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이스 퀀텀 점프] 4. UAM 상용화의 전제 조건
[편집자주] 5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기고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과 정책적 제언을 제시합니다. 본문 내용은 본지의 편집 의도 및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연재순서
우주항공청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낡은 기종 대체할 항공업계의 투자유인 필요하다
공항개발의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UAM 상용화의 전제조건
항공안전을 위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지는 법
[IT동아]
2016년 10월, 우버는 도심 상공에서 수직이착륙기(eVTOL)를 이용한 항공운송의 가능성을 담은 백서(‘Fast Forwarding to a Future of On-Demand Urban Air Transportation’)를 발표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각국 업계는 곧바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술혁신과 시장수요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이 새로운 시장의 글로벌 규모가 2050년 약 9조 달러(약 1경 3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도심 교통의 생태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래 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 열풍은 이제 도심(Urban)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이 지역 간 이동을 포괄하는 AAM(Advanced Air Mobility)으로 옮겨가면서, 전기 동력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항속거리를 늘리는 기술개발도 한창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신속했다. 국정과제가 된 UAM 상용화를 위해 ‘도심항공교통 활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23년 제정해 2024년부터 시행했고,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을 통해 비도심·수도권 단계의 시험 운용을 진행 중이다.
버티포트, 운송사업, 교통관리체계 등 제도 설계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수도권에서 시작된 전철이 부산·목포를 연결하는 KTX·SRT로 확장되었듯, UAM 역시 전국 교통망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2020년 전후로 발 빠르게 움직인 미국의 조비(Joby)와 아처(Archer) 등 선도기업은 SPAC(특수목적법인) 방식의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지만, 상용화의 길은 여전히 험하다. 지금도 기술 검증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2023년 발표했던 2025년 상용화 목표가 불발되자 기간을 연장했다. 여기서 ‘상용화(常用化)’란 양산·품질·안전 검증을 포함한 전 과정이 완료되어 일상적인 이용이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28년까지 UAM 상용화는 과연 가능할까.
세계적으로 UAM 상용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다. 대중교통은 안전과 법·제도, 기반시설과 경제성이 동시에 맞물려야 가능한 종합 시스템이다. 상용화의 핵심인 기체 개발뿐 아니라 규제 체계와 인프라, 운용체계의 실효성과 안전성이 모두 검증되어야 제대로 작동하는 복합 시스템이 된다.
그 중심에는 안전 인증체계, 자율비행 기준, 배터리 안전기준 등이 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에 업계가 목을 매는 이유다.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안전 인증이 지연되면서 현실의 개발 환경은 점차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유럽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독일의 릴리움(Lilium)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볼로콥터(Volocopter)도 자금 조달 난항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했다.
필자는 UAM 상용화를 ‘간단한 기술 상용화’로 보지 않는다. 산업 초기부터 정착되어 온 항공교통 체계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끼워 넣어 퍼즐을 맞춰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존 항공기와 공역을 구분하는 항공·UAM 법률 간의 조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은 기존 항공법의 틀에서 UAM을 새로운 항공기 범주로 편입하기 위한 분류 기준과 한시적 특례, 운용 기준을 단계적으로 설계해 나가고 있다. 항공 운항 체계로 UAM을 흡수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가는 과정이다. 법적 근거를 마련한 우리나라도 기존 항공 운항과 관련된 법·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교통체계를 수용할 제도를 서둘러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AI 기반의 기술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자율비행을 지향하는 UAM은 AI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분야다. 항행·교통관리, 버티포트 운용,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등 AI 전환에 따른 정부 차원의 로드맵과 안전기술 개발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UAM에서 검증된 기술은 UAM에만 머물지 않고 항공기 운항 전반으로도 파급될 것이다.
셋째, 조종사·관제사·정비사 등 새로운 항공종사자에 대한 자격제도 마련과 교통체계 설계 및 기체 시험·인증 등 운용 기술을 선도할 핵심 인력의 양성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발족한 산업계·학계 참여 기반의 ‘도심항공교통 인재포럼(UAM-HCF)’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다.
넷째,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도심 300~600m 상공에서의 기체 운항은 시각 공해, 사생활 침해, 소음, 부동산 가치 변화 등 다양한 쟁점을 동반할 수 있다. 대중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일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UAM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 밖에도 많지만, 글로벌 경쟁은 여전히 뜨겁다. 이달 초 중국은 세계 최대 플라잉카를 공개했고, 기존 4~6인승급을 넘어 10인승 여객·화물 운송을 목표로 한 기체 개발은 괄목할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UAM 상용화의 성패는 교통시스템 전반의 안전성 인증에서 갈리는 도전과제다.
UAM은 ‘천천히 서둘러야’ 하는 새로운 하늘길이다. 빠르게 준비하되, 안전하게 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상을 바꿀 기술적 잠재력이 현실의 교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전제조건을 차질 없이 충족시킬 정부의 분명한 청사진이 지금 필요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국내 항공경영 및 항공우주정책 분야를 개척한 석학으로,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으로서 학술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자체평가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주요 정책의 수립 및 평가에 참여해 날카로운 현장감과 정책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또한,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항공·드론) 주관기관 선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둬, 한국항공대를 글로벌 항공우주 교육의 플랫폼으로 도약시키며 학교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 취임 후 제10대 총장에 연임됐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