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ㆍxAI 합병 “일론 머스크의 비전 실현일까? 과잉 욕심일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6년 2월 2일(미국 시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지구 위, 그리고 지구 밖에서 추진되는 가장 야심 찬 수직통합 혁신 엔진”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합병으로 AI와 로켓, 위성 인터넷,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이 통합된 종합 기술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왜 스페이스X는 xAI를 품었는가?
겉으로 보면 우주항공 기업이 AI 스타트업을 삼키는 모습이다. 재사용 로켓을 계속 쏘아 올리는 기업과 생성 AI 서비스 그록(Grok)을 만드는 기업 사이에 무슨 접점이 있을까? 이 합병에는 여러 논리가 겹쳤다.
직접적인 배경은 xAI의 자금 사정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xAI가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매달 약 10억 달러(약 1조 4408억 원)를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 기술자 고용 및 언어 모델 훈련 비용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해당 기간 동안 누적 현금 유출액은 78억 달러(약 11조 2382억 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2억 800만 달러(약 2995억 8240만 원)를 기록했다. 3분기 순손실만 14억 6000만 달러(약 2조 1060억 원)였다.
반면 스페이스X는 2025년 한 해 동안 150억~160억 달러(약 21조 6420억 원~23조 848억 원)의 매출, 약 80억 달러(약 11조 5424억 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매출의 약 80%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에서 발생했다. 일론 머스크가 최대주주인 두 기업이 합병한 배경으로 지목됐다

또 다른 합병 이유는 AI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미국 내 빅테크 기업이 출혈 경쟁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4분기에만 375억 달러(약 54조 1050억 원), 메타는 221억 달러(약 31조 8858억 원)를 데이터 센터 및 관련 투자에 썼다. 매출 비중이 낮은 xAI가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스페이스X는 xAI가 운영 중인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한계를 우주로 우회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는 "2년~3년 내에 우주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 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구축한 데이터 센터 콜로서스만 가지고 향후 급증할 AI 연산 수요와 빅테크 기업간 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의 목표는 궤도 데이터 센터?
일론 머스크가 합병의 핵심 목표로 내세운 점은 '궤도 데이터 센터(Orbital Data Center)'다. 허황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에 공식 신청서까지 접수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론 머스크의 구상은 이렇다. 현재 AI 발전은 거대한 지상 데이터 센터에 의존한다. 이 시설들은 방대한 전력과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AI의 글로벌 전력 수요는 지상 솔루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며, 억지로 충당하면 지역사회와 환경에 큰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지상보다 공급이 거의 무제한인 우주로 데이터 센터를 옮기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봤다.
궤도 데이터 센터 운용에 필요한 장비는 태양광이다. 인디애나 에너지 개발 기구 자료에 따르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는 초당 약 17만 3000 테라와트(TW, 1000기가와트)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만 배에 달한다. 이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활용해도 AI 연산에 필요한 전력 충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스페이스X가 FCC에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최대 100만 기의 위성을 고도 500km에서 2000km 사이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 위성들은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연산 칩을 탑재하고, 위성 간 광학 링크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데이터 센터는 스타링크 위성을 통해 지상으로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구조다. 일론 머스크는 "1시간 마다 200톤씩 실어 나르는 스타십 로켓 발사가 이뤄지면 연간 수백만 톤을 궤도에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궤도 데이터 센터는 일론 머스크가 구상 중인 화성 이주 계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스타십으로 화물을 달에 운반한 뒤, 달 표면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고 여기서 위성을 제조해 더 깊은 우주로 발사하는 방법까지 내다봤다. 전자기 가속기(Mass Driver)와 달 제조 시설을 결합하면, 연간 최대 1000TW 규모의 AI 위성을 심우주에 배치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궤도 데이터 센터 계획은 실현 가능한가?
스페이스X의 청사진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주 방사선 속에서 연산 칩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위성 간 데이터 전송의 지연 시간(레이턴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100만 기의 위성이 만들어낼 우주 쓰레기와 광공해 문제는 없는지 등 기술적·환경적 문제들이 발생한다.
합병 기업이 안고 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스페이스X가 미국 정부 계약을 이행 중인 방위 산업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DoD) 계약을 유지하면서, AIㆍ소셜미디어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100만 기의 위성 데이터센터를 한 민간 기업이 장악한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위성 인터넷(스타링크), 소셜미디어 플랫폼(X), 우주항공 운송(스페이스X), 인공지능(xAI)을 모두 한 지붕 아래 둔 기업이 궤도 데이터 센터까지 독점할 경우, 전통적인 국가 관할권을 넘어서는 '지능의 독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은 기술 산업사에서 전례 없는 실험 중 하나다. 로켓ㆍ위성ㆍAIㆍ소셜미디어 등 폭넓은 사업 영역을 하나의 기업이 통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할 경우 AI 인프라 경쟁의 판 자체를 뒤집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린다.
하지만 통합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xAI가 쓸 천문학적인 비용, 궤도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점이 스페이스X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중 규제 리스크, 핵심 인재 이탈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일론 머스크의 지분 보유량(스페이스XㆍxAIㆍ테슬라)을 앞세워 합병을 주도한다는 거버넌스(의사 과정) 논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합병이 '비전의 실현'으로 기록될지 혹은 '과잉 야심'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