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다리는 장식? LG 로봇 '클로이드'가 바퀴를 선택한 이유?
[IT동아 김영우 기자] 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LG전자(2026년 1월 4일)
제목: LG전자, 홈로봇 'LG 클로이드' 공개…'제로 레이버 홈' 비전 향한 행보 가속

요약: LG전자가 오는 1월 6일(미국 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를 공개한다. LG 클로이드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은 후 세탁이 완료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며, 청소 동선의 장애물을 치우는 등 다양한 가사 업무를 수행한다. 머리와 양팔이 달린 몸체에 바퀴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으며, 머리 부분에는 이동형 AI홈 허브 'Q9'의 기능이 탑재됐다. 또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도 함께 공개한다.
해설: "다리는 장식에 불과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다. 우주 전투용 로봇에 꼭 두 개의 다리가 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형태보다 기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작품 방영 반세기가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명대사로 꼽힌다.
최근 로봇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나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 같은 글로벌 로봇 기업들은 사람과 흡사한 외형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로봇은 두 다리로 걷고 뛰며, 때로는 쿵푸나 춤, 공중제비까지 선보이는 등 현란한 움직임으로 눈길을 끈다.

반면 LG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LG 클로이드는 '다리 대신 바퀴'를 선택했다. 마치 건담의 그 대사처럼, 가정에서 가사를 돕는 홈로봇에게 두 다리는 필수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기를 돌리며, 청소를 돕는 등 일상의 집안일을 돕는 것이 주된 역할로 제시됐다.
이는 LG전자라는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선택으로 보인다. 가전 제품을 실제 판매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실용성, 가격 등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기술 시연보다는 실제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LG 클로이드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키는 105cm에서 143cm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약 87cm 길이의 팔로 바닥부터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다. 양팔은 사람 팔과 동일한 7가지 자유도(어깨 3가지, 팔꿈치 1가지, 손목 3가지)로 움직이며, 5개 손가락도 각각 관절을 갖춰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LG전자는 청소로봇, 서빙로봇, 배송로봇 등을 통해 발전시킨 휠(바퀴)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했다.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 어린아이나 반려동물이 갑자기 매달려도 균형을 잃지 않으며, 위아래 흔들림도 적어 정교한 상체 동작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족보행 방식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지만, 안정성과 가격 측면에서는 휠 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가정에 보급할 제품이라면 안전성과 가격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또한 대부분의 가정은 평면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대부분이라, 바퀴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물론 휠 방식은 계단이나 높낮이가 있는 공간에서 제약이 있지만, LG전자는 이를 감안하고도 안정성과 가격경쟁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LG 클로이드의 머리 부분에는 이동형 AI홈 허브 'LG Q9'의 기능이 탑재됐다. Q9는 작년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처음 공개된 제품으로, 음성·음향·이미지 인식을 접목한 멀티모달(Multi Modal) 센싱 능력을 갖췄다. 아이의 생활 루틴에 맞춰 조도를 조절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의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LG 클로이드는 이 Q9을 머리로 삼아 집 안의 다양한 LG 가전제품 및 IoT 기기와 연동한다. LG전자의 AI홈 플랫폼 '씽큐(ThinQ)'와 허브 '씽큐 온'을 통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오븐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 주목할만한 핵심 점은 자체 개발한 VLM(Vision Language Model, 시각언어모델) 및 VLA(Vision Language Action, 시각언어행동) 기술이다. VLM은 시각 정보를 언어로 해석하고 언어 명령을 시각 정보와 연관지어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역할을 하며, VLA는 이를 바탕으로 로봇이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한다. LG전자는 가사 작업 데이터를 수만 시간 학습시켜 홈로봇에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도 처음 공개한다. 액추에이터는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 로봇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LG전자는 냉장고, 건조기, 청소기 등에 탑재하는 고성능 모터를 연간 4천만 개 넘게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량화, 고효율, 고토크 등 액추에이터 핵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가전 분야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은 로봇용 액추에이터 개발에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홈로봇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즉 가사 노동 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다. AI 가전과 홈로봇이 집안일을 대신하고, 사람은 쉬고 즐기며 가치 있는 일에만 시간을 쓰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비전이다. 다만 LG 클로이드의 출시 시기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실제 가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도 두고 봐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LG전자가 공개한 제품 이미지의 대부분이 상반신만 부각한다는 것이다. 두 팔로 물건을 다루는 모습은 강조하면서도, 바퀴가 달린 하반신은 의도적으로 덜 보여주는 듯하다. '다리 대신 바퀴'라는 선택에 대한 LG전자의 미묘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실용성을 택하고, 기존 가전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활용하는 LG전자의 접근 방식은 나름의 장점이 있어 보인다. 두 다리로 춤추는 휴머노이드만큼 화제성은 없을지 몰라도, 실제 가정에 보급되는 첫 홈로봇은 이처럼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건담 속 대사처럼, 홈로봇에게 '다리는 정말 장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