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숫자로 기후를 말하다…데이터 기반 기후영향 평가 돕는 ‘메타어스랩’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기후위기가 일상을 위협하면서 기업과 지자체는 더 이상 ‘감(感)’에 의존한 환경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탄소 배출 저감, 온실가스 관리, 자원 효율화 등 모든 활동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확한 기후 의사결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ESG 경영 확산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할 수요도 커졌다.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나 선언적 활동만으로는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기업은 측정 가능한 환경 성과, 검증 가능한 탄소저감 효과, 정량적 근거를 갖춘 CSR 실적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도화된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과 과학적 근거 기반의 증빙 도구가 필수다.

김형준 메타어스랩 대표 / 출처=메타어스랩
김형준 메타어스랩 대표 / 출처=메타어스랩

이같은 수요를 충족하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도와 숫자’로 기후변화를 정량화하는 기업이 있다. 기후테크 기업 메타어스랩(MetaEarth Lab.)이다. 동경대 박사,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 연구원,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라는 이력을 지닌 김형준 대표가 이끄는 이 기업은 그간 학계에 머물던 기후 데이터를 산업과 정책 현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설립됐다. ESG 전략 수립, 탄소·생태계 모니터링, 산불 위험도 분석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기후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쉽게 제시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다.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시각화

김형준 대표는 “최근 심화하는 이상기후는 이미 생활·경제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기후변화로 인한 ESG 공시 의무 경향은 기업과 정부·지자체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기후 데이터 앞에서 막막해한다”며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그 영향력을 추정하는 일은 많은 자원과 시간이 드는 전문 영역이다. 연구자 관점의 데이터는 복잡하고, 지자체·기업의 의사결정 과정과 큰 간극도 존재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후 정보는 지자체와 기업의 적절한 기후 대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전문가 수요는 많지만 담당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메타어스랩은 연구실에 머물러 있던 방대한 기후 데이터를 끄집어내어, 의사결정권자가 믿고 쓸 수 있는 '실용적인 솔루션'으로 만들기 위해 창립됐다”며 “기후위험이 빠르게 커지는 지금,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메타어스랩은 방대한 기후데이터를 분석할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다. 하이브리드 기후 분석 엔진과 AI 상세화 모델, 기업과 지자체도 활용 가능한 시각화 플랫폼 등을 개발했다.

김형준 대표는 “AI 기반 기후모델 상세화 기술과 원격탐사·기후모델·수문 분석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분석 엔진, PB(페타바이트)급 자동 처리 파이프라인, 웹 기반 시각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후데이터를 분석해 정량화, 시각화한다”며 “누구나 쉽게 기후의 영향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도·그래프·웹 플랫폼을 제공한다. 덕분에 기업이나 지자체는 데이터 기반 리포트로 ESG 전략 수립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위성·기후·수문 모델을 종합한 고급 분석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메타어스랩이 기후영향을 지도와 그래프 형태의 웹 시각화 플랫폼으로 구현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메타어스랩이 기후영향을 지도와 그래프 형태의 웹 시각화 플랫폼으로 구현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메타어스랩은 스타트업으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밝혔다.

김형준 대표는 “현재 프로젝트 단위로 기후영향 분석을 시행 중인데, 기업이나 지자체가 데이터 부족으로 의사결정을 주저하거나 과도한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기후데이터 SaaS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기후·수문·AI 분야 전문 인력의 확보도 지속해서 추진 중”이라며 “공공·지자체·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도 중요하다. 이는 곧 데이터–정책–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각협업으로 메트어스랩이 보유한 기술을 제품화, 시장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참여…유한킴벌리와 숲의 탄소저장 효과 수치화 나서

메타어스랩은 공공·지자체·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의 일환으로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2025년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조직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아 성과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메타어스랩은 50년 넘게 생활용품을 만들며 건강한 일상과 숲 조성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 유한킴벌리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다.

유한킴벌리가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조성한 숲 / 출처=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가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조성한 숲 / 출처=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대규모 산불로 심각한 사막화가 진행 중이던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지금까지 1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이 활동으로 얼마나 탄소가 줄었는지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싶은 니즈가 있는 상황이다.

김형준 대표는 “유한킴벌리와의 협업은 숲의 탄소저장 효과를 수치화하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위성이미지를 시계열로 분석해 탄소저장량 변화를 계산했다. 이후 기후와 강수량, 생태요소를 통합해 해석한 결과를 웹 기반 시각화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했다”며 “덕분에 유한킴벌리가 20년간 조성한 몽골 토진나르스 숲의 탄소저장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기존 기업의 CSR 활동이 가진 모호한 ‘선행’ 이미지를 넘어, 숫자로 증명되는 환경 가치라는 새로운 ESG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I기반 위성자료를 활용해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의 산림복원 과정을 시각화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AI기반 위성자료를 활용해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의 산림복원 과정을 시각화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메타어스랩은 향후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해 기후데이터의 대중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대표는 “앞서 언급한 기후데이터 SaaS 플랫폼 정식 출시와 공공기관·국가 산림기관과 협업 확대, 글로벌 기후데이터 시장 진출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기후데이터 SaaS 플랫폼이 정착하면 기업·지자체 담당자가 언제든 접속해 기후위험, 탄소저장량, 생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기후 리스크 관리의 일상화’로 이어질 것이다. 공공기관과 국가 산림기관과 협업을 확대해 산림 탄소흡수량 모니터링, 기후 시나리오 기반 산불 위험 모델링, 고해상도 생태 변화 탐지 기술 등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유한킴벌리와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으로 공공부문 연계 프로젝트의 성장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형준 메타어스랩 대표 / 출처=메타어스랩
김형준 메타어스랩 대표 / 출처=메타어스랩

그는 이어 “글로벌 기후데이터 시장으로의 진출도 추진하겠다. 카이스트와 글로벌 연구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국 기술을 아시아·국제 기후데이터 시장으로 널리 알릴 것”이라며 “기후 데이터를 ‘어렵고 복잡한 학술 영역’에서 ‘누구나 이해 가능한 의사결정 도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 대표의 세계적 연구 경험, 팀의 AI·원격탐사·기후 분석 역량, 서울창경·유한킴벌리·임업진흥원과의 실증은 메타어스랩이 앞으로 한국의 대표 기후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협업을 더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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