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가 꿈꾸는 세 번째 인터넷 시대, 슈퍼 인텔리전스는 무엇일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메타가 새로운 AI 시대를 열기 위해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 출처=메타
메타가 새로운 AI 시대를 열기 위해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 출처=메타

[IT동아 강형석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은 이제 성능 비교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겉으로는 더 큰 모델,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 더 빠른 추론이 싸움의 전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AI 인프라 구축과 사용자 접점 확대 경쟁도 치열하다. 메타가 개인 슈퍼 인텔리전스(personal superintelligence)를 3번째 인터넷 시대의 언어로 꺼내든 배경이다. 언어모델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를 일상 컴퓨팅의 기본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정의하는 다음 시대의 핵심은 연결의 주체가 바뀌는 것이다. 1세대 PC 웹 시대가 정보를 찾아 헤매는 검색의 시대였고, 2세대 모바일 시대가 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였다면, 3세대는 AI가 나를 대신해 세상을 조율하는 위임의 시대가 될 거라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안한 기술이 슈퍼 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다. 이 기술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내 의도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자아 혹은 초개인화 비서에 가깝다.

AI 시장은 거대언어모델(LLM)의 파라미터(매개변수) 경쟁에서 에이전트(Agent) 경쟁으로 변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느냐의 싸움이 된 것이다. 메타는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오픈소스 전략과 하드웨어 생태계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메타는 왜 슈퍼 인텔리전스에 베팅했나?

메타가 슈퍼 인텔리전스에 집착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메타는 서비스 왕국이지만 플랫폼은 없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소셜 미디어 제국을 건설했지만, 정작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PC와 애플(iOS), 구글(Android) 등 남의 집 앞마당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운영체제(OS)를 품은 자에게 있었고, 메타는 정책 변화 한 번에 수조 원의 매출이 증발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따라서 슈퍼 인텔리전스는 메타가 OS 종속에서 벗어나, AI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 접점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플랫폼 독립 선언과 다르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슈퍼 인텔리전스 비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투입한 자원의 규모는 파격적이다. 2025년 6월, 메타는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 AI(Scale AI)에 143억 달러(약 20조 9423억 원)를 투자하며 지분을 확보했고, 스케일 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 28세)을 초대 최고AI책임자(Chief AI Officer)로 영입했다. 알렉산더 왕은 새로 출범한 메타 슈퍼 인텔리전스 랩(Meta Superintelligence Labs)의 수장을 맡았다.

메타는 AI 역량 확보를 위해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투자 중이다 / 출처=메타
메타는 AI 역량 확보를 위해 데이터 센터 인프라 구축에 투자 중이다 / 출처=메타

메타는 AI 데이터 센터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전 세계 30억 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사용자 각각에게 개인화된 AI 모델을 할당하고, 실시간으로 추론(Inference)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메타의 전략은 개방형 혁신이다. 구글이나 오픈AI가 모델을 숨기는 폐쇄형 전략을 취하는 반면, 메타는 자사의 AI 언어 모델 라마(Llama)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시장은 경쟁사들이 독점 기술로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AI 모델 자체를 범용재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타는 AI 언어 모델을 공개하는 대신 사용자의 소셜 데이터와 행동 패턴이라는 자산을 무기로 삼는다. 메타의 슈퍼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는 잃어버린 플랫폼 주권을 강화하고,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베팅이다.

슈퍼 인텔리전스가 기존 대형언어모델(LLM)과 다른 부분은?

LLM과 메타가 지향하는 슈퍼 인텔리전스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먼저 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 현재 LLM 기반 AI 서비스는 새로운 대화를 진행할 때 맥락이 초기화되거나, 사전 설정한 기억 기능에 의존한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일상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다.

메타의 슈퍼 인텔리전스는 반대 방향에서 접근한다. AI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드(Threads) 등 메타 플랫폼에 축적된 이용자의 관계망, 콘텐츠 소비 패턴, 관심사 데이터 등을 이해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2026년 1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개인의 맥락(그들의 역사, 관심사, 콘텐츠, 관계)을 이해하는 AI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5억 명의 일간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사용자의 목표와 삶의 방향까지 파악하는 AI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추론과 추천의 통합을 전제로 개발을 진행한 부분도 차별점이다. 현재 메타의 피드 추천 시스템과 LLM은 서로 분리된 체계로 작동한다. 피드 알고리즘은 이용자 행동 패턴에 기반한 통계적 모델이고, LLM은 언어 이해와 생성에 특화된 별도 시스템이다. 메타는 둘을 통합해 이 사람이 왜 클릭했고, 무엇을 원할지 추론하는 게 목표다.

멀티모달과 물리 세계 이해의 결합도 추진한다. 기존 LLM은 텍스트 기반 학습이 다수를 차지한다. 아무리 뛰어난 언어 모델이라도 물리 세계의 인과관계, 공간적 맥락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메타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두 가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 LLM인 라마(Llama)와 영상 기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V-JEPA 2가 대표적이다.

슈퍼 인텔리전스는 LLM과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야 구현 가능하다 / 출처=메타
슈퍼 인텔리전스는 LLM과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야 구현 가능하다 / 출처=메타

2025년 4월 출시된 라마 4 스카우트(Scout)와 매버릭(Maverick)은 문자, 이미지, 오디오를 동시에 처리하는 네이티브 멀티모달(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이애하는 AI 기술) 모델이다. V-JEPA 2는 영상 데이터로부터 물체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추상적 표현 공간에서 예측하는 자기지도학습 모델이다. 언어와 추론에 강한 LLM과 물리 세계의 직관적 이해에 강한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설계는 메타가 구상하는 슈퍼 인텔리전스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AI 자기 개선과 검색증강생성 효율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I 자기 개선 능력은 슈퍼 인텔리전스의 전제 조건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2025년 7월에 작성한 주주 서한에서 "지난 몇 달간 우리의 AI 시스템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초기 징후를 목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메타 슈퍼 인텔리전스 랩의 핵심 연구 방향 가운데 하나가 자기 개선 시스템의 구축이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실험을 설계하며, 자신의 아키텍처를 최적화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 청사진이다.

추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실용적 혁신에도 주력한다. REFRAG(Ref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이라 명명된 이 기법은 강화학습으로 훈련한 경량 정책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검색된 조각화된 문서 중 실제로 필요한 부분만 선별적으로 확장하고, 나머지는 임베딩(데이터 나열)된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KV 캐시(추론 전 단계에서 계산한 데이터의 재활용 기술)와 어텐션 비용을 대폭 줄이는 방식이다. 거대한 모델을 만드는 것만큼, 그 모델을 수십억 명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술도 슈퍼 인텔리전스의 필수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메타는 슈퍼 인텔리전스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메타가 그리는 슈퍼 인텔리전스는 ▲앰비언트 컴퓨팅 ▲소셜 플랫폼 재구축 ▲AI 기반 광고사업 고도화 ▲개인 권한 강화 등 네 가지다. 네 가지 기술을 완성함으로써 새로운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메타는 웨어러블 장치를 슈퍼 인텔리전스 플랫폼의 토대로 활용한다.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만든 레이밴 메타나 최근 공개한 증강현실(AR) 안경 오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사용자가 보는 것을 AI가 함께 보고, 사용자가 듣는 것을 AI가 함께 듣는 상시 연결(Always-on) 상태가 메타가 꿈꾸는 차세대 경험의 정점인 셈이다.

슈퍼 인텔리전스는 웨어러블을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 출처=메타
슈퍼 인텔리전스는 웨어러블을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 출처=메타

콘텐츠와 소셜 피드 등 메타의 서비스 플랫폼도 재구성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소셜미디어가 친구 콘텐츠의 시대에서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시대로 넘어왔고, 다음에는 AI가 강하게 개입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타인이 생성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는 저물고, AI가 나를 위한 콘텐츠를 제안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는 AI 스튜디오라는 도구로 슈퍼 인텔리전스의 대중화를 꾀한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도 자신의 관심사나 전문 지식을 담은 AI 챗봇을 만들 수 있게 하고,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을 본뜬 AI 아바타로 수백만 명의 팬과 동시에 소통한다. 소상공인들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AI 직원을 고용해 고객 응대부터 예약 관리, 제품 추천까지 맡긴다. 이는 모든 개인과 기업이 자신만의 슈퍼 인텔리전스를 소유하게 됨을 뜻한다.

메타버스와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메타의 가상 공간인 호라이즌 월드에서 슈퍼 인텔리전스는 사용자의 창작을 돕고 가상 세계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현실에서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실 위에 정보를 덧입혀주고, 가상 공간에서는 디지털 휴먼의 형태로 나타나 상호작용한다. 이때 슈퍼 인텔리전스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접착제이자, 사용자를 메타 생태계 안으로 유입시키는 기제가 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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