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농장 전력 절감 노하우” 레이닷, 현대건설과 아파트 스마트 조경 솔루션 개발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국내 스마트팜(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관리하는 농업 방식) 시장 규모는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소형 농가가 대다수인 국내 농업 환경에서 최소 500만 원부터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통합 솔루션 구축 비용은 큰 부담이다. 여기에 전력 의존도가 높은 시설의 경우, 치솟는 전기 요금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서율 레이닷 대표와 임직원 모습 / 출처=레이닷
서율 레이닷 대표와 임직원 모습 / 출처=레이닷

환경 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레이닷(laydot)은 자체 개발한 모듈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핵심 플랫폼 ‘그리드라이트(GridLight)’는 환경, 기상, 작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구역에서 보광등이 작동되도록 전력 사용을 최적화한다. 레이닷은 ▲팜로거(환경 데이터 수집 장치) ▲팜일루미니(광량 측정 장치) ▲팜그로브(원격 제어 장치) 등 세 가지 하드웨어 모듈을 개발했으며, 모든 장비를 그리드라이트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한다. 레이닷은 합리적인 비용의 보급형 스마트 장비로 중소 농가의 데이터 기반 농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

IoT 개발자 경력을 쌓은 서율 레이닷 대표는 직접 농장을 경험하며 높은 설비 비용을 체감했다. 현장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작고 저렴한 스마트툴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진 서율 대표는 “기존에는 사람이 수동으로 전등을 제어해 작물이 광포화 상태여도 불필요하게 전력이 소모됐다”며, “사람 대신 필요한 구역에만 빛을 제공해 전력 사용을 최적화하는 기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급형 스마트 모듈 조합…현장 맞춤 솔루션 구현

레이닷의 주요 솔루션 / 출처=레이닷
레이닷의 주요 솔루션 / 출처=레이닷

레이닷의 팜로거(Farm Logger)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 농장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기록하는 센서 장치다. 팜일루미니(Farm Illumini)는 실시간으로 일조량을 측정해 작물별 필요 광량을 계산하는 광량 측정 장치다. 팜그로브(Farm Grove)는 LED 보광등, 환기팬 등 각종 농장 장비를 원격 스케줄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원격 제어 장치다. 세 제품은 농부가 직접 설치·설정할 수 있을 만큼 사용이 쉽고, 따로 또는 결합해 맞춤형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다.

그리드라이트는 세 모듈을 통합해 농장 운영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올인원 솔루션이다. 환경, 광, 전력 제어 데이터를 복합 활용해 작물에 필요한 빛을 보충한다. 기존의 고정식·단순 시간 기반 보광 방식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해소한다. 서율 대표는 “내부 테스트 결과, 기존 대비 전력 사용량 및 비용을 41.7%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에서 전력 사용량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원격 제어와 알림 기능을 갖춰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하도록 돕는다.

특히 레이닷의 차별점은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에 있다. 기존 복합 환경 제어기는 5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이르는 높은 초기 투자비를 요구하는 반면, 레이닷은 ‘10만 원대로 도입 가능한 보급형 스마트 장비’를 제공해 농가의 도입 문턱을 낮췄다. 서율 대표는 “레이닷은 비싸서 보급이 어려운 솔루션 대신,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한다”며, “현장 상황에 맞춰 필요한 모듈만 조합할 수 있어 입문형으로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닷은 향후 하드웨어와 그리드라이트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 및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오늘은 흐리니 40분 더 보광하세요”와 같은 행동 추천형 서비스로 확장한다. 서율 대표는 “농가의 전력비 부담을 고려해 사용자가 감당할 수준의 현실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의사결정을 돕는다.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해 정교한 ‘데이터 농업’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현대건설과 도시 환경 관리 도전

레이닷은 현대건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으로 팜로거를 개조해 아파트 단지 내 적용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 출처=레이닷
레이닷은 현대건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으로 팜로거를 개조해 아파트 단지 내 적용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 출처=레이닷

레이닷은 농업 분야를 넘어 도시 조경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과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이 주최한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에서 현대건설과 협업 기회를 잡은 것이 그 시작점이다. 이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산림분야에서 협업 과제를 발굴하고, AI·빅데이터 등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개발을 추진한다. 현대건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며 스타트업과의 상생 협력 및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을 목표한다.

레이닷은 현대건설과 ‘스마트팜 기반 도심형 녹색 인프라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핵심 목표는 레이닷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조경·수목 관리용 생육(수분, 온도, 영양 상태)·환경 데이터 수집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것.

현대건설은 아파트 준공 직후 몇 년간 발생하는 유지관리 공백 문제로 수목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레이닷의 기술로 토양 수분, 일사량, 대기환경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 수목 상태를 파악하고 선제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율 대표는 “팜로거를 개조해 아파트 단지 내 적용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객관적인 수목 생육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지 관리 효율성을 높이며 자동화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율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레이닷 기술의 잠재력을 판단해 매칭을 주도했고, 양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농업 기술이 산림·임업 관리 체계로 진출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레이닷은 올해 12월까지 디바이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2026년 2월까지 고도화 및 안정화 후, 2026년 3~6월 현대건설 아파트 단지에서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융합 ICT·IoT 전문 기업으로의 도약 목표

레이닷의 그리드라이트 솔루션 / 출처=레이닷
레이닷의 그리드라이트 솔루션 / 출처=레이닷

2024년 설립된 레이닷은 1년 만에 팜로거, 팜그로브의 최소기능제품(MVP) 개발을 완료해 현재 전북, 김해 지역 농장에서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드라이트는 내년 상반기 베타 출시를 목표로 한다. 레이닷은 2025년 11월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레이닷의 추가 합류 멤버가 서울에서 경남으로 이주해 내년 밀양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전문 농업 교육을 받은 후, 모든 시설을 자체 기술로 운영하는 자체 농장을 오픈할 계획도 밝혔다.

레이닷은 농업용 스마트툴 시장을 확립하는 동시에, 센싱·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농업에서 검증받은 저비용 모듈형 센싱 및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해양, 도시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서율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은 농업에서 시작해 산림·조경·도시환경까지 확장할 수 있는 ICT·IoT 기술기업으로 가는 길을 제시해 준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업 방향의 일환으로, 레이닷은 에일릿의 무인 전당포 ‘전당포사나이’, ‘금GO’에 키오스크와 전력 절감 관리 기술과 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계약을 체결했다. 무인 공간의 불필요한 조명을 원격 제어하고 전력을 절감해 유지비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서울 대표는 “하드웨어는 범용적으로 유지하되, 작물이나 환경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고도화하는 전략을 통해 농업, 도시 조경을 넘어 축산업, 취미 산업 등 환경 데이터 수집과 원격 제어가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레이닷은 지리적 근접성과 농업 체계의 유사성을 가진 일본 시장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율 대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이 혁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불편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 역시 혁신”이라며, “아무리 좋아도 쓰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레이닷은 현장을 중심에 두고 사용자 입장에서 진짜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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