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은 뭐고, ePub은 뭐며, e-잉크는 또 뭐야?

2009년부터 잊을만하면 한 번씩 IT 이슈로 거론되어왔던 e북. 사실 e북이라 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PC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니터를 통해 문서를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한 권의 책이었을 수도 있고, 워드나 한글과 같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과제, 보고서, 제안서 등등의 문서를 읽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문서를 읽는 작업은 PC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다만, 데스크탑 PC의 경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는 길거리, 출퇴근에 항상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 안 등에서 들고 다니며 해당 문서를 읽을 수는 없다. 노트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긴 하지만, 겨우 문서만을 보기 위해서 1~2kg가량의 무게를 가진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1. e북과 ePub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e북이다.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문서의 대표주자는 책 아니겠는가. 이렇게 책처럼 ‘들고 다니면서 문서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전자 기기’가 바로 e북이다. 바로, e북의 개념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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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e북 시대를 알린 아마존 킨들(Kindle)

e북을 들고 다니면서 책(문서)의 내용을 볼 수 있는 IT 기기라고 정의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저작권이다. 자, ‘책을 산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해당 작가와 그 작가의 글을 책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내 유통한 출판사에게 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잠시 음반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한 때 김건모나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유명 인기 가수의 음반은 100만 장 이상씩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게 100만 장이 팔리는 음반에 대한 수익 배분을 가수, 유통사, 제조사 등에서 나눠 가지며 시장은 발전하고 유지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어떤 음악을 듣기 위해서 대다수의 사람은 음반을 사는 것이 아니라 MP3와 같은 파일을 다운받고 그 파일을 재생 가능한 기기를 이용해 듣고 있다.

가수의 노래, 음악이 파일로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게 되면서 더는 음반을 살 필요가 없어졌다. 해당 파일만 다운받으면 되니까 말이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됨으로써 사람들은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모든 이들에게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로 말미암아 시장은 축소되고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어졌으며, 현재에 이르러 많은 가수들이 ‘불법 음원을 다운로드받지 맙시다’라고 외치고 다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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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원제작자협회에서 진행 중인 불법음원근절 캠페인, 불끈 운동

그래서 MP3에 저작권이 생겨났고, 해당 MP3를 공정한 대가를 받고 다운로드하게 해주는 웹 사이트들이 생겨났으며, 여러 자료를 다운로드받거나 즐길 수 있는 서비스 업체에서도 일정의 금액을 받아 저작권이 있는 자료에 지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방식이 완벽하게 자리잡았다고 하기는 조금 어렵고, 점차 인식이 전환되어 가고 있는 단계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불법 다운로드 문제는 비단 음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애니메이션, 기타 영상물 등 그 어떤 콘텐츠가 되었든 간에 PC를 통해 다운받아 실행할 수 있다면 불법 다운로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가수, 영화인,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불법 다운로드 방지 운동을 펼쳐도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e북용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ePub 이야기를 해보자. ePub란, 'electronic publication'의 약자로 우리 말로 번역하면 ‘전자 출판물’ 정도 되겠다. 이는 국제 디지털 출판 포럼(IDPF, International Digital Publishing Forum)에서 제정한 개방형 자유 전자서적 표준으로, 지난 2007년 9월에 전 세계 공식 표준으로 채택하였다. 기존의 각종 문서, 사진들을 ePub 방식으로 바꿔서 유통하여 저작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말이다.

기존 PDF, TXT, MS 오피스(doc, ppt, xls), HWP, jpg, png, bmp, gif 등과 같은 문서, 사진용 파일들을 ePub 방식으로 바꿔서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초반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었지만 이제는 ePub이 e북의 공식 표준으로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국내에 판매 중인 e북 기기 중에는 삼성 SNE-60, 인터파크 비스킷, 아이리버 스토리 등이 ePub를 지원하고 있다.

2. e-잉크란?

이러한 저작권 관련 문제 외에 e북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나왔던 것이 바로 디스플레이다. 노트북과 같은 기기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LCD 형식의 디스플레이는 오래도록 보고 있으면 백라이트 때문에 눈의 피로감이 심하고, LCD의 밝기보다 주변이 더 밝으면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휴대 IT 기기는 전원을 배터리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데, 배터리의 용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용시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트북을 예로 들어 보면 이러하다. 고성능의 노트북이 무거운 이유는 그 안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이 많아져서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고성능 부품일수록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용량이 큰 배터리가 필요해진다.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려면 그만큼 무게도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노트북의 무게도 증가한다.

e북 역시 마찬가지이다. 책 한 권정도의 무게를 가져야 하는 e북에 고용량의 배터리를 넣을 수는 없다. 하지만 LCD가 사용하는 소비전력은 적은 용량의 배터리로 충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용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 이를 대체할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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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LG 디스플레이의 e-잉크 디스플레이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새로 개발되어 현재 많은 e북의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e-잉크 디스플레이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두 개의 패널 사이에 검은색과 하얀색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하를 띄는 마이크로 캡슐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전기 자극에 의해 필요한 캡슐을 위쪽 패널에 붙이는 방식으로 검은색 그림이나 글자를 표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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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 e-잉크 디스플레이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데, 한 번 표시된 화면은 배터리를 빼더라도 그대로 유지가 된다는 점이다. 또한, 백라이트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아니고 주변의 광원을 통해 반사광으로 읽을 수가 있다.

이러한 e-잉크 디스플레이는 기존 백라이트 방식의 LCD 디스플레이가 가지는 단점을 한 번에 해결하게 해준다. 눈의 피로가 없으며, 전력소모 역시 극히 적어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 없게 된다. 적은 용량의 배터리로도 충분히 필요한 만큼의 사용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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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스토리

그래서 최근 나오는 e-잉크 디스플레이 e북의 사용 시간을 완충 시 볼 수 있는 페이지수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페이지를 표시할 때만 전력이 소모가 되고 그 외에는 거의 전력소모가 없기 때문인데, 예를 들자면 국내 e북인 인터파크의 비스킷 제품은 7,500 페이지, 아이리버 스토리는 9,000페이지 등과 같이 표기한다.


e북 관련 이슈는 올해 최대의 화두이다. 각 기업과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은 이러한 e북 관련 시장이 확대될수록 얻는 혜택은 많아질 것이다. 일단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e북용 콘텐츠는 인쇄물 형태의 책과 비교하여 제작 비용(종이, 잉크, 인쇄, 제본, 유통,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상품 단가도 낮출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콘텐츠를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좋고, 실물의 책과는 달리 많은 양을 보관, 휴대하기도 수월해진다(문서 파일의 용량은 상당히 적기 때문에 e북 하나를 들고 다니면 기존 책 수십, 수백, 수천의 책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e북의 또 다른 장점은 3G, 와이파이와 같은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쉽게 해당 콘텐츠를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것도 자동으로 내 손안의 e북에 직접 받아서 볼 수도 있다. 더 크게 생각해서 책을 만들기 위해 소모되는 종이 즉, 나무를 지킬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e북 시장은 국내에서 첫발을 내딛는 단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e북 기기용 콘텐츠가 그다지 많지는 않고,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e북 기기의 가격도 꽤 고가라고 느낄 법하다.

새로운 IT 기기는 그것이 정말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인지, 어떠한 기능의 물건인지, 가격은 적당한지 등을 알면 알수록 좋다. 잘 알 수도 없고 알기도 어렵다고 그냥 넘기지는 말자. 나이를 탓하지도 말자. 전 세계 e북 관련 기업 중 1위인 ‘아마존’의 2009년 자체 조사에서 자사의 e북 제품인 ‘킨들’의 구입자 중 40대 이상이 전체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e북은 분명히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탄생한 물건이다. 자, 아침저녁 출퇴근하며 신문이나 책을 들고 페이지 넘겨가며 힘들게 보지 말고, e북 하나로 이 모든 것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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