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모든 앱 실행" 플루이즈, AI폰 핵심 기술 기업 꿈꾼다 [SBA 초격차]
[SBA x IT동아] 서울경제진흥원(SBA)은 10대 초격차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그리고 대·중견 기업을 연결해 동반 성장하도록 이끄는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주도합니다. 초격차 개방형 혁신을 토대로 세계에서 활약할 유망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과를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합정역으로 가는 택시 불러줘."
사용자의 음성 명령 한마디에 스마트폰이 스스로 택시 호출 앱을 열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줄 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진행한다. 사용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택시를 호출하는 데 성공한다.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스타트업 플루이즈(Fluiz)가 개발한 앱 자율 실행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플루이드(Fluid)GPT로 가능한 일이다.

플루이즈는 카이스트(KAIST) 교수진이 개발한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2020년 설립된 교원창업기업이다. 신인식 플루이즈 대표이자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를 만나 기술 개발 배경과 성장 전략, 그리고 비전을 들어봤다.
비침습형 모바일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 성공
플루이즈는 부드럽게 움직이는 의미의 영단어 '플루이드(Fluid)'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결' 또는 '흐르듯 매끄러운 경험'을 지향한다는 뜻을 가진다. '앱과 기기, 그리고 사용자 경험의 경계를 허물고 유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인식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 사명이다.
신인식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세계적 수준의 모바일·AI 연구를 수행했다. 저명한 해외 학술 대회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이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에서 쓰이는 기술로 확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느꼈다"면서 "산업의 요구를 연구로 연결하고, 연구 성과를 다시 산업으로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본격적으로 실현하고자 플루이즈를 창업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플루이즈의 핵심 기술은 플루이드GPT다. 플루이드GPT는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이해해 스스로 관련 앱을 실행하고, 선택·입력·결제 등 복잡한 작업 절차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플루이즈 측에 따르면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비침습형(API-Free) 모바일 AI 에이전트 기술이다. API를 사용하지 않고, 코드 수정도 필요하지 않아 어떤 앱이든 활용 가능하다.

특히 플루이드GPT는 API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음성비서를 대표하는 애플 아이폰의 '시리'나 삼성전자 갤럭시의 '빅스비'와도 차별화를 꾀한다. 기존 음성비서의 경우 API로 연결된 일부 기능만 실행 가능해 제약이 많다. 플루이즈의 실험 결과 기존 음성비서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배달 전문 배달의민족 등 자주 사용하는 상위 100개 앱 가운데 80% 이상 지원하지 못했다. 반면 플루이드GPT는 API 없이 화면을 직접 인식하고 조작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설치된 대부분의 앱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 또 매크로 기반 서비스는 다양한 앱, 기기 및 사용자 입력에 대응하지 못해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어렵지만 플루이드GPT의 경우 팝업은 물론 다양한 기기와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동작한다.
어려움 연속…독창적인 방식으로 해결
플루이드GPT의 기술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앱마다 UI 구조가 모두 다른 것. 버튼 위치, 메뉴 구성, 화면 흐름 등 제각각인 데다가 기기나 버전이 바뀌면 같은 앱도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이에 따라 AI가 일관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도록 기술을 완성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플루이즈는 이러한 난관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 앱마다 각각의 규칙을 따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화면을 분석한 후 앱의 기능을 '앱 스킬즈(App Skills)'라는 단위에 따라 자체 학습하도록 설계한 것. 앱이 어떤 화면이든 기능적으로 동일한 작업이라면 AI가 이를 공통된 기술로 일반화해서 사용한다. 여기에 논리 기반 행동 검증(Logic Verification)을 적용, 학습된 앱 스킬즈가 잘못된 방향으로 실행되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갖췄다.

신인식 대표는 "처음에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하면 모바일 에이전트를 쉽게 개발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LLM은 강력하지만 모바일 자율 실행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뉴럴 심볼릭 하이브리드(Neuro-Symbolic Hybrid) 구조를 개발했다. 유연한 뉴럴 네트워크와 강건한 심볼릭 알고리즘을 결합해 여러 앱에서도 안정적으로 자율 실행이 가능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플루이즈는 창업 초기 기술이었던 플루이드 기반으로 플루이드GPT를 완성했다. 신인식 대표는 "모바일 플랫폼 기술인 플루이드는 여러 디바이스를 연동해 특정 UI를 옮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앱을 이용할 때 태블릿PC로는 영상만, 스마트폰으로는 댓글창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U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이에 플루이드GPT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630대1 경쟁률 뚫고 초대 AI 챔피언 등극
플루이즈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모바일 분야 세계 최상위 학술대회 '에이씨엠 모비콤(ACM MobiCom)'에서 독창성과 혁신성을 인정 받아 2024년부터 2년 연속으로 플루이드GPT 관련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 모바일 에이전트 논문을 게재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특허 등록 및 해외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무엇보다 플루이즈는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인공지능 챔피언(AI Champion) 대회’에서 630팀 중 1위를 차지하며 초대 AI 챔피언에 등극했다. 쟁쟁한 AI 분야 연구개발 인재들과 3개월 간 서바이벌로 경쟁한 만큼 더 의미 있는 결과였다. 신인식 대표는 “대회에 나간 이유는 우리가 가고 있는 기술 방향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며 “1위를 하면서 기술 방향이 옳다는 검증과 함께 우리 기술을 공개적으로 알릴 기회를 얻어 정말 의미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플루이드GPT는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은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도 유용하다. 스마트폰의 접근성을 높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이에 서울 약자 동행의 시범 사업에 선정, 시민 AI 에이전트를 추진 중이다. 서울 약자 동행은 디지털 취약 계층이 음성만으로 주요 공공 앱과 일부 민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신인식 대표는 “플루이드GPT를 탑재한 시민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조작 없이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디지털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2025년 하반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후 2026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루이즈는 현재 50개 수준에서 1000개 이상의 앱을 자동으로 학습시키며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 스마트폰 내에서 완전히 동작하는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만드는 것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앱 지식 자동 학습 기술과 경량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에는 파트너 기업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에 플루이드GPT를 적용, 새로운 에이전트 서비스를 창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에 플루이드GPT 서비스 계획

플루이즈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초격차 개방형 혁신 홍보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초격차 선정기업의 효과적인 홍보 지원을 통해 기업의 대외 홍보 및 마케팅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사업이다. 신인식 대표는 "SBA를 통해 R&D 지원, 전문가 연결, 홍보 지원 등을 받았다. 특히 초기 기술 검증과 기업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 협업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플루이즈가 그리는 미래는 명확하다. 스마트폰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신인식 대표는 "플루이즈는 사람이 직접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즉 AI폰 시대의 핵심 기술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김밥이 필요할 때 '싸고 좋은 김밥 재료 비교해서 구매해줘'라고 말하면 플루이드GPT는 쇼핑앱인 쿠팡과 컬리 앱을 동시에 실행, 스스로 김밥 재료를 검색하고 리뷰 및 가격을 비교 후 구매까지 진행한다. 복잡한 앱 사용법을 배울 필요도, 여러 앱을 오가며 작업할 필요도 없다. 특히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복잡한 UI에 막혀 포기했던 서비스들을 음성만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이 만든 장벽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포용이 가능해진다.
신인식 대표는 "3년 안에 플루이드GPT를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누구나 말 한마디로 모든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LLM은 영어에 더 특화돼 있기 때문에 플루이드GPT의 해외 진출도 무리 없다는 설명이다.
플루이즈는 단순히 편의성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이 기계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플루이즈가 여는 AI폰 시대는 점차 다가오고 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