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망고슬래브 “AI 점자 프린터 네모닉 닷 CES 최고혁신상, 시각장애 벽 허물 것”

[IT동아 차주경 기자]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7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망고슬래브’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모였다. 이들이 선보인 제품은 스마트 기기로 쓴 메모를 점착식 용지에 인쇄하는 휴대용 프린터 ‘네모닉(Nemonic)’이다. 업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자연스레 융합했다’며 이 제품을 좋게 평가했다.

9년이 지난 2026년, 망고슬래브는 다시 한 번 CES 최고혁신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누구나 점자를 손쉽게 인쇄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인공지능 휴대용 점자 프린터 ‘네모닉 닷(Nemonic DOT)’을 앞세워서다. 이 제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융합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허무는 혁신을 발휘할 제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은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 / 출처=망고슬래브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은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 / 출처=망고슬래브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의 겉모습은 휴대용 사진 프린터와 흡사하다. 하지만, 사용법과 결과물은 사뭇 독특하다. 이름이 같은 전용 앱을 스마트 기기에 설치한 후 인쇄할 단어를 ‘목소리’로 말하면, 네모닉 닷이 단어를 ‘점자’로 자동 변환해 ‘다양한 용지’에 인쇄한다. 전용 앱도 목소리로 활성화한다.

이전에도 휴대용 점자 프린터가 있었지만, 쓰기 불편한 점이 많았다. 먼저 조작계가 점자여서 점자를 아는 사람만 사용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조작계의 한계 때문에 일부 나라에서 쓰는 8행 점자는 입력이 불가능했다. 종이에 점자를 인쇄하는 식인데, 인쇄된 점자의 높이가 국가별 평균인 0.6mm에 미치지 못해 제대로 판독하기 어렵거나 사용 중 훼손되는 경우도 잦았다.

네모닉 닷은 목소리를 인식해 점자를 출력한다 / 출처=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목소리를 인식해 점자를 출력한다 / 출처=망고슬래브

반면,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조작계 없이 목소리로 인쇄할 단어를 입력하는 구조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점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사용 가능하다. 널리 쓰이는 6행 점자와 8행 점자 모두 지원하며,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 라벨에도 인쇄 가능하다. 점자 높이를 0.6mm으로 균일하게 인쇄하니 판독도 쉽다.

망고슬래브가 네모닉 닷을 구상하고 개발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2023년 조달청의 제2차 점자발전 기본계획을 보고 점자 프린터와 네모닉을 융합한 신제품을 구상했다. 이 구상이 이철희 약사와 만난 직후 한결 선명해졌다고 말한다. 점자를 번역하고 교정하는 점역교정사이기도 한 이철희 약사는 의약품에 점자 라벨을 붙여 기부하는 활동을 벌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다. 의약품에 점자를 표기하는 규정이 있기는 했지만, 유통 과정에서 점자가 훼손돼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읽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네모닉 닷을 소개하는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 / 출처=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을 소개하는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 / 출처=망고슬래브

이철희 약사는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전문의약품에도 점자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늘 주장한다. 몇몇 전문의약품의 경우 성분 특성상 만지면 안되는 의약품이 있는데, 시각장애인은 이를 구분할 수 없다. 보호자나 가족이 늘 시각장애인의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약을 복용하려면 점자 표기는 필수다. 조제된 약에 점자 라벨을 붙이려면 약사가 직접 점자를 인쇄해야 했다. 게다가 기존 점자 프린터는 약국 전산 프로그램과 연동이 되지 않는다. 즉, 약사가 점자를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이철희 약사는 기존 체계로는 복약지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이어 정용수 대표는 약사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쓰기 쉬운 점자 프린터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시각장애인들은 조제 약뿐만 아니라 조리 양념, 화장품 등 생활 용품 전반을 구분하기 위해 점자 라벨을 쓴다. 아파트 출입문과 계단, 월패드도 그렇다. 하지만, 이 때 쓸 점자 프린터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점자 라벨을 만들려면 꼭 점자를 알아야 하기에, 보호자나 비장애인은 점자 라벨을 만들기 어려웠던 점이다.

플로그앤플레이써밋에서 네모닉 닷을 소개하는 망고슬래브 / 출처=망고슬래브
플로그앤플레이써밋에서 네모닉 닷을 소개하는 망고슬래브 / 출처=망고슬래브

휴대용 점자 프린터라는 시장의 요구를 파악한 정용수 대표는 네모닉 닷의 구상을 개념으로 굳힌다. 점자를 알든 모르든 누구나 손쉽게 점자를 인쇄해 조제 약과 생활 용품과 실내외 곳곳에 붙이도록 돕는 제품,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유용하게 쓸 제품이다. 이어 그는 관련 특허와 경쟁 제품을 파악하고 네모닉 닷의 구조를 고안한다.

정용수 대표를 포함한 망고슬래브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를, 프린팅사업부에서 인쇄 구조를 오랜 기간 연구한 경력을 가졌다. 덕분에 네모닉 닷 고유의 인공지능 자연어 음성 인식과 점자 코드 변환 기능, 자동차 엔진 구조에서 착안한 고유의 점자 인쇄 기능이 탄생했다.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부피가 적다. 내장 배터리도 가져 늘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한 순간 바로 점자 라벨을 간편하게 인쇄 가능하다. 플라스틱, 금속(무독성 구리 소재) 라벨에도 점자를 인쇄 가능한 장점도 가졌다. 현관 문이나 야외 구조물에 붙일 점자 라벨은 견고해야 한다. 종이 라벨은 금방 훼손되지만, 플라스틱이나 금속 라벨은 튼튼해 장시간 사용 가능하다. 점자 인쇄 높이도 높아 훼손 우려가 적고, 늘 쉽게 판독하도록 돕는 장점도 있다.

네모닉 닷은 목소리를 인식해 점자를 출력한다 / 출처=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목소리를 인식해 점자를 출력한다 / 출처=망고슬래브

무엇보다, 이 제품은 누구나 목소리만으로 점자를 인쇄하도록 돕는다. 쓰기 편할뿐만 아니라 점자를 아예 몰라도 활용 가능하다. 물론, 전용 앱에 타이핑해 점자 라벨을 인쇄하는 것도 된다. 자연스레 점자의 활용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

망고슬래브는 최고혁신상 수상자 자격으로 네모닉 닷을 CES 2026에 전시한다. 성남시와 함께 CES 성남관에 전시장도 마련한다. 이어 2026년 상반기에는 이 제품을 우리나라 내외 시장에 정식 판매할 목표를 세웠다. 정용수 대표가 우선 바라보는 시장은 약국과 병원, 공공기관이다.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을 구비한 약국은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조제 약에 점자를 넣어 시각장애인들이 한결 손쉽게 복용하도록 도울 것이다. 병원의 환자 투약 지도, 환자의 정보 점자 표기도 그렇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사물이나 공간에 언제든지 손쉽게 점자 라벨을 인쇄해 부착 가능한 덕분이다.

망고슬래브는 기존 시스템과 원활히 연동하도록 네모닷의 API를 개방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 제품은 리테일, 물류와 재고 관리 등 라벨을 쓰는 모든 산업 부문에 점자 라벨이라는 차별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아파트 출입문이나 월패드, 키오스크에 점자를 더할 때에도 활약할 것이다.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은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 / 출처=망고슬래브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은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 / 출처=망고슬래브

망고슬래브는 네모닉 닷을 세계에 보급해 새로운 점자의 시대를 열 계획을 세웠다. 누구든지 필요한 때 바로 점자를 만들고 손쉽게 이용하며 소통하는 시대, 점자가 하나의 통용 언어처럼 쓰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장벽이 사라진 시대다. 이를 위해 네모닉 닷을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 곳곳의 사회 기반 시설이 점자를 통합하도록 돕는 매개물로 만들려 한다.

정용수 대표는 “망고슬래브 네모닉 닷은 점자를 보조 도구에서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혁신 제품이다. 이 제품을 우리나라와 세계에 보급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겠다. 나아가 점자가 배려가 아닌 일상의 표준, 일상의 언어로 자리잡은 세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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