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크로스허브 김재설 대표, "아이디블록, 국경 없는 개인정보 인증을 위한 열쇠"
[IT동아 남시현 기자]
“기존의 모든 인증은 필요할 때마다 중앙화된 데이터에 인증을 요청해서 쓰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관리나 유지 보안에 늘 부담될 수밖에 없다. 반면 크로스허브의 아이디블록은 개인 스마트폰이 정보의 주체고, 블록체인 기술로 개인정보의 위변조를 확인한다. 이 기술을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재외국민의 개인인증부터 해외에서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우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본인인증 절차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며, 국제화를 가로막는 장벽에 가깝다. 한국에서 제대로 생활하려면 본인인증 절차가 필수며 이를 위해서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민에 맞춘 인증 절차를 구축하며 디지털 국경이 형성된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그 사람의 신원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본인인증이 더 쉬워지고 더 나아가 국경과 국적을 넘어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김재설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전 세계 인증 시장을 한데 엮으리라는 가능성을 보고서 지난해 글로벌 신원인증 및 간편 결제 서비스 기술 스타트업 ‘크로스허브’를 창업했다. 김재설 대표는 199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기획조정실로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온세텔레콤과 데이콤을 거쳐 LG유플러스 BS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고척돔, 부산시립미술관, 제주면세점등 60여 개 국내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ICT 사업을 진행했고, 행정안전부의 정부24 빅데이터 기반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 특급 개발자다. 김재설 대표가 20여 년에 걸쳐 쌓은 IT 현장 경험을 토대로 시작한 크로스허브의 주요 기술력과 시장 전략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디블록, 지역 활성화부터 글로벌 인증 통합까지 무엇이든 가능해
크로스허브는 2023년 충북과학기술혁신원에서 주관한 ‘BIC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으로 시작한다. 김재설 대표는 “당시 경진대회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외국인의 신원을 인증한 뒤 명예 시민증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명예 시민증을 받은 외국인이 지역 관광지를 가서 본인인증하면 할인 등을 제공하자는 취지였다”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2024년 5월에 크로스허브를 설립했고, 빠르게 기업성을 인정받아 1년 만에 5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창업 1년 만에 시드 투자 단계에서 50억 원을 유치한 경우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그 배경에는 100번 이상의 투자 유치 사업계획서(IR 덱)를 손본 김재설 대표의 노력이 숨어있다.

기존에도 블록체인 기술이나 자체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검증 가능한 자격 증명(VC), 탈중앙화 식별자(DIDs)를 지원하는 기술 기업은 많다. 김재설 대표는 기존 기업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경쟁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김재설 대표는 “우리의 핵심 사업은 글로벌 신원인증이 아니라 데이터 관리 방안이다. 기존의 모든 인증은 중앙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와 대조하는 중앙화 식별자 방식이다. 이 경우 해킹 등으로 인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도 발생할 수 있고 유지보수 등으로 인한 비용도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이디블록은 스마트폰 자체에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서버에서는 변조 여부만 확인한다. 이미 이 기술로 딥테크 팁스에 선정됐고 선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유하고 출원 중인 특허가 7개며, 미국과 베트남 등에서도 출원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블록의 기술은 최근 암호학에 등장한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방식이다. 영지식 증명은 정보 자체를 공유하지 않고도 그 정보에 기반한 어떤 사실은 진실임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저장된 생년월일로 사용자가 ‘19세 이상이다’라는 증명서를 생성한다. 이를 서버로 보내면 서버에서는 증명서의 유효성만 검증하면 19세 이상인지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19세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
김재설 대표는 “예를 들어 해외에서 간편 결제를 쓸 수 없는 이유는 개인정보나 금융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최근 월드 와이드 웹 컨소시엄(W3C)으로 관련 산업이 표준화되고 있다. 아이디블록을 접목하면 국경과 관계없는 신원 조회가 가능해져 전 세계 어디서든 자국에서 쓰던 간편 결제를 쓸 수 있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분야별 대표 도입사례 확보에 초점··· 은행 도입으로 빠른 확산 노려

김재설 대표는 서비스 도입 및 확산에 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최근 강원산학융합원과 외국인 유학생 관련 사업의 주요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재 유학생들이 D2 비자로는 지역 내 고용 문제를 해소하긴 어렵다. 이에 강원산학융합원이 외국인 유학생의 학기 중 취업을 대폭 허용하는 D2 롱스테이(LongStay) 비자 신설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라면서, “크로스허브는 앞으로 6년 간 국내 400여 개 대학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이끌며 외국인 유학생들의 개인정보 인증 및 관리를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입국 외국인 관리를 위해 울산항만공사와도 협력 중이다. “울산항에 외국 선원들이 입항하면 수기로 입국 절차를 진행한다. 그래서 아이디블록으로 사전에 개인인증을 진행한 뒤 QR코드를 받으면 QR 인증으로 바로 출입국이 자동화되는 체계도 만들고 있다. 항만은 물론 항공 등 외국인이 입출국하는 다양한 경로에 도입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아닌 시중은행을 공략하는 것도 김재설 대표의 방식이다. 김재설 대표는 “개별 기업에 아이디블록 도입을 제안하려면 그 수가 너무 많다. 따라서 기업은행과 우리은행과 개념증명(PoC)을 진행하고, 향후 도입되면 자연스레 일반 기업들이 쓰는 방식을 만들려 한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외국인들도 공동인증서처럼 아이디블록으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라고 한다.

해외 사업으로는 탈레스(Thales)와 글로벌기업 협업 진행, 일본 여행 기업 HIS와의 협업,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6 최고혁신상 수상 등을 꼽았다. 김재설 대표는 “탈레스의 디지털 보안 서비스인 IDS에 아이디블록을 탑재하는 개념증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여행 대기업 HIS와는 한국에서도 일본의 간편 인증을 지원해 양국의 여행 확산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설립 1년 차 스타트업이 제품이 아닌 무형 자산으로 CES 최고혁신상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김재설 대표는 “여러 지자체의 지원으로 CES에 참가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기존의 정형화된 데이터 관리 기법을 새로운 기술로 재창출하고, 글로벌 결제망의 숙원 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정받은 게 큰 것 같다. 최근 해외 국부펀드에서도 투자를 요청하는 등 사업 규모는 갈수록 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사업 확장에 탄력, 서울창경 지원도 한몫

크로스허브의 아이디블록이 그 가치를 인증받으며 정부에서도 과감한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김재설 대표는 “올해에만 지원 사업은 100여 건 이상 선정됐고, 해외진출 지원 사업도 30여 곳에 달한다. 장관상도 세 번이나 수상했다. 해외 출장마다 늘 계약이 성사됐고,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기틀도 마련 중이다. 전국 각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폭넓게 지원 중이며 이외에도 많은 기관에서 아이디블록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도 인연이 있다. 크로스허브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별 우수기업이 경쟁하는 ‘S.Challenge IR’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로 나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인 ILS 2025 (Innovation Leaders Summit)에도 한국 대표로 추천받아 일본을 찾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 기회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전략적 협업 관계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다각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크로스허브지만 사업은 늘 증명하는 일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김재설 대표는 “신생 기업이고, 시장에 없는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어서 상대 기업을 이해시키는 게 어렵다. 올해 40여 회 이상 해외에 나가 기술을 소개하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업계 관계자들과 신뢰를 쌓고 있다. 실적과 성과로 증명해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재설 대표는 올해, 그리고 내년 계획에 대해 말했다. 김재설 대표는 “설립 1년 만에 120만 달러(약 17억 6400만 원) 수출 계약도 맺었고, CES 2026 최고 혁신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딥테크 팁스에 선발되고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큰 성과다. 내년 초에는 CES 최고혁신상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미국 내 대학의 졸업증명서를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예정”이라면서, “개인정보 인증이 필요한 모든 산업으로 나아가고, 개인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기 주권 신원의 시대를 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