를 발간했다 / 출처=IITP

올해 가장 주목할 변화는 속도와 연결을 넘어, AI와 네트워크 융합의 본격화다. 기존처럼 통신망 위에 AI 서비스를 덧씌우는 단계를 지나, 설계 단계부터 단말기, 기지국, 우주 위성에 이르기까지 AI가 뼈대처럼 적용된 ‘AI 네이티브(Native)’ 환경이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AI가 관리하는 네트워크 시대 도래

기존 통신망이 엔지니어의 수동 설정과 관리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네트워크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고 스스로 문제를 감지해 해결하는 ‘자율 네트워크(Autonomous Network)’ 시대가 열렸다.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들은 각사의 AI 네트워크 운영 플랫폼을 선보이며 기술 각축전을 벌였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각각 플랫폼 중심의 자동화와 디지털 트윈 기반의 최적화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AI 에이전트와 기지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CognitiV NOS’ 아키텍처를 강조했다. 향후 통신 경쟁력은 네트워크 자율 운영 능력에서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통신사는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품질을 실시간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기지국에 AI를 통합한 ‘AI-RAN’ 역시 주요 화두였다. 기존 기지국은 신호를 중계하는 역할만 했으나 이제는 칩을 장착해 기지국 스스로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나아가 로봇·자율주행을 위한 엣지 컴퓨팅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노키아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GPU 기반 AI-RAN 기지국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소프트웨어 기지국(vRAN) 기술을 기반으로 AI-RAN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6G, 2029년 상용화 가시권

SKT-에릭슨이 6G 시대를 위해 손잡았다 / 출처=SKT
SKT-에릭슨이 6G 시대를 위해 손잡았다 / 출처=SKT

올해는 6G 상용화 시점이 당초 2030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6G는 5G보다 빠른 통신이 아니다. 지상 기지국을 넘어 위성과 연계해 바다와 하늘에서도 끊김 없는 통신을 제공하는 ‘초공간 입체 통신’을 지향한다. 설계 단계부터 AI를 내재화한다는 점에서도 이전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2028년 LA 올림픽에서 국가 주도의 6G 시연을 준비 중이며, 퀄컴은 삼성전자, 에릭슨 등 48개 이상의 기업과 함께 ‘AI Native 6G’ 비전을 공유했다. 엔비디아는 12개 통신 기술 기업, 한국·미국 등 정부와 통신망을 ‘AI 컴퓨팅 인프라’로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GSMA도 글로벌 표준 기반의 6G 개발을 추진하는 ‘글로벌 6G 산업 얼라이언스’ 체결을 발표했다. SKT는 지난 19일 에릭슨과 5G부터 6G까지 AI 기반 네트워크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신사, 수익 모델 전환 돌입

데이터 요금 중심의 수익 구조가 한계에 직면하자, 통신사들은 네트워크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전략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해외 통신사들은 ‘5G SA(단독모드)’ 기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을 제시했다. 올해 국내 이통3사도 5G SA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2021년 삼성 스마트폰으로 5G SA 서비스를 상용화한 KT는 아이폰17 시리즈 5종에서 5G SA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6일 밝혔다.

KT의 믿음 K 이미지 / 출처=KT
KT의 믿음 K 이미지 / 출처=KT

국내 이통3사는 AI 인프라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 중이다. SKT는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X K1 등 AI 모델을 개발하며 에이전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를 목표한다. KT도 믿음(Mi:dm) K를 소개하고, AI 데이터센터, 기지국, 서비스 연계 구조를 제시했다. LG유플러스는 구글 제미나이와 협력한 음성 특화 AI ‘익시오(ixi-O)’를 소개하고, 그룹 차원의 AI 서비스 및 인프라의 결합을 내세웠다.

에이전틱 AI 디바이스와 AI 글래스의 부상

단말기 자체도 에이전틱 AI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울트라에서 사용자가 명령하기 전 AI가 맥락을 읽고 제안하는 ‘나우 넛지’ 기능을 강조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전원 버튼 하나로 AI를 호출해 음식 배달, 라이드쉐어 앱을 자율 실행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샤오미는 AI 작문·실시간 번역·음성인식 기능을 묶은 ‘Hyper AI’를 선보였다.

한편,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차세대 기기로 ‘AI 글래스’도 부상하고 있다. AI 글래스는 안경형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 번역, 내비게이션, 사물 인식 등을 지원하며 스마트폰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는 3세대 레이밴 디스플레이와 신경 신호를 감지해 기기를 제어하는 ‘뉴럴 밴드’를 선보였다. 샤오미는 2세대 AR 글래스를 공개했고, TCL 자회사 레이네오는 독립형 AI 글래스 ‘X3 Pro’를 소개했다.

비지상 네트워크가 주목받았다 / 출처=AI 생성 이미지
비지상 네트워크가 주목받았다 / 출처=AI 생성 이미지

마지막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기술, 즉 비지상 네트워크(NTN)도 주목받았다. 그간의 위성통신 기술과 달리 이번 MWC에서는 지상망과 위성망이 하나로 연결되는 ‘D2D(Direct to Device)’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 스페이스X는 스마트폰을 위성에 직접 연결하는 스타링크 모바일 서비스를 구체화했고, 연내 1200기의 고성능 V2 위성을 발사해 지상망 수준의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퀄컴은 3GPP 표준 기반 NTN 지원 모뎀칩 ‘X105’를 선보였다.

조명된 8대 트렌드는 국내 통신 업계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2029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5G·5G-A 단계에서 AI-RAN과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선행 기술을 실증해야 한다. 올해 국내 통신사의 5G SA 구축이 의무화되는 만큼, 품질 차별화를 통한 수익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 통신 경쟁에서 AI의 자율 운영 수준이 기준이 된 가운데, 국내 통신사, 장비사, 정부가 원팀으로 뭉쳐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때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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