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나무 심는 활동도 과학으로 증명…오픈이노베이션 성과”

김동진

[IT동아 김동진 기자]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조직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아 성과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50년 넘게 생활용품을 만들며 건강한 일상과 숲 조성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 유한킴벌리 역시 조직 안팎으로 시너지 창출을 시도한다. 이 기업은 최근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손잡고 조직의 사회공헌 활동에 기술을 접목 중이다. 박윤재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윤재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 팀장 / 출처=IT동아
박윤재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 팀장 / 출처=IT동아

유한킴벌리, 메타어스랩과 함께 숲의 탄소저장 능력 정량화 나서

박윤재 팀장은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일방적으로 스타트업이 우리의 기준을 맞추도록 요구하는 게 아니라, 유한킴벌리 역시도 스타트업의 기준에 다가가기 위해 변화과 노력을 기울여 혁신적인 제품 론칭을 목표로 삼는 것”이라며 “일례로 스타트업 뷰니브랩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집에서도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질 마이크로바이옴 자가검사 키트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기존에는 면봉을 체내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검사가 불편했는데, 유한킴벌리가 패드의 물성부터 라인 생산까지 적극 조정하며 착용형 라이너에서 바로 검체를 채취하도록 제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가 뷰니브랩과 협업해 선보인 질 마이크로바이옴 자가검사 키트 / 출처=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가 뷰니브랩과 협업해 선보인 질 마이크로바이옴 자가검사 키트 / 출처=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했지만, 적절한 스타트업 풀을 찾거나 초기 펀딩 구조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23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서울창경)의 초청으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데이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박윤재 팀장은 “유한킴벌리는 지난 40여 년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이어오며 ESG 경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일례로 우리는 1984년부터 꾸준히 국내외 국공유림에 나무심기 캠페인을 펼쳤다. 특히 대규모 산불로 심각한 사막화가 진행 중이었던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지금까지 1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이 활동으로 얼마나 탄소가 줄었는지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싶은 니즈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가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조성한 숲 / 출처=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가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 조성한 숲 / 출처=유한킴벌리

그는 이어 “이같은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서울창경이 운영하는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 혁신 기술 발굴을 추진했다. 주관기관인 산림청 산하 임업진흥원은 유한킴벌리가 알기 어려웠던 산림·임업 분야 스타트업과 기술을 소개하며 협업 가능성을 넓혀줬다. 다양한 임업 기술과 CO₂ 정량화 모델, 위성 분석 역량을 가진 팀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심도있는 조언을 해 줬다. 덕분에 AI 기술과 과학 데이터를 ‘지도와 숫자’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메타어스랩(MetaEarth Lab.)을 최종 파트너로 선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와 메타어스랩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핵심은 ‘정량화’다.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었다’가 아니라, ‘얼마나 탄소를 저장했고, 생태계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데이터로 증명하는 작업이다.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메타어스랩은 기상·환경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으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유한킴벌리가 조성한 몽골 토진나르스 숲의 탄소저장량 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위성 이미지, 적외선 데이터, AI 기반 탄소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과업을 수행 중이다.

AI기반 위성자료를 활용해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의 산림복원 과정을 시각화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AI기반 위성자료를 활용해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의 산림복원 과정을 시각화한 모습 / 출처=메타어스랩

박윤재 팀장은 “메타어스랩은 학계의 깊이 있는 방법론과 스타트업의 속도를 동시에 가진 팀이다. 우리가 가진 ‘브랜드·제조·품질 역량’과 그들의 ‘데이터·기술·실험정신’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이 열렸다”며 “내년 4월쯤이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링크에서 누적 탄소효과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웹 기반 지도 형태의 결과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결과물은 향후 기업의 탄소배출권 인정 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초 자료가 될 뿐 아니라, 나무를 심는 행위가 지구를 얼마나 변화시키는지 대중에게 알려주는 유용한 교육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창경이 연결한 ‘삼각 협업’…혁신 촉진의 배경

박윤재 팀장은 2025년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창경을 통해 산림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과제를 정하고 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기업과 스타트업, 정부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맞물려 움직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창경은 ‘연결자·조정자·촉진자’ 역할을 했다”며 “시장 수요와 기술을 연결하고, 솔루션 도출에 필요한 지원금·프로그램·네트워크라는 촉진제를 더하면서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과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대기업이 그 기술을 사업화하며 모두에게 윈-윈-윈이 되는 구조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 과제를 수행하며 겪는 현실적인 제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윤재 팀장은 “정부 매칭 기반의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하면, 지원 자금 집행 후 약 6개월 안에 PoC부터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 후 이듬해 상반기 안에 사업성까지 증명해야 한다. 이 짧은 시간에 파일럿부터 재무적 임팩트까지 보여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단년도 과제가 아닌, 다년·단계별 펀딩 구조(PoC→Pilot→Scale-up) 도입이 필요하다. 성과가 검증된 팀에는 차등적인 기간과 예산,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도 있다. 기업은 조직 안에서 환경이나 사회적 임팩트를 위한 활동을 KPI로 측정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변화는 유사 활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당장의 매출보다 장기적 임팩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팀의 향후 계획을 들었다.

박윤재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 팀장 / 출처=IT동아
박윤재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 팀장 / 출처=IT동아

박윤재 팀장은 “유한킴벌리 오픈이노베이션팀은 향후 ▲여성의 편안한 일상 ▲시니어 삶의 안녕감 ▲영유아의 미세 신호를 파악하는 기술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이는 기존 생활용품을 넘어 소재·디지털 헬스·신규 비즈니스 모델까지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조직 안팎으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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