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이 아닌 현실” 피지컬 AI 시대 알린 CES 2026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피지컬 AI(물리 인공지능)는 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을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AI 알고리즘으로 상황을 판단한 뒤, 액추에이터와 모터를 통해 직접 행동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현실 공간에서 물체를 옮기고 부품을 조립하며 사람과 협업하는 등 상호작용한다.

2026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피지컬 AI의 발전상을 보여준 무대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로봇들이 걷고 뛰고 물건을 나르며 작업했다. AI는 화면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 공장·도로·가정·병원에서 움직이고 판단하며 학습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현대차 그룹ㆍ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로봇 상용화 시동

CES 2026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제품 중 하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였다. 2026년 1월 5일, 현대차 그룹 미디어데이에서 공개된 아틀라스는 바닥에서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선보여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출처=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전기 구동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자유도(DoF)를 가진 56개 관절과 촉각 센싱 기능이 탑재된 손을 갖췄다. 대부분 관절이 360도 회전 가능하며, 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해 인간이 작업하던 공간에서도 무리 없이 활동 가능하다. 내구성도 뛰어나다. 방수 기능을 적용해 세척이 가능하고, 영하 4도에서 영상 40도까지 작동한다. 최대 50kg 물체를 들어올릴 정도의 힘도 제공한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용성을 갖춘 것이다.

현대차 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에 위치한 현대차 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배치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정렬 같은 단순 작업부터 시작하지만, 2030년까지 조립 작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반복 동작, 중량물 운반, 복잡한 작업까지 맡게 된다. 아틀라스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도맡아 작업자들이 안전하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협업 파트너로 성장할 전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딥마인드의 제미나이(Gemini)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아틀라스에 통합, 더 높은 인지 능력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동작을 수행하는 것 외에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적응하는 수준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알파마요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CES 2026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컴퓨팅이 근본적으로 재편 중"이라고 선언했다. 가속 컴퓨팅과 AI가 결합되며 지난 10년간 구축된 10조 달러(약 1경 4000조 원) 규모의 IT 인프라가 현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공개한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으로, 6개의 칩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돼 작동한다.

엔비디아 알파마요 개방형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플랫폼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알파마요 개방형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플랫폼 / 출처=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베라 루빈과 함께 자율주행차를 위한 개방형(오픈소스) AI 모델군인 알파마요(Alpamayo)도 공개했다. 알파마요는 차량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예컨대 아이가 공을 쫓아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 같은 복잡한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대응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A 차량에 탑재, 2026년 미국 도로에서 실제 운행될 예정이다. 알파마요는 엔비디아 드라이브(DRIVE) 풀스택 자율주행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레벨4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 플랫폼과도 연계된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AI 기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체 생태계를 아우르는 것이다. 루빈 플랫폼은 하드웨어이자 동시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며, 알파마요는 그 위에서 작동하는 응용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셈이다. AI가 현장과 상호작용하려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 범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엔비디아는 모든 것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로보틱스, 산업 현장의 비전 제안

두산 로보틱스는 스캔앤고(Scan & Go)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로봇 팔과 자율 이동 로봇(AMR)을 결합하고, 3D 비전 기술을 활용해 터빈 블레이드·항공기 동체·건물 외벽 등 대형 구조물을 스캔한다. 이어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작업 경로를 자체적으로 생성하고, 검사·연마·그라인딩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정밀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두산 로보틱스는 피지컬 AI가 제조업·건설·항공우주 산업에서 노동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줄 방침이다.

두산 로보틱스의 스캔앤고 / 출처=두산 로보틱스
두산 로보틱스의 스캔앤고 / 출처=두산 로보틱스

필요한 장치를 바로 연결해 쓰는 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캔앤고 설루션은 복잡한 작업을 위해 별도의 설계도면을 제작할 필요가 없다. 이는 작업시간 절약 및 높은 작업 정밀도로 이어진다. 아울러 작업 표면이 다르더라도 로봇팔 6개 축에 장착된 토크센서로 실시간 힘조절이 가능하고, 높은 안전성(PLe, Cat4)까지 확보했다는 게 두산 로보틱스 측 설명이다.

캐터필러, 건설 현장에 AI 자율화 도입

글로벌 건설장비 제조사 캐터필러(Caterpillar)는 CES 2026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한 AI 기반 자율 작업 시스템을 공개했다. 조 크리드(Joe Creed) 캐터필러 최고경영자는 기조연설에서 "제조 공장들이 거대한 로봇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젠슨 황의 발언을 인용하며, 건설 현장 역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캐터필러의 CAT AI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장비 / 출처=캐터필러
캐터필러의 CAT AI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장비 / 출처=캐터필러

캐터필러가 시연한 CAT AI 어시스턴트는 굴착기에 탑재되는 AI 시스템이다. 작업자가 음성이나 터치로 명령을 내리면 장비가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이 기술은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를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건설 프로젝트를 미리 가상으로 계획하고 실행 가능성을 검증 가능하다. 이는 현장 안전성 향상, 작업 효율 개선,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다.

캐터필러는 광산, 항만,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현장에서 자율주행 트럭과 무인 운반 장비를 운용 중이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시스템은 기존 자율화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 A에서 B로 이동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잡한 지형을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작업 계획을 조정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캐터필러의 사례는 AI가 산업 현장 전반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피지컬 AI 시대,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

CES 2026은 피지컬 AI가 실험실 속 시제품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으로 진입하는 전환점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듯, 로봇과 모빌리티가 결합한 피지컬 AI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피지컬 AI는 기술 외에 규제, 인프라, 인력 등 국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역량이 중요하다. 예로 엔비디아는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어 생태계를 구축했고, 현대차는 그룹 차원의 제조 역량을 통합해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피지컬 AI 업계 전반에서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업 S&S 인사이더에 따르면 전 세계 피지컬 AI 시장 규모는 2025년 52억 3000만 달러(약 7조6000억 원)에서 2033년 497억 3000만 달러(약 72조3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 물류, 헬스케어, 국방 등 대부분 산업에서 로봇과 자율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운영 효율 개선 등 수요가 투자를 견인한 셈이다. 남은 건 사회적 수용성 확보다. 피지컬 AI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기기의 신뢰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향후 피지컬 AI 기술 발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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