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업진흥원 “오픈이노베이션, 자원순환·탄소중립 등 ESG 가치 확산”
[IT동아 차주경 기자] 우리나라 국토의 약 70%는 산지다. 이 산지의 흙과 나무와 임산물을 활용하는 임산업은 꾸준히, 우직하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임산업의 범위가 복합임업경영과 휴양, 탄소흡수원 등으로 더욱 넓어졌다. 자연스레 다른 산업과 융합해 동반 성장하거나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례도 늘어난다. 이 경향을 가속화하고 우리나라 임산업의 양과 질을 모두 강화하는 곳이 한국임업진흥원이다.
한국임업진흥원은 2012년 문을 연 이후 우리나라 산림 데이터의 수집과 임업의 산업화에 매진했다. 2019년부터는 수집한 산림 데이터의 유통과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발굴 체계도 만들었다. 산림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다른 산업에 긍정 영향을 미칠 목적에서다. 그 사례로 건강보험공단 가명 데이터와 등산객 데이터를 가명정보 결합 분석,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이 병원 내원과 입원 일수가 적은 것(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한국임업진흥원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을 산림 데이터에 더해 새로운 효용을 내는 일에 매진한다. 산지의 지형 데이터와 날씨를 인공지능 분석,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 예측하고 위험도를 계산하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 공간 정보 인공지능 기업과 함께 산림의 고사목(죽은 나무)을 찾는 기술, 인도네시아 대규모 팜 농장의 인공지능 모니터링 기술도 연구 개발했다. 이 기술을 우리나라 국방 산업, 나아가 세계에 전파해 활용처를 찾는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들 산림 데이터의 효용을 증명한 주역은 한국임업진흥원 산림빅데이터산업실이다. 이 곳을 이끄는 전성기 실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이자 데이터거래사로 일하며 오랜 기간 데이터를 다뤘다. 전성기 실장을 만나 산림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과 업계와의 상생 정책, 발전 계획을 물었다.

전성기 실장은 우선 한국임업진흥원이 세운 ‘매쉬업 전략’을 소개했다. 산림청의 각종 데이터 조사와 임업 통계, 임산물 생산 통계와 임산도 조사 등 각종 산림 데이터를 다른 산업 부문에 전파해 새로운 사업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산림 탄소사업과 미세먼지 대응, 산림 활용, 산촌 관광과 치유 산업, 보험과 의료 등 산림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가능성은 고스란히 미래 신산업과 새로운 가치로 이어진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유한킴벌리·LG전자·현대건설과 함께 한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도 한국임업진흥원의 매쉬업 전략의 일환이다. 전성기 실장은 지금까지 보존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알려진 산림의 활용 방안과 가치를 찾기 위해, 나아가 산림 부문의 가치 사슬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협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산림이 가진 자원을 사업 영역으로 만들 역량, 의지를 가진 파트너 기업을 찾았다. 산림 데이터와 자원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거나 꿈꾸는 기업도 섭외했다. 물론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 등 세계 정부가 주목하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갖춘 곳도 환영했다. 이에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에 유망 스타트업 61개사가 모였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유한킴벌리·LG전자·현대건설과 함께 스타트업 4개사를 엄선, 함께 PoC(개념 증명)를 할 주제와 계획을 세운다.
유한킴벌리는 메타어스랩과 함께 ‘AI 기반 위성 자료를 활용한 산림복원 탄소저장 산출 기술로 조림 사업의 효과를 증명’하는 PoC를 진행했다. 유한킴벌리는 2003년부터 몽골에서 산림복원 사업을 펼쳤다. 이 곳의 위성 자료를 인공지능 분석해 산림의 탄소저장량 변화를 시각화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이 PoC 결과를 활용해 사회공헌 규모를 정량화하고, 조림 사업의 기후 관점 효과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LG전자는 다자요와 손 잡고 ‘산림 환경 내 스마트 코티지(주택)를 활용한 탄소 중립, RE100 실증과 새로운 고객가치경험 발굴’을 함께 했다. 옮기기 쉽고 산림 훼손을 최소화해 설치 가능한 스마트 코티지는 활용 범위가 넓다. 숙박 시설은 물론 일과 생활의 양립을 돕는 스마트 워케이션 기반, 산불이나 재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에게 제공할 임시 숙소, 콘텐츠형 공간 브랜딩의 무대 등이다. 양사는 PoC의 일환으로 제주, 김제에서 스마트 코티지를 실증 중이다.
현대건설은 레이닷과 세이브트리 두 곳을 파트너로 선정했다. 레이닷과는 ‘스마트 조경·수목 관리용 생육·환경 데이터 수집 기기 개발’을, 세이브트리와는 ‘공동주택 스마트 수목관리 통합 설루션 시험 모델 개발’을 각각 진행했다. 이 PoC는 수목 생육 이력 데이터와 자동화 프로세스, 수목 품질 모니터링과 유지관리 예측 등 다양한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성기 실장은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참가 기업들이 협업을 고도화하고 상승 효과를 더욱 잘 내도록 이끈 덕분에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을 연구 개발해도 사업화와 부가가치 창출로 잘 이어가지 못했던 기존 산림 산업계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찾았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산림 산업계에 기술 개발-사업화-가치 창출-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청사진도 그렸다.
한국임업진흥원은 2025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참여 기업들이 거둔 성과를 널리 보급하는 한편, 이 성과가 또 다른 산림 산업의 탄생 혹은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연계한다. 여기에 필요한 산림 데이터도 제공한다. 나아가 온실가스 레드플러스(개발도상국의 산림 산업을 지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 감축 사업)와 같은 세계 규모의 산림 사업에도 힘을 보탠다. 본업인 산림 데이터의 연구와 사업화도 가속한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효용을 가져다줄 산림 자원의 발굴도 한국임업진흥원의 목표다.

전성기 실장은 “산림 산업은 다른 산업에 다양한 긍정 효과를 전파한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지금까지 모은 산림 데이터를 활용해 이 긍정 효과를 더 널리 보급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나아가 우리나라 산림 산업계와 구성원들이 성장을 거듭해 세계 기후 변화를 선도하는 주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