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즈커피 “무인 카페 편견 깨고 커피 사각지대 해소할 것” [경북대 X 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자판기 수준에 머물렀던 무인 카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팔을 장착한 '푸드테크'의 결정체로 진화했다. 하지만 무인 카페 시장의 성장세 이면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하다. 기계 오류에 따른 운영 중단, 제한적인 메뉴 구성, 그리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품질 불안감이다. 많은 무인 카페가 초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봇을 도입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 안정성과 운영 시스템 전반을 최적화해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

8년간 무인 카페 매장을 사업을 이어가는 플랜즈커피가 주목받는 이유다. 플랜즈커피는 무인 카페의 핵심 문제인 '기기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오류(에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엔지니어 기반 조직을 구축했고,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서비스(CS, Customer Service) 시스템으로 원격 관리 체계를 완성했다. 플랜즈커피는 어떻게 무인 카페에 인공지능을 결합하고자 했을까? 최준혁 플랜즈커피 대표를 만나 플랜즈커피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창업 이유는 “커피 사각지대 해소”
플랜즈커피의 시작은 대학생 창업 동아리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최준혁 대표와 동료들은 카페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대한 시장 자체에 주목했다. 이어 상권과 떨어진 건물, 이른바 커피 사각지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했다.
"한국 커피 시장은 10조 원이 넘습니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작은 수요 하나만 새롭게 충족시켜도 충분히 사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저희가 주목한 지점은 상권에서 벗어난 공간입니다. 카페 대부분은 특정 상권에 몰립니다. 상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커피를 구매하기 어렵죠. 이 부분을 공략하고 싶었습니다."
최준혁 대표가 학생 시절 경험한 불편함이 바로 그것이었다. 캠퍼스가 넓은 대학교는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건물에 카페가 없다. 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상권이 없는 공장이나 사무실 건물에서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준혁 대표는 이런 '카페 사각지대'에 주목한 것이다.

플랜즈커피는 상권과 거리가 있지만 충분한 수요를 갖춘 공간을 타겟으로 삼았다. 이른바 니치(Niche) 시장으로 확장 중인 커피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히 수익 창출 가능한 영역이었다.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산업단지 내 견실한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직원 복지를 위해 플랜즈커피의 무인 카페 솔루션을 선택한 것이다.
플랜즈커피는 현재 기업 사내 카페와 직영 무인 카페를 다수 운영한다. 무인 카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체 개발 장비를 토대로 운영과 관리까지 직접 책임지는 서비스형 하드웨어 모델을 구축했다.
액상 커피와 생우유로 맛의 균일함을 완성하다
"커피는 사실 요즘 상당히 상향 평준화가 돼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커피 맛을 이상하지 않게 균일하게 맞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대신 우유와 과일 베이스 같은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고 있어요. 액상을 잘 쓰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거든요."
플랜즈커피의 무인 카페 솔루션은 일반적인 무인 카페와 차별화하는데 집중했다. 먼저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 원액을 콜드체인(냉장 유통)으로 제공하는 방식을 쓴다. 생우유도 자체 개발했다. 일반 무인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분유 대신 신선하고 풍부한 맛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모든 액상은 세균 검사를 통과해야만 공급되는 품질 관리 체계 내에서 다룬다.
플랜즈커피의 커피는 일반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커피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맛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 스페셜티 커피는 콜롬비아산 원두를 사용해 프리미엄 라인으로 구성했다.
"커피 원가는 저희도 밥장사 수준입니다. 저가형 포지션이기 때문에 원가율이 높아요. 대신 우유나 베이스 같은 부분은 원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좋은 걸 쓰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원재료를 적당한 가격에 들여와서 관리 품질과 운영 비용을 줄여 수익을 내는 구조죠."
바리스타가 없는 무인 카페이기 때문에 레시피의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고 좋은 음료를 제공하려면 좋은 재료를 쓰는 수밖에 없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하지만 고품질 재료는 비용을 수반한다. 플랜즈커피는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 운영 시스템을 최적화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채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플랜즈커피는 대부분 직영으로 운영한다. 기업에 설치하고 플랜즈커피가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고정비를 내면 그 범위 안에서 할인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임직원들이 음료를 구매하면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플랜즈커피의 역량은 엔지니어 중심의 조직 문화다. 전체 인력의 절반이 엔지니어인 플랜즈커피는 고장 나지 않는 기계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었다. 무인 매장의 리스크는 기계 고장으로 인한 매출 공백이다. 최준혁 대표는 "기계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원격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안정성이 우리의 최대 강점이죠”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인 카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유통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 플랜즈커피는 소규모지만 철저한 업무 분장으로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작은 조직이지만 큰 회사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최준혁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지속 운영이 가능할지 고민합니다. 장부 운용부터 음료 품질, 고객 수요 등을 최대한 맞춰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경북대ㆍSKT 협업 분야 창업도약패키지로 AI CS 시스템 구축
플랜즈커피는 2025년 경북대학교와 SKT 협업 분야 창업도약패키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SKT 인공지능 연구개발(AI R&D) 센터와 함께 AI 기반 CS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 자영업자와 1인 매장 등 다양한 무인 매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에이전트 개발이 목표였다. 협업을 통해 하드웨어 기반의 실증 사례 경험도 쌓은 것은 부수적인 성과였다.
플랜즈커피가 CS 시스템에 집중한 것은 CS 비용을 최적화해야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플랜즈커피의 고민은 매장을 운영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는 고객 문의다. 점심시간에는 여러 매장에서 동시에 CS 요청이 몰렸다. 최준혁 대표는 "점심시간에 CS가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오면 대응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CS 비용을 최적화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대응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 중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기 내부에 다양한 센서를 설치해 문제를 감지하지만,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컵이 걸렸다는 건 확인했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걸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 문제는 비전 AI 기술로 해결했다. 데이터 학습이 가능하도록 기기 안에 카메라를 넣은 것이다. 카메라가 기기 내부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하면서 문제 파악이 쉬워졌다.
비전 AI를 활용한 시스템 구축 덕분에 플랜즈커피는 정밀한 문제 대응이 가능해졌다. 문자로 오는 CS 요청 건도 자연어로 해결하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인공지능이 문제를 파악하고 음료를 다시 만들거나 환불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발생한 오류(에러)도 자동으로 처리한다. 플랜즈커피가 SKT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은 향후 다른 무인 매장용 범용 솔루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렸다. 최준혁 대표는 "SKT와 협업해 완성한 AI 기술 기반은 챗봇 개념이지만, 실제 하드웨어와 연결됐으니 피지컬 AI로도 분류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무인 카페 편견 깨고 지속 성장하는 기업 꿈꾼다
"무인 카페 시장이 인기를 얻으려면 여러 가지를 잘해야 합니다. 맛있게 만들어야 하고, 응대도 빨라야 하고, 서비스 신뢰도도 필요해요. 한두 번 고객을 만족시키는 걸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애초에 구조 자체가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져야 하죠."
최준혁 대표는 플랜즈커피가 제품 및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은 만족했다고 판단했다. 8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신규 장비를 완성했고, CS와 사후 서비스(AS, After Service) 등 운영 시스템도 최적화했다. 복잡도가 높은 밸류체인을 다루는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졌다는 판단이다.

"화려한 마케팅으로 떴다 사라지는 브랜드보다, 지코바 치킨처럼 묵묵히 본질에 집중하며 꾸준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기계 분야에서는 인바디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의 표준이 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랜즈커피는 본질적으로 쾌적한 무인 매장 환경을 만들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 확립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기업처럼 사람들 뇌리에 남는 것보다 꾸준한 성장, 수익률, 확고한 입지를 갖춘 기업을 꿈꾼다.
플랜즈커피는 2026년 2분기부터 파트너사를 통해 신규 기업 입점을 대폭 늘리고, 치밀하게 구축한 시스템 위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지니어의 집요함으로 커피 한 잔의 품질과 운영의 효율을 동시에 잡아낸 플랜즈커피의 여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