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라젠카AI “데이터 인공지능으로 헬스케어 금융 불편 해소”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은 산업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풀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가 하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기존 산업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특정 산업과 융합해 여러 가지 파생 산업을 만드는 것도 인공지능의 위력이다. 헬스케어 인공지능 스타트업 라젠카AI가 주목한 것도 이 부분이다.
라젠카AI를 이끄는 이태주 대표는 원래 치과의사로 일했다. 대학생 때 스타트업을 창업, 엑시트까지 경험한 기업가이기도 하다. 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던 그는 이 부문의 오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자금 흐름 정체’를 경험한다.

환자를 진료한 병의원, 약을 지은 약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비용을 청구한다. 다만, 이 비용은 채권으로 취급하기에 청구 후 지급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사이 자금 흐름이 막힌 병의원과 약국이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의료급여 기금이 부족해 수도권의 병의원과 약국에 지급돼야 할 의료급여 진료비와 약값 지급이 지연된 일도 있다.
이태주 대표는 급여비용을 채권·증권으로 만들어 은행에 매각하고, 매각 비용을 병의원과 약국에 바로 지급하는 구조를 고안했다. 소형 병원과 약국에서 실증을 마치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하에 라젠카AI를 세우고 이 구조를 고도화한다.
이태주 대표는 의료 현장의 불편을 분석하고 요구를 반영, 서비스를 고안한다. 금융권에서 오랜 기간 설루션을 연구한 개발자, 병원에서 급여비용 청구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재무 임원으로 합류해 라젠카AI에 힘을 보탰다. 금융과 의료·보건 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수준의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자는 공감대 아래 모인 이들은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플랫폼 서비스 ‘메디슨’을 만든다.

메디슨을 이용하는 병의원과 약국은 회원 가입, 선지급 신청을 마치고 전자계약을 체결하면 쉽고 빠르게 급여비용을 받는다. 라젠카AI가 이들의 채권을 은행에 양도하고 자금을 받아 지급하는 덕분이다. 대출이 아닌 채권이기에 병의원과 약국의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고, 다른 금융 서비스를 신청할 때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메디슨의 핵심은 은행과의 협업이다. 병의원과 약국의 신용을 극대화, 은행이 채권·증권을 사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태주 대표는 이를 위해 데이터·인공지능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서류나 심사, 담보도 좋지만, 병의원과 약국의 비 재무데이터(방문자 수나 온라인 트래픽, 사용자들의 평가나 리뷰 점수 등)를 활용하는 원리다. 물론, 기존 재무 데이터도 활용해 신뢰를 높인다.
라젠카AI 메디슨 덕분에 긴급 운영 자금이 필요한, 혹은 신규 대출에 어려움을 겪던 병의원과 약국 여러 곳이 위기를 벗어났다. 이태주 대표는 이제 겨우 첫 발걸음을 뗐다며, 이 시장이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다루는 급여비용 120조 원 가운데 약 10%인 12조 원 상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기대와 요구에 잘 반응한 라젠카AI는 법인 설립 1년만에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순천향대학교와 함께 초기창업패키지를 수행한 덕분에 의료계와의 접점을 늘렸다. 신한금융그룹 신한퓨처스랩과 BNK부산은행 SUM 인큐베이터, KB금융그룹 KB스타터스 등 금융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TIPS에 선정돼 메디슨을 고도화할 동력을 얻었다.
메디슨의 활동 영역을 넓히던 이태주 대표는 병의원과 약국에 이어 또 다른 의료 산업계 구성원인 중소규모 의료기기 제조사와 제약사의 불편을 발견한다. 병의원과 약국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비용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 자연스레 중소규모 의료기기 제조사와 제약사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상품 공급 대금을 지급 받는다. 이것이 심하면 반 년 가까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상품 공급 대금의 어음을 발행해 위기를 벗어나오는 곳도 많았다.
라젠카AI는 중소규모 의료기기 제조사와 제약사를 위한 또 다른 플랫폼 ‘메디슨 페이(가칭)’을 올 2월 출시할 예정이다. 메디슨 페이의 원리는 매출 채권을 가진 의약품, 납품 업체가 은행에게 이를 양도하고 은행이 읠기관으로부터 채권 금액을 회수하도록 돕는 것이다. 메디슨과 유사한 이 플랫폼을 쓰면 중소규모 의료기기 제조사와 제약사 역시 이전보다 빠르게, 간편하게 대금을 지급 받는다.

이들 성과를 토대로 이태주 대표는 도전 과제와 정면 대결한다. 라젠카AI의 도전 과제는 더 많은, 더 규모가 큰 병의원에 메디슨을 공급하는 것이다. 메디슨은 병의원의 재무제표상 유동성 비율과 부채 비율을 더 좋게 만드는 효용을 발휘한다. 이태주 대표는 메디슨을 도입한 대학 병원이 의료기기 제조사와 제약사에게 대금 지금을 더 빨리 하면, 공정 거래와 상생을 중요시하는 ESG 경영 평가 기준에서 긍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장점을 눈여겨본 한 대학 병원이 라젠카AI와 적극 논의 중이다.
금융계와의 협업 범위를 더욱 넓히는 것 역시 중요한 도전 과제다. 이를 위해 라젠카AI는 의료 업계 구성원들의 신용을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정확하게 산정할 데이터, 이 데이터를 적확하게 분석해 효용으로 이끌 인공지능 기술의 연구 개발에 매진한다. 이 기술을 앞세워 금융계와의 협업 범위를 넓히고 더 많은 실증과 성과를 낸다.
이 단계까지 마친 후 이태주 대표는 세계 시장에 메디슨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가 우선 바라보는 곳은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 경제 규모가 큰 일본과 대만이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미 함께 활동할 파트너십을 구축 중이다. 정식 진출 시점도 올 하반기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 확보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인공지능 개발 역량에 해외 시장에서의 경험을 더해 세계 의료 관계자 누구나 호평하는 의료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라젠카AI의 최종 목표다.

이태주 대표는 “데이터는 기존의 불편을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힘을 가졌다. 데이터의 특징을 살린 인공지능을 연구 개발, 의료계에 여러 편의를 전파하겠다. 금융을 시작으로 보험, 신약 개발 등 의료 서비스 전반에 긍정 효과를 전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으로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