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청소력은 기본, 승부처는 '보안'… 삼성이 로봇청소기에 퀄컴 칩 단 까닭?
[IT동아 김영우 기자] 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삼성전자(2026년 3월 22일)
제목: 삼성전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시연

요약: 삼성전자가 2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이하 암참) 연례행사에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전시했다. 강력한 AI 기능과 보안 성능을 구현하는 퀄컴 프로세서와 보안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기기를 분해해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퀄컴의 차세대 산업용 프로세서 '드래곤윙' 칩과 함께 5개 센서가 적용돼 뛰어난 AI 인식 · 주행 성능을 제공하며 , 비밀번호나 인증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안칩에 별도 보관해 안전하게 보호하는 솔루션인 '녹스 볼트'를 새롭게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강력한 녹스 보안 솔루션을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보안인증 최고 등급 등 국내외 5종의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
해설: AI나 IoT 등의 첨단 기술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가전제품에 도입되면서 생활은 비약적으로 편리해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기가 상시 인터넷에 연결되고 똑똑해짐에 따라, 이를 노리는 해킹 등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 역시 덩달아 커졌다. 이제 최신 가전이나 서비스는 단순히 성능이나 기능이 좋은 것을 넘어, 우수한 보안성까지 완벽하게 갖춰야만 진정한 의미의 시장 차별화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편리와 위협의 줄다리기'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이 바로 로봇청소기 시장이다. 현대의 로봇청소기는 과거처럼 무작위로 바닥을 훑지 않는다. 집안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바닥에 놓인 전선이나 투명한 액체까지 스스로 인식해 회피하거나 집중 청소한다. 이를 위해 제조사들은 사람의 눈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초음파 센서 등 자율주행차에 버금가는 각종 첨단 장비를 기기에 단다. 이는 오로지 '더 완벽한 청소 능력'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 진화다.
하지만 청소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달아둔 이 첨단 센서들은 기기가 해킹될 경우 최악의 보안 취약점으로 돌변한다. 순식간에 사생활을 감시하는 '스파이 기기'이자 '움직이는 CCTV'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사실 청소 능력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계 브랜드들의 수준은 매우 뛰어나다. 흡입력이나 물걸레 세척 등 본연의 기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해 국내외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독 '보안'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순히 청소 성능과 가성비만으로는 이미 확고한 시장 장악력을 가진 중국 브랜드를 단숨에 제압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대신 중국 브랜드들은 가성비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올위너(Allwinner)'나 '락칩(Rockchip)' 같은 범용 칩, 혹은 자율주행 비전 AI에 특화된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의 칩셋을 탑재한다. 단가 대비 사물 인식 효율은 좋지만, 하드웨어 자체의 물리적 방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암호화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메인 프로세서나 운영체제(OS)가 뚫리면 카메라 영상이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이 상존하며, 실제로 최근 해외에서는 중국산 로봇청소기 해킹으로 인한 영상 유출 및 스피커 해킹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 틈새를 노려 시장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꺼내든 무기가 바로 스마트폰 칩셋의 절대 강자인 퀄컴의 차세대 산업용 프로세서 '드래곤윙(Dragonwing)'이다. 170만 개의 사물과 환경에 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AI 모델을 기반으로 14가지의 센싱 데이터를 융합 처리한다.

결정적인 차이는 하드웨어 단위의 보안 솔루션인 '녹스 볼트(Knox Vault)'와의 결합이다. 카메라 영상 데이터나 지문, 비밀번호 등 민감한 프라이버시 정보를 메인 프로세서와 완전히 물리적으로 분리된 별도의 보안 전용 칩에 보관한다. 해커가 드래곤윙 칩이나 기기의 운영체제를 뚫고 들어오더라도, 핵심 데이터가 담긴 '물리적 금고'는 열 수 없는 철통 방어 구조다.
물론 고가·고성능의 산업용 칩셋과 전용 보안 하드웨어를 탑재한 만큼,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단가를 낮추기보다는 프라이버시와 기기 신뢰성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결과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시연을 미국 기업 퀄컴이 후원하는 암참(AMCHAM) 행사에서 진행한 것 역시 다분히 전략적이다. 점유율을 장악한 중국 브랜드의 최대 약점인 '보안'을 공략함과 동시에, 정보 유출에 극도로 민감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에 퀄컴과의 굳건한 기술 동맹을 과시하며 '가장 안전한 로봇청소기'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그동안 로봇청소기 시장은 흡입력이나 배터리 용량 등 눈에 보이는 성능 위주의 경쟁에 치중해 왔다. 하지만 일상 속 보안 위협이 현실화되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는 만큼,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하드웨어 보안'을 택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이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