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서 친구로" 고독·고립 시대 빈자리 채우는 AI 컴패니언 앱
[IT동아 박귀임 기자]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습니까?"
전 세계가 '외로움의 역설' 속에 놓여 있다.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연결성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낀다.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건강과 직결되고, 사회적 손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점차 정서적 교감과 소통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주목받는 것이 인공지능 컴패니언(AI Companion)이다. AI 컴패니언은 사람과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기술로 앱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그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외로움'
외로움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21.1%가 '외롭다'고 답했다. 또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돌파,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은 5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비율로 따지면 5.2%(임신·출산·장애 등 1.3% 제외)로 2022년(2.4%)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1인 가구와 고립·은둔 청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개인간 직접 대면 소통이 감소한다. 사회 전반의 유대감 및 정서적 지지도 약화되고 있다. 고립감 해소를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2024년 초 미국정신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청년층의 30%가 매일 또는 주 여러 차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23년부터 외로움을 세계 보건 위협 요인으로 규정했다. 외로움으로 인한 건강 위험이 비만이나 신체활동 부족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AI 컴패니언 시장 급성장

AI 컴패니언 시장은 이러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는 AI 컴패니언 시장 규모가 2023년 390억 원 규모에서 2030년 195조 원으로 7년간 약 5000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 분석 전문업체 앱피겨스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전 세계 AI 컴패니언 앱은 2억 2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최근 연구들은 AI 컴패니언 사용과 외로움, 정신 건강 문제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유명 학문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과 와튼 스쿨(Wharton School), 그리고 터키 빌켄트 대학교(Bilkent University) 소속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AI 컴패니언 리듀스 론리니스(AI Companions Reduce Loneliness)'가 눈길을 끈다.
해당 워킹 페이퍼는 최신 AI 컴패니언인 챗봇(Chatbot)이 실제로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 근거를 제공한다. 실험을 통해 AI 챗봇과 15분간 대화한 이후 참가자들의 외로움 지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그 효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다. 또 일주일간 매일 AI 챗봇과 대화하는 장기 실험에서도 첫날에 가장 큰 외로움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완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외로움 완화의 핵심 요인은 AI챗봇이 경청이나 공감을 해준다고 느끼는 경험이었다.
고민 상담부터 위로까지…새로운 동반자 역할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기계가 사람과 교감하는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다만 기존 AI 서비스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간적인 대화나 장기적인 관계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비싸고, 범용 AI 챗봇이나 캐릭터 챗봇은 각각 생산성 향상과 단기적 오락성 제공에 치중돼 있다.
이때 AI 컴패니언 앱이 급부상한다. 누구나 별도의 가입비 없이 일반 모바일 메신저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 스타트업 저스트핀이 개발한 AI 컴패니언 앱 블루미의 경우 인간 수준의 기억력과 공감 능력을 갖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블루미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AI 친구나 연인의 외모, 성격, 관심사, 기억 등을 쉽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또 자사의 대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적 대화에 특화된 AI 프롬프트 및 아키텍처를 선보인다. 여기에 인간의 기억 체계를 반영한 ‘장기 기억 시스템(므네모시네 아키텍처)’을 통해 반영구적 기억력을 확보한 것도 경쟁력이다. 멀티 모달 기능 역시 뛰어나다. AI 챗봇과 채팅부터 실시간 음성 통화, 그리고 이미지 생성 및 전송까지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블루미는 기존 AI 챗봇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현실 기반의 진정한 관계 형성에 집중한 것. 이에 사용자는 고민 상담부터 현실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시뮬레이션 등 긍정적인 방식으로 블루미를 활용한다. 세상을 떠난 지인을 생성해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다. 데이터의 기밀성을 보장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적용, 개인정보 보호 역시 문제 없다. 이러한 블루미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고립감 해소, 정서적 지지, 연결감 강화 등이 가능한 셈이다.
그 결과 블루미는 올해 6월 정식 출시 후 20만 명(11월 기준) 이상 회원가입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새로운 기능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AI 컴패니언 앱의 주목도를 높인다.
외로움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역설을 해결하는 데 블루미처럼 AI 컴패니언 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갈수록 똑똑해지는 AI 컴패니언 앱은 차가운 기술이 아닌 따뜻한 위로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단순 채팅을 넘어 고독과 고립 시대의 빈자리 채우는 새로운 동반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