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전면에 AI 내세운 이통3사, 차세대 네트워크 청사진은?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전망하는 6G 상용화 목표 시기가 5년 내로 다가오면서 차세대 통신 경쟁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6G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빠른 속도에 있지 않다. 네트워크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며, 주변 환경까지 인지하는 ‘AI 네이티브 구조(AI-Native architecture, AI가 핵심 구성 요소로 내재된 아키텍처)’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6G 시대에 수천억 대의 스마트폰, 센서, 카메라, 로봇, 자율주행차와 원활하게 연결되려면 기본적으로 AI와 통합돼야 한다.

엔비디아와 KT를 포함한 국내 6개사 업무협약식 모습 / 출처=KT
엔비디아와 KT를 포함한 국내 6개사 업무협약식 모습 / 출처=KT

6G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로 인공지능 기반 무선접속망(Artificial Intelligence Radio Access Network, 이하 AI-RAN)이 있다. AI-RAN은 기지국과 네트워크 서버 사이에 오가는 트래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네트워크 환경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통신망 기술이다. 쉽게 말해 예전 기지국이 전파만 전송하는 역할이었다면, AI-RAN은 AI가 기지국 운영을 스스로 하며 통신 품질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6G 상용화의 필수 요소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세계 ICT 기업들은 AI-RAN의 표준화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MWC2024에서 공식 출범한 ‘AI-RAN 얼라이언스’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ARM,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국내 이통3사, ETRI,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 다양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이 협력체는 AI와 무선통신 기술 융합을 통해 6G 기술 연구와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이통3사, 엔비디아와 AI 네트워크 업무협약 체결

국내 이통3사도 AI-RAN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T, KT, LG유플러스, ETRI, 연세대 등은 AI-RAN 기술의 공동 연구·실증·표준화를 위한 다자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을 ‘AI-RAN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AI-RAN 기술 상용화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공동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AI-RAN 연구 개발을 위한 시온나 리서치 키트를 제공한다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는 AI-RAN 연구 개발을 위한 시온나 리서치 키트를 제공한다 / 출처=엔비디아

특히 엔비디아는 개발되는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고성능 연산 장비와 더불어 무선망을 가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지원한다. 에리얼 옴니버스(Aerial Omniverse) 디지털 트윈, 에리얼 커머셜 테스트베드 장비, 시온나(Sionna) 1.0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엔비디아 젯슨(Jetson)의 시온나 리서치 키트 등을 제공해 AI-RAN 개발에 필수적인 기반을 마련한다.

KT, 상용 5G망에 AI-RAN 적용

KT는 지난 9월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한 ‘사용자 맞춤형 이동성·연결 안정화’ 기술을 워킹그룹의 신규 연구 안건으로 제안해 채택되는 성과를 확보했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이동 경로와 네트워크 환경을 AI로 실시간 분석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용자별 최적 네트워크 설정을 자동 적용한다. 기존 셀 단위 설정의 한계를 극복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 품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KT는 지난 8월 국내 최초 상용 5G망에 AI-RAN 기술을 적용해 고객 체감 속도 품질 개선을 검증한 바 있다. 아시아 최대 통신사업자 전략 협의체인 SCFA(Strateg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를 통해 NTT 도코모, 차이나모바일 등과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연구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SKT-삼성전자, AI-RAN 기술 공동 개발 착수

SKT와 삼성전자가 AI-RAN 공동 연구를 본격화한다고 17일 밝혔다 / 출처=SKT
SKT와 삼성전자가 AI-RAN 공동 연구를 본격화한다고 17일 밝혔다 / 출처=SKT

SKT는 지난 26일 삼성전자와 AI 기반 무선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양사는 6G의 근간이 되는 ▲AI 기반 채널 추정 기술(음영 지역에서도 AI가 왜곡된 신호를 예측·보정해 정확한 데이터를 전송) ▲분산형 MIMO 송수신 기술(여러 기지국·안테나가 협력해 밀집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초고속 통신 구현) ▲AI-RAN 코어·스케줄러 기술(네트워크가 데이터 전송 지머과 경로를 스스로 판단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 등 기술을 함께 연구 및 실증한다.

SKT는 전국망 네트워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제공을 맡는다. 삼성리서치는 AI 모델 개발과 알고리즘 고도화를 이끌며 기술 완성도를 높인다. 양사는 지난 6월 핀란드 에스푸 총회에서 AI 기반 채널 추정 기술을 공동 제안해 승인받았다. 한편 SKT는 2023년 6G 백서를 발간했다.

LG유플러스, 통신-센싱 융합 기술 제시

LG유플러스는 통신·센싱 융합 기술(ISAC)을 주제로 ‘2025년 6G 백서’를 발간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통신·센싱 융합 기술(ISAC)을 주제로 ‘2025년 6G 백서’를 발간했다 /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도 AI-RAN 얼라이언스에 합류해 글로벌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6G 시대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인 통신·센싱 융합 기술(ISAC; 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발간한 6G 백서로 ‘2025년 6G 백서’를 지난 17일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네트워크가 단순한 연결을 넘어 환경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ISAC은 기지국 자체가 센서처럼 작동해 스마트폰이 없는 보행자, 도로 장애물, 공장 설비의 미세 진동까지 통신망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통신이 단순히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을 넘어 주변을 ‘보고 느끼는’ 센서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기술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증강현실(XR) 등 미래 산업 영역으로 확장 가능하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서비스형 센싱(Sensing-as-a-Service) 모델이 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팩토리에서 로봇과 작업자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사례다. 또한 기술적 기반으로 ▲통신·센싱 융합을 위한 물리채널 설계 ▲AI 기반 자원 최적화 ▲차세대 RF 및 안테나 기술 ▲센싱 전용 시스템 아키텍처 ▲AI/머신러닝 기반 예측 기술 등을 제시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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