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을 넘어 에이전트로…공공 행정 분야 AI 2.0 전환 박차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공공 행정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간 공공 AI는 민원 챗봇이나 검색·요약 중심의 생성형 서비스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과 생성형 AI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보안 취약점과 더불어 정해진 알고리즘에서 벗어난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제시하는 등 복잡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질문에 답하는 AI’만으로는 공공 분야 혁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상황이 이렇자 최근 공공기관 내부에서 ‘업무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AI’, 즉 에이전트형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현장에서는 이를 ‘공공 AI 2.0’ 단계로 부르며, 행정 프로세스 전반을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공공 AI 1.0이 정보 제공과 응대 자동화 중심이었다면, 공공 AI 2.0은 민원 처리부터 문서 작성, 규정 검토, 보고, 승인, 연계까지 포함하는 실질적 행정 프로세스 자동화를 의미한다.

2026년 공공 AI 확산의 분기점…단순 기술 도입으로 공공 분야 혁신 어려워

전문가들은 2026년을 공공 분야 AI 확산의 분기점으로 본다.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 기반과의 연계, 표준화된 AI 패키지 보급, 중앙부처에서 지자체·교육청으로 이어지는 수평 확산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민원·안전·복지·교육·관광처럼 국민 접점이 넓은 영역에서 기술 체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분야 AI 확산은 기관의 업무 효율 제고뿐만 아니라 대국민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간 공공기관의 AI 도입과 활용이 더뎠던 이유는 명확하다. 외부 퍼블릭 LLM 활용에 따른 보안·데이터 주권 이슈, 폐쇄망 환경의 기술 제약, 온나라·그룹웨어·ERP 등 기존 시스템과의 단절과 함께 오히려 복잡성이 가중되는 구조 탓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관이 PoC(개념검증) 단계에서 멈추거나, 실제 업무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공공 AI의 본질은 최신 모델 도입이라기보다는 업무를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으며, 지속해서 운영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행정 현장의 복잡성, 보안 요구,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계, 책임성과 감사 가능성 등 공공 고유의 조건은 단순한 LLM 도입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의 속도와 품질, 국민 신뢰를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는 에이전트형 AI라는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공 AI가 ‘실험’의 단계를 넘어 ‘운영’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지금, 축적된 현장 경험과 운영 중심의 공공 AI 2.0으로의 접근은 이미 시작됐다. 에이전트 AI는 단순 모델 제공이 아니라 폐쇄망 최적화, 레거시 연계, 다중 에이전트, 전주기 운영 관리까지 포함한 운영형 AI 플랫폼이다. 이는 공공기관이 AI를 ‘실험’이 아니라 ‘업무 인프라’로 채택하도록 만드는 핵심 전제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일부 기업은 공공 행정 환경에 맞춘 ‘운영형 AI’ 모델을 제시하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일례로 클라우드·AI 관리 서비스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은 헬프나우 에이전틱 AI 플랫폼(HelpNow Agentic AI Platform)을 기반으로 ▲K-GPT ▲K-민원 ▲K-에이전트라는 공공 특화 AI 서비스 패키지를 제시한다. 이같은 접근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행정의 구조 자체를 AI-네이티브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시도다.

베스핀글로벌 헬프나우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한 행정안전부 범정부 소통·참여 플랫폼 ‘모두의 광장’은 공공 AI가 행정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모두의 광장 메인화면 / 출처=모두의 광장 홈페이지
모두의 광장 메인화면 / 출처=모두의 광장 홈페이지

모두의 광장은 단순히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게시판 형태를 넘어, 정책 제안·토론·질의응답 과정에서 축적되는 방대한 참여 데이터를 AI로 분석·구조화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 참여 데이터가 ‘열람용 정보’에 그치지 않고, 정책 개선을 위한 ‘분석 자산’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AI는 게시글과 댓글에 담긴 주요 쟁점,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민원 유형, 지역·연령·주제별 관심도를 자동으로 분류·요약해 정책 담당자가 빠르게 현안을 파악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개별 의견에 일일이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집단적 문제 인식과 정책 피드백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모두의 광장’은 정책 추진 전·중·후 단계에서 국민 반응을 연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 단발성 여론 수렴이 아니라, AI 기반 분석을 통해 정책 소통이 하나의 순환 구조로 작동하는 셈이다.

이 사례는 공공 AI가 단순 민원 응대나 자동화 도구를 넘어, 정책 결정과 행정 운영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 AI가 ‘응답하는 기술’에서 ‘판단을 돕는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의 광장은 향후 공공 AI 확산의 기준점으로 언급될 전망이다.

유사 사례도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특성을 지녔다. 다국어·다채널 민원과 문의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공공 서비스 기관이다. 전화, 홈페이지, SNS, 메신저, 오프라인 안내소 등으로 분산된 문의를 기존 인력 중심 방식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서울관광재단은 베스핀글로벌 헬프나우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AI를 단순 응답 도구가 아닌 민원 운영 체계의 중심축으로 활용했다. AI는 여러 언어로 유입되는 관광 문의를 실시간으로 이해·번역하고, 내용에 따라 관광 정보, 교통, 숙박, 안전, 불편 신고 등으로 자동 분류한다. 이후 단순 문의는 즉시 응답하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은 담당 부서나 상담 인력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구조를 갖췄다.

서울관광재단 AI 플랫폼 메인 화면 / 출처=서울관광재단
서울관광재단 AI 플랫폼 메인 화면 / 출처=서울관광재단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상담 이후 단계까지 AI가 관여한다는 점이다. 처리 결과와 응대 이력은 자동으로 축적·관리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의 유형이나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불편 사항은 분석을 통해 운영 개선에 활용한다. 이같은 방식은 민원 대응이 일회성 응답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품질을 지속해서 개선하는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이어진다.

서울관광재단의 AI 도입은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상담과 분류, 처리, 관리까지 연결되는 End-to-End 민원 운영으로 이어지는 K-민원 모델로 꼽힌다. 관광이라는 현장 중심 서비스 영역에서 AI가 실제 운영 효율과 이용자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베스핀글로벌 관계자는 “공공 AI는 하나의 모델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업무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의 문제다. 이를 위해 베스핀글로벌은 ▲K-GPT ▲K-민원 ▲K-에이전트라는 세 가지 표준을 제시한다”며 “K-GPT는 업무·행정 특화 AI로, 내부 문서·규정·법령·지침을 안전하게 학습하고 검색·요약·초안 작성을 지원한다. K-민원은 상담 → 분류 → 처리 → 이력 관리까지 이어지는 End-to-End 민원 AI다. K-에이전트는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업무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실행하는 AI 에이전트다. 보고서 작성, 규정 점검, 안전 검사, 문서 검토, 시스템 연계까지 수행한다. 이 세 가지 표준은 공공 AI 2.0 전환의 핵심 기반이다. 앞으로도 각 공공 기관이 AI 2.0 전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