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스토리지 "이젠 GPU 확보 넘어 AI 활용성 향상이 승부처"
[IT동아 김영우 기자] "올해 국내에서는 젠슨 황이 와서 GPU를 26만 장 팔고 갔다. 내년부터는 확보한 GPU로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만드는 게 화두가 될 것이다."
12월 2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퓨어스토리지코리아의 연말 미디어 행사. 전인호 지사장은 2026년 IT 업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인 퓨어스토리지는 이날 행사에서 내년도 기술 및 비즈니스 트렌드에 대한 자사의 분석을 공유했다.
전 지사장은 회사의 실적 현황도 간략히 소개했다. Q2FY26(2024년 5월~7월) 기준 총 매출 8억6100만 달러(전년 대비 13% 증가), 서브스크립션 ARR 18억 달러(전년 대비 18% 증가) 등의 수치를 언급하며,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트너가 올해 새롭게 발표한 '인프라스트럭처 컨섬션 서비스' 부문 평가에서도 리더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6년 비즈니스 전망... AI 활용·데이터 주권·구독 모델
전 지사장은 2026년 비즈니스 전망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AI 트렌드의 변화다. "모델도 누군가가 다 만든 것을 가져오고, GPU도 다 똑같다"며 "결국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금융이면 리스크 관리나 사기 탐지, 보안 등 자기 환경에 맞춰 어떤 비즈니스 결과를 빠르게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AI를 얼마나 빠르게 비즈니스에 적용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는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70~80%가 해외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각 지역에 맞춘 데이터 주권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에 있는 AWS 데이터센터를 예로 들어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있어도 데이터 주권이 한국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구독 모델의 확산이다. "경제 불확실성과 빠른 AI 변화 속에서 CAPEX 방식은 너무 고정적"이라며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도 구독형 모델이 어느 정도 대세로 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네 번째는 기업의 다각화 전략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CEO, CFO들은 다중 시장 공급망, 다중 클라우드, 다중 채널 전략 등 모든 것을 다각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다섯 번째는 에너지 효율성이다.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도 AI를 모으려면 전력 효율화가 필수"라며 스토리지를 올 플래시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 시장의 변화, 격리 복구 환경에 주목할 만
이어 김영석 상무가 2026년 기술 전망을 발표했다. 그는 AI 데이터 전략의 변화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동안 오픈된 공간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가져오는 데 집중했지만, 이제 쓸 만한 데이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2026년부터는 레거시 시스템에 잠들어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프라이버시 제약이 있는 영역은 합성 데이터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셋 관리다. "여러 곳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복제해 쓰면서 데이터가 중복되고 변형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변하지 않는 오리지널 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가상화 시장의 변화다. "브로드컴과 VM웨어 합병이 3~4년 전인데, 당시 라이선스가 2~3배 올라 고객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실제로 탈피한 곳은 많지 않았다"고 회상한 김 상무는 "3~4년간 누적된 피로도와 함께 비용 및 복잡성의 증가, 그리고 벤더 락인(특정 업체에 종속) 심화로 2026년부터는 실제 실행 단계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지사장은 "소프트웨어 계약 갱신이 보통 3년인데, 처음엔 대안이 없어 재계약했지만 다음번엔 다르게 하겠다고 준비했던 시기가 돌아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는 격리 복구 환경(IRE, Isolated Recovery Environment)이다. 김 상무는 "랜섬웨어 증가와 규제 강화로 복구 보장이 의무적 요소가 되고 있다"며 "미국 FBI는 랜섬웨어 공격을 9·11 테러와 같은 최고 등급의 위협으로 정의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퓨어스토리지는 올해 주요 기술 혁신으로 AI 워크로드용 플래시블레이드//EXA, AWS·Azure에서 사용 가능한 퓨어 스토리지 클라우드,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를 넘나드는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 비전 등을비롯한 자사의 솔루션을 소개했다.
불확실성 시대, 유연성 확보가 관건
이날 행사는 스토리지 업계가 바라보는 2026년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AI 하드웨어 확보에서 활용으로, 데이터 주권 이해의 중요성, 구독 모델 확산, 기업의 다각화 전략, 에너지 효율화 등 제시된 다섯 가지 비즈니스 전망은 모두 '불확실성 속 유연성 확보'라는 공통 주제로 수렴됐다.
기술 측면에서도 오픈 데이터 고갈에 따른 레거시 데이터 활용, 데이터셋 관리 중요성, 가상화 시장 변화, 랜섬웨어 대응을 위한 격리 복구 환경 등 네 가지 전망은 데이터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이는 한 스토리지 업체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움직임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AI 데이터 전략이나 가상화 시장 변화가 전망대로 진행될지는 내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