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렘코 “압연 롤 리사이클링으로 지속 가능한 철강 산업 이끌 것” [SBA 초격차]

강형석 redbk@itdonga.com

[SBA x IT동아] 서울경제진흥원(SBA)은 10대 초격차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대·중견 기업을 연결해 동반 성장하도록 이끄는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주도합니다.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토대로 세계에서 활약할 유망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과를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자동차부터 조선, 건설, 기계에 이르기까지 현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강 생산량은 2024년 기준 6355만 톤으로 세계 6위 규모다. 하지만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철강 산업은 현재 ‘탄소 중립’이라는 과제 앞에 놓였다. 전 세계적인 탄소 규제 강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이 철강 산업에도 미친 것이다.

철강 산업은 제조 공정 특성상 에너지를 소비하고,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 업계가 2024년에 배출한 온실가스는 약 6억 5140만 톤으로 전체 15%를 차지한다. 화석 연료를 태워 쇳물을 만드는 고로 대신 전기를 활용하는 전기로를 채용하는 추세지만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업계는 철강 제조 과정에 쓰는 부품인 ‘압연 롤(Rolling Roll)’의 활용에 주목한다. 압연은 회전하는 두 롤 사이에 금속 재료를 통과시켜,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가공 방법이다. 가공 과정에서 롤은 고열과 압력에 노출된다. 고강도 롤이라도 반복적인 공정을 거치면 표면이 마모되고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수명을 다한 롤은 폐기 처분된다. 국내 제철소에서만 매년 약 18만 톤에 달하는 폐 압연 롤이 발생한다. 폐기된 압연 롤은 재처리하기 위해 다시 용광로에 넣어 녹인다. 이 때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임시우 포렘코 대표 / 출처=포렘코
임시우 포렘코 대표 / 출처=포렘코

모두가 폐기물로 치부하던 낡은 압연 롤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기업이 있다. 압연 롤 리사이클링 기업 ‘포렘코(POREMCO)’다. 포렘코는 폐기될 운명인 압연 롤을 수거, 정밀 가공 기술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성능은 신품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였다. 포렘코의 기술은 보수적인 철강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포렘코는 어떻게 압연 롤 리사이클링 분야에 도전하게 됐을까? 임시우(Si-Woo, Yim) 포렘코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36년 철강 외길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다

“철강 업계에서 압연 롤 관련 업무를 담당했어요.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나면 그대로 폐기되는 롤을 보면서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사용한 롤이지만 적절히 가공하면 충분히 재활용 가능합니다.

임시우 대표는 36년간 철강 업계에서 압연 롤 관리를 총괄했던 전문가다. 그는 현장에서 불필요하게 교체되는 압연 롤을 활용하면 탄소중립과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포렘코를 설립했다. 주목한 부분은 폐기 압연 롤의 재활용 가능성이다. 연간 18만 톤 가량 발생하는 폐기 압연 롤 중 6만 톤은 재활용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 전반에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테크 기업으로써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것과 동시에 철강 산업의 원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이에 포렘코는 폐기 압연 롤을 수거해 재가공하는 ‘에코 롤(Eco-Roll)’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폐 압연 롤을 수거한 후, 재가공과 초음파 탐상 검사를 거쳐 에코 롤로 재탄생된다 / 출처=포렘코
폐 압연 롤을 수거한 후, 재가공과 초음파 탐상 검사를 거쳐 에코 롤로 재탄생된다 / 출처=포렘코

포렘코가 압연 롤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제철소에서 폐기 예정인 압연 롤을 수거해 검사와 재가공 과정을 거쳐 작은 크기로 만든다. 재가공된 롤은 다른 압연 라인에 활용한다.

에코롤의 차별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임시우 대표는 "신품 대비 약 40%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 한 번 제조된 롤을 재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재료 비용이 들지 않죠. 성능은 신품과 동일한 수준입니다"라고 말했다. 납기 단축도 강점으로 꼽는다. 압연 롤은 부피가 커 신품 제조 시 통상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반면 포렘코의 에코 롤은 주조 과정이 필요 없어 3개월이면 완성된다. 납기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에코 롤은 업사이클링 제품이기에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 포렘코는 초음파 탐상 검사를 4차례 실시하며 갈라짐, 내구성 등을 파악한다. 임시우 대표는 "폐기 롤을 수거하면 가장 먼저 초음파 검사를 해요. 결함이 발견되면 즉시 폐기 처리합니다. 이후 가공 공정을 거칠 때마다 초음파 검사를 반복하죠. 열처리 과정에서 내부 크랙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최종 출고 전에도 다시 한번 검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은 포렘코의 핵심 경쟁력이다. 재생 롤을 사용했다가 롤이 부러지는 등 문제를 겪은 제철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어려운 철강 업계, 비용 절감으로 도움줄 것

에코 롤을 개발한 임시우 대표의 고민은 국내 철강 산업의 어려움과 실증 데이터 확보다. 현재 철강 산업은 위기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철강에 나선 상황이다. 품질은 아직 국내 제철소가 우위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추격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포렘코는 에코롤이 환경 문제 극복 외에도 국내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임시우 대표는 "압연롤은 제철소에서 전략 자재로 분류돼요. 이 비용을 줄이면 전체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집니다. 8000억 원 규모인 국내 압연 롤 시장에서 에코롤이 10%만 사용돼도 제철소는 30~40%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포렘코는 국내 철강 대기업과 제품 실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 출처=포렘코
포렘코는 국내 철강 대기업과 제품 실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 출처=포렘코

온실가스, 탄소 배출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폐기 롤을 용광로에 넣지 않으면 그만큼 탄소 배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포렘코는 국내 대형 철강 그룹사를 통해 에코 롤을 테스트 중이다. 2025년 6월, 에코 롤 4세트를 납품했고 테스트는 약 80% 진행됐다. 테스트 결과는 2025년 12월, 또는 2026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포렘코는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에코 롤 판매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실증 데이터는 포렘코에게 중요하다. 임시우 대표는 "재생 롤에 대한 선입견이 강해요. 재생 롤을 써봤는데 금방 깨지더라, 위험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죠. 대기업을 통해 긍정적인 테스트 결과가 나온다면 그게 곧 레퍼런스가 됩니다. 영업 측면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포렘코는 에코 롤 사업 외에도 압연 롤 부산물 재활용 사업도 구상 중이다. 압연 롤을 연마할 때 발생하는 연마 부산물을 수거해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부산물에는 니켈, 바나듐, 몰리브덴 같은 고가의 합금 성분이 포함됐다. 부산물을 모아 분리한 후, 칩 형태나 가루 형태로 만들어 원료로 납품하면 자원 순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게 임시우 대표의 설명이다.

전 세계 제철소에 에코롤 공급을 목표로

포렘코는 에코 롤로 전 세계 철강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먼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매출을 냈다. 이어 유럽, 미국, 일본 등 철강 선진국의 문을 두드린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인 만큼, 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에코 롤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철강 관련 전시회와 홍보 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포렘코는 국내외 철강 관련 전시회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으며, 지원 기관에서 제공하는 홍보 프로그램도 참여 중이다.

포렘코는 압연 롤 부산물에서 합금 성분을 추출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 출처=포렘코
포렘코는 압연 롤 부산물에서 합금 성분을 추출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 출처=포렘코

포렘코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초격차 개방형 혁신 홍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격차 선정기업의 효과적인 홍보 지원을 통해 기업의 대외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사업이다. 포렘코는 해외 판로 개척에 필요한 네트워크 지원을 받았다. 시제품 제작부터 원자재 구입까지 실질적인 지원도 제공됐다. 임시우 대표는 “SBA 초격차 개방형 혁신 홍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에코 롤의 품질 향상 및 판로 개척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포렘코가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포렘코는 '푸른 내일, 새로운 가치 창출(Green Tomorrow, Creating New Value)'이라는 표어 아래,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구 한 구석에서 빗자루질 하는 마음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가치 있게 되살려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포렘코는 자원 순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장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안했다. 남들이 보지 않는 폐기물 더미 속에서 보석을 찾아 철강 산업에 녹색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임시우 대표는 에코 롤로 철강 업계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