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SA 의무화 쟁점’…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정책, 업계에 미칠 영향은?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내년 만료되는 3세대(3G)와 4세대(LTE) 주파수 370MHz 폭에 대한 재할당 대가를 조건부 산정하며, 5G 단독모드(SA, 5G망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식) 구축을 의무화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 출처=e브리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0일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 출처=e브리핑

이번 재할당은 SKT(155MHz), KT(115MHz), LG유플러스(100MHz) 등 통신사업자들의 전체 3G·LTE 대역을 대상으로 한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이후 이동통신 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이용자 보호 ▲주파수 효율성 ▲통신망 진화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는 네트워크 구축을 유도하고, 6G 상용화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방안

정부는 6G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1.8GHz와 2.6GHz(총 120MHz폭) 대역의 재할당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그 외 대역(총 250MHz폭)은 서비스 유지를 위해 5년으로 설정했다. 또한 사업자가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3G, LTE 주파수를 5G 이상의 기술 방식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의 주요 골자는 5G SA 전환 의무화다. 모든 통신사업자는 2026년 말까지 기존 NSA(비단독모드, LTE망과 5G망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에서 5G SA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5G는 기지국만 5G일 뿐 신호 처리 핵심 역할을 하는 코어망은 기존 LTE망을 쓰는 NSA 방식이 주를 이뤘다. 빠르게 5G를 상용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지만, 진정한 5G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5G SA는 기지국과 코어망을 모두 5G 전용 설비로 갖춘 방식이다. 초저지연을 실현하고, 네트워크 슬라이싱(용도별 망 분리)을 구현할 수 있어 향후 피지컬 AI, 대규모 사물인터넷(IoT) 등 실시간 서비스를 위한 필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AI 시대에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업링크 트래픽이 급증하고 서비스별 요구사항이 다양해질 것”라며, 6G 시대 준비를 위해 SA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G SA 도입·확산이 재할당 주파수에 미치는 영향 / 출처=과기정통부
5G SA 도입·확산이 재할당 주파수에 미치는 영향 / 출처=과기정통부

정부는 5G SA 도입 및 확산 영향을 고려해 재할당 주파수 기준 가격을 기존 할당대가 3조 6000억 원보다 약 14.8% 낮춘 3조 1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더불어 5G 실내 품질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로, 2031년 말까지 기지국 구축 수에 따라 최대 2000억 원을 추가 감면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5G 추가 주파수 공급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사업자 수요가 확실해지는 시점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점에서 쟁점과 한계는?

정부는 이번 주파수 재할당을 계기로 AI 시대에 맞는 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노키아, 에릭슨 등 글로벌 통신장비사들은 5G SA 전환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히 5G NR 주파수 분할 이중화 방식(NR-FDD)은 5G 커버리지를 넓히고, 서로 다른 대역을 묶는 ‘FDD-TDD 주파수 집성(FDD-TDD Carrier Aggregation)’은 용량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별 이용기간 종료 주파수 대역폭 / 출처=과기정통부
사업자별 이용기간 종료 주파수 대역폭 / 출처=과기정통부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5G SA가 차세대 통신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아 조기 구축을 밀어붙이다가 오히려 서비스 품질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특히 산업용 서비스(B2B)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전국망 규모의 SA 구축 의무화는 사업자에 과도한 투자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VR·AR, 스트리밍, 게임 등의 체감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LTE와 5G를 동시에 쓰던 NSA 방식에 비해 5G 주파수만 단독으로 쓰는 SA 방식은 대역폭 축소로 인해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실내 품질을 높이는 스몰셀의 보안 운영 관리도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2022년 이전 단말기는 SA를 지원하지 않아 기기 교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이 통신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속도 저하를 인정하면서도 추가 인프라 확보로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10일 정책브리핑에서 “일부 속도 저하는 발생할 수 있으나, 사업자가 기지국을 더 촘촘히 지어 무선국 수를 늘리고, 셀 설계를 정교화해 속도 저하를 보완함으로써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필요 시 추가 주파수 공급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체계를 5G SA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정부는 “매년 실시하는 통신 품질평가를 통해 기존 이용자가 SA 전환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면서도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I 시대 네트워크, 성공 조건은

지난 2021년 5G SA를 상용화한 KT / 출처=KT
지난 2021년 5G SA를 상용화한 KT / 출처=KT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인프라를 채울 킬러서비스의 등장 여부다. 과거 5G가 논란을 빚었던 이유는 기술력 자체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SA 전환을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할 혁신 서비스를 찾지 못하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KT는 2021년부터 이미 5G SA 상용화와 이를 활용한 음성통화(VoNR) 기술을 선보여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확산을 이끌 결정적인 킬러서비스는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은 사업자들이 기술 경쟁으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현재는 KT만 5G SA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모든 사업자들이 SA를 구축한다면 시장 경쟁도 촉발될 것”이라며, ”5G SA로만 가능한 B2C 영역의 혁신 서비스들이 활발히 발굴되고 제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재할당을 AI 고속도로에 필요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라 강조했다. 6G를 앞두고 NSA 위주의 정체된 네트워크를 SA로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다만 전환 과정에서 사업자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속도 저하 방지 대책과 추가 주파수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단말 보급 및 네트워크 최적화 등 기술적 뒷받침도 시급하다. 사업자 간 형평성 확보도 고민해야 한다. 결국 5G SA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 정책, 시장이 맞물려 돌아갈 때 의미가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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