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페이스 퀀텀 점프] 1. 우주항공청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5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 기고는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현황과 미래 전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항공우주 분야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실질적 해법과 정책적 제언을 제시합니다. 본문 내용은 본지의 편집 의도 및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IT동아]
연재순서
우주항공청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LCC에 위협이 된 대한항공 시장규제의 역기능
공항개발의 수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UAM 상용화의 전제조건
항공안전을 위한 기업문화가 만들어지는 법
지난 연말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은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민간의 기술력이 손을 맞잡고 거둔 결실로, 명실상부한 ‘K-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을 알린 사건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2024년 출범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올해 약 1조 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우주청(청장 윤영빈)은 미래 우주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민간 중심 우주산업 활성화를 견인함으로써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하 국가행정기관이다(경남 사천 소재).
외형적 성장과 달리, 출범 2년 차를 맞이한 우주청 내부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수장 교체가 진행 중인 우주청은 그야말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미 전 세계 우주 시장은 조용한 듯하나 이미 뜨거운 패권 전쟁터다. 미·중 간의 경쟁은 극에 달해 있으며, 후발 주자들까지 가세하며, 우주는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군 창설 이후 우주의 지배력을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강조해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성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하며 그 중요성이 여실히 입증되었고, 미국(‘아르테미스 프로젝트’)과 중국(‘창어 플랜’)은 인류의 자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달의 귀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파고 속에서 우리 우주청은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재 우주청의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나사(NASA) 출신의 존 리 임무본부장과 김현대 항공혁신부문장 등 핵심 인재들의 잇따른 사임은 조직의 안정성과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주었다.
더욱이 행정 중심의 일반직 공무원(늘공, ‘늘상 공무원’)과 연구 현장 중심의 임기제 공무원(어공, ‘어쩌다 공무원’) 간의 정서적 이질감과 갈등은 조직 효율성을 저해하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개점 후 1년 반, 우주청의 근본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K-스페이스의 퀀텀 점프’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혁신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부처 간 칸막이를 넘는 위상 제고와 구조적 한계 극복이다. 현 과기정통부 산하의 ‘청’이라는 위치는 국방, 국제외교, 산업 정책이 얽힌 우주개발의 특성을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범부처를 아우르는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실질적인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기능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다. 현재 300명 미만의 인력으로 모든 연구개발(R&D)을 직접 수행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우주청은 국가적 정책 기획과 대형 사업 관리에 집중하고, 실질 연구는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에, 산업화는 민간에 과감히 이관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항공 분야 정책의 합리적 재배치다. 현재 우주청은 우주 이슈에만 매몰되어 항공 분야는 소외되고 있다. 항공기 국제 공동개발, MRO(정비/수리/재조립) 등 방대한 항공산업 육성은 정책 수단이 풍부한 산업통상자원부로 환원하고, 우주청은 혁신적인 미래 항공 기술 관리와 안전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넷째, 전문성과 국익의 균형 잡힌 인사 정책이다. 국제협력은 꼭 필요하나, 국가 보안과 직결된 우주 정책의 핵심 리더십을 외국 국적자에게 전적 의존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한국 국적의 전문가들을 적극 발굴하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모든 거대 조직의 출발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 우주청이 지역적 이해관계나 내부 갈등에서 벗어나 설립 취지인 ‘우주 강국 도약’에만 몰입해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우주 영토를 확보할 수 있다. 우주청의 성공적인 리모델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국내 항공경영 및 항공우주정책 분야를 개척하고 기틀을 닦은 석학으로, 한국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으로서 학술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자체평가위원 등을 역임하며, 국가 주요 정책의 수립 및 평가에 참여해 날카로운 현장감과 정책 전문성을 입증해 왔다. 또한, 항공우주양자연구소 개소,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항공·드론) 주관기관 선정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둬, 한국항공대를 글로벌 항공우주 교육의 플랫폼으로 도약시키며 학교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항공대 제9대 총장 취임 후 제10대 총장에 연임됐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