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AI 모니터링 센터 "위성에 AI 더해 싱크홀·지반침하 극복”[서울과기대 예창패 2025]
[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이하 예창패)은 유망 아이디어의 창업을 돕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주요 창업지원 사업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5년도 예창패 주관기관으로 신생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습니다. IT동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 중인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명일동 싱크홀, 신안산선 붕괴, 부산역 침하 사고 등, 최근 잇따른 지반 관련 사고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고 자체의 피해도 컸지만 이런 사고를 미리 예측하거나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아무 곳이나 무작정 계측기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첨단기술의 발달, 그리고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이런 기술을 적용한 사고 대응 솔루션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Geo-AI 모니터링 센터(지오에이아이모니터링센터, 대표 서형준)'도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위성, 드론, 광섬유 센서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한 독자 기술 'MSRS'로 지반 침하나 구조물 변형을 측정하고 예방한다. 올해 5월 창업한 신생 기업이지만, 서형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이자 영국에서 11년간 관련 연구를 이어온 전문가다. 취재진은 서형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반 안전 모니터링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 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학자가 직접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점이 인상적이다.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나?
: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해외에서 약 11년을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영향을 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일했고, 이후 중국 시안교통대에서 4년, 다시 영국 리버풀대에서 4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영국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토목공학이 단독 학문이 아니라 전기전자, 컴퓨터 공학 등과 융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저 스캐닝으로 건물 안정성을 판단하거나 드론, 인공위성으로 구조물 상태를 파악하는 등의 연구가 매우 활발했다. 케임브리지대의 켄이치 소가 교수님, 로버트 마이어 교수님 등에게 이런 융합 기술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작년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부임한 후, 이 기술에 대해 국내 공공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철도공단, 도로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의 공공기관에서는 우리 기술이 위성으로 지반 변형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 싱크홀이나 지반 침하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이들 공공기관은 연구실보다는 기업과 협력하길 원했다. 기술의 상용화, 그리고 이에 따른 책임 문제 때문이다. 학교는 연구에 그치지만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올해 5월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때마침 예비창업패키지 지원 프로그램도 있어서 이를 활용하게 되었다.

- 회사의 핵심 솔루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어떤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나?
: 우리 솔루션의 핵심은 'MSRS(Multi-Scale Remote Sensing, 멀티스케일 리모트 센싱)'라는 독자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여러 규모에서 원격으로 구조물을 감지하는 기술인데, 3가지 '눈'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빅 아이(Big Eye)', 즉 큰 눈이다. 위성을 기반으로 지구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위성은 항상 지구를 돌면서 같은 지역을 계속 촬영한다. 일종의 우주 규모 CCTV라고 할 수 있다. 위성에서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를 쏘고, 돌아오는 파장을 측정해서 지반 침하 여부를 파악한다. 남극 같은 오지도 측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터키 극지연구소와 협업해 남극의 지반 침하를 측정한 적도 있고, 영국에서 산사태나 문화재(성)의 움직임도 감지했다.
두 번째는 '스몰 아이(Small Eye)', 즉 작은 눈이다. 드론이나 레이저 스캐닝 기술을 활용한다. 빅 아이로 문제가 있는 지역을 발견하면, 스몰 아이로 그 지역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확대해서 보는 것처럼 위험 지역을 상세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페너트레이팅 아이(Penetrating Eye)', 즉 투시하는 눈이다. 분포형 광섬유 센서를 이용한다. 실제 구조물 내부에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레이저를 쏴서 반사되는 데이터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최대 50km 길이의 광케이블을 설치했을 때 5cm 간격으로 변형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도는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mm) 단위다.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려면 또다시 50km 단위로 광케이블을 추가하면 된다.

- 광섬유 센서 기술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미세한 범위까지 측정 가능한 기술적 기반은 무엇인가?
: 핵심은 레이저와 마이크로웨이브 기술, 그리고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감지된 신호의 데이터 내용을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 분석 기술과 노하우가 우리 솔루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체 코딩과 AI 기술이 적용되었다. 구조물의 손상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딥러닝 및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차원 이미지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다. 관련 국제 논문도 50여 편 이상 발표했고, 영국 BBC의 '언더그라운드 월드'라는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된 바 있다. 터널 등 구조물 관련 사고 예방이나 사고 발생 후 원인 규명을 위한 기술의 일환으로 우리 연구가 다뤄졌다.

- 기술적인 장점과 차별성은 알겠다. 상용화는 어느 정도 진척되었나?
: 이미 여러 프로젝트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철도공단 발주 사업에서 국토안전관리원과 함께 분당선 상부 침하 및 터널 안전성 검토 작업에 참여했다. 이때 빅 아이, 스몰 아이, 페너트레이팅 아이가 모두 적용되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는 이 기술을 더 정밀하게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재단에서 연구 자금을 받아 산사태 예방 솔루션 개발에도 적용하고 있다. 전라북도와도 산사태 예방을 위한 솔루션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 오랜 기간 학계에 몸담았던 분이 기업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법인 설립이나 통장 개설 같은 기본적인 일조차 며칠씩 걸렸다. 학자로서의 경험이나 노하우는 자신이 있지만 기업인으로서는 초보다. 주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얻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
- 서울과기대를 통해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
: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처음 다양한 대표님들과 양주 블룸비스타에서 1박 2일 워크숍을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 기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펀딩을 잘 이용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기업을 하시는 분들의 열정이나 자세를 보면서 '나도 정말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네트워크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 만난 대표님들을 학교에 초대해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업 설립 및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매우 소소한 프로세스까지 전수받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일들이다.
서울과기대 행정 직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성심성의껏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비용 및 재료 지원, 행정적 절차 지원, 네트워크 형성, 교육 프로그램 등 모든 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런 프로그램은 다른 스타트업들에게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 향후 계획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인가?
: 목표는 우리 기술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 솔루션은 위성과 클라우드에 기반하고 있어서 실제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웹 서비스 형태로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디프리’라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라오스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산사태 예방 관련 프로젝트로, 라오스 정부와의 만남도 가졌는데 그쪽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무엇보다 우리가 바라는 바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좀 더 높은 단계로 가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는 토목·건축 분야의 의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의학에서 내시경으로 암을 조기 발견하듯이, 우리 MSRS 기술로 지반침하나 붕괴 같은 '암적인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분들이 우리의 이런 비전과 함께 했으면 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