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시대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2025서 '프론티어 기업' 전략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1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그나이트 2025(Ignite 2025)'를 개최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그나이트는 IT 전문가, 개발자, 파트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기술 행사로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보안, 생산성 도구 등 핵심 기술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조연설에 나선 저드슨 알토프(Judson Althoff) 마이크로소프트 상업 부문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은 효율성,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지능과 창의성을 강화하여 혁신을 주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기업이 인공지능 도입에 성공하려면 직원 경험 향상, 고객 참여 증대, 인공지능 중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편, 그리고 경쟁 우위를 위한 혁신이 필수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은 맞춤형 비즈니스를 위한 조율자로서 개인화된 상황 인식 지원 및 자동화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론티어 기업(Frontier Firm)' 전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업무 전반에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프론티어 기업은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결합해 업무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조직을 뜻한다. 모든 직원이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를 활용하고, 에이전트와 협업하며,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새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앤트로픽ㆍ엔비디아와 파트너십 체결, AI 모델 선택권 확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그나이트 개막에 앞서 클로드를 서비스하는 앤트로픽(Anthropic)과 그래픽 처리장치 제조사 엔비디아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앤트로픽에 최대 50억 달러(약 7조 3420억 원)를 투자하고, 엔비디아도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684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300억 달러(약 44조 520억 원) 규모로 구매하고, 최대 1기가와트(GW)의 추가 컴퓨팅 용량까지 계약했다.
이로써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는 3500억 달러(약 514조 원) 수준으로 평가받게 됐다. 2025년 9월, 시리즈 F 투자 유치 당시 1830억 달러(약 269조 원)였던 기업가치가 단 두 달 만에 거의 두 배 뛴 셈이다.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모델인 클로드(Claude) 시리즈가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에 통합되면서, 클로드 소네트(Sonnet) 4.5, 클로드 오푸스(Opus) 4.1, 클로드 하이쿠(Haiku) 4.5 모델을 애저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클로드는 애저, 아마존 웹 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등 주요 클라우드 3사 내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모델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깃허브(GitHub) 코파일럿,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코파일럿 스튜디오에서만 클로드 모델을 제공해왔지만, 이제 애저 사용자가 직접 클로드 API(소프트웨어 통신 도구 집합)를 활용할 길이 열렸다.
엔비디아는 앤트로픽과 심층 기술 파트너십을 맺었다.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모델이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과 베라 루빈(Vera Rubin) 칩에 최적화되도록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코히어(Cohere)의 주요 언어 모델인 커맨드 A(Command A), 임베드 4(Embed 4), 리랭크(Rerank)도 애저 내에 제공된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 서비스에는 오픈AI, xAI, 메타, 미스트랄 AI, 블랙 포레스트 랩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모델을 포함해 1만 1000개 이상의 모델 생태계가 구축됐다.
업무 맥락 이해하는 AI 구현, 코파일럿과 에이전트의 지능 레이어
이그나이트 2025에서는 '워크 아이큐(Work IQ)' 기술이 공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의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조직을 깊이 이해하는 지능 레이어로 세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첫째는 업무 데이터(Work Data)다. 이메일, 파일, 회의, 채팅 등에 담긴 지식을 바탕으로 조직 내 업무 방식을 체계화한다. 둘째는 메모리(Memory)로 사용자의 업무 스타일, 선호도, 습관, 업무 패턴, 관계 등을 기억한다. 조직도(org chart)를 파악부터 실제 업무 관계도(work chart)까지 이해한다.

셋째는 추론(Inference)이다. 데이터와 메모리를 결합해 연결고리를 만들어 다음 행동을 예측한다. 코파일럿은 사용자의 프롬프트와 의도에 따라 적절한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제안한다.
워크 아이큐는 워드, 아웃룩, 팀즈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소프트웨어에 적용된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코파일럿이 학습하며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들이 워크 아이큐 API로 고유 업무 흐름(워크플로우)과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맞춘 에이전트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에이전트 365로 에이전트 통합 관리 지원
조직 내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보안을 유지하는 제어 플랫폼 '에이전트(Agent) 365'도 공개됐다. 이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보안, 거버넌스(조직 의사결정 과정), 생산성 도구와 통합돼 별도 설정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업 개발 에이전트(Sales Development Agent) 기능을 강조했다. 이 기능은 영업팀을 대신해 스스로 업무를 진행, 영업 담당자가 거래 성사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다이나믹스 365(Dynamics 365) 등 고객관계관리(CRM) 도구의 영업 데이터 연결도 지원하다. 영업 개발 에이전트 기능은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12월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코파일럿 스튜디오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 최적의 작업용 에이전트 구축이 가능하다. 오피스 앱 내 에이전트 모드(Agent Mode)를 통해 코파일럿과 연동하면 고품질 문서부터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제작까지 가능하다.
윈도우 11ㆍ애저 등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에 에이전트 인프라 통합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1 운영체제를 인공지능을 위한 캔버스로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윈도우 운영체제 생태계 전반에 인텔리전스를 적용, 조직이 인공지능 기반 성과를 실현하는 기반이 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커넥터(Agent Connectors)를 사전 체험용으로 제공한다. 인공지능과 외부 데이터를 연결하는 표준 기술인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로 구동된다. 에이전트 커넥터를 활용하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윈도 운영체제 내 앱과 도구에 연결해 작업을 완료하게 될 전망이다.

에이전트 작업 공간(Agent Workspace) 기능도 사전 체험용으로 공개됐다. 에이전트가 사람처럼 자체 식별명(ID)을 갖고 소프트웨어와 상호작용하는 기능이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기본 작업 구조를 방해하지 않고 병렬로 작업을 수행한다. 에이전트용 윈도 365(Windows 365 for Agents)도 사전 체험용으로 선보였다. 에이전틱 기능을 클라우드에 적용, 기업이 규정 준수나 생산성 저하 없이 인공지능 도입을 확장하도록 지원한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기술, 패브릭 아이큐(Fabric IQ)와 파운드리 아이큐(Foundry IQ)가 공개됐다. 두 기술은 원시 데이터와 실제 비즈니스 데이터 간 간극을 메우고 에이전트가 의사결정을 결정하는 맥락을 제공한다. 기업 환경에 특화된 버티컬 인공지능(Vertical AI) 기술인 셈이다.
개인ㆍ기업 위한 AI 플랫폼 선언, 불안 요소는 인프라 확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이 대화가 아닌 행동의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조력자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진화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그나이트 2025에서도 인공지능은 신기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28년까지 약 13억 개 가량의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배포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홍수 속에서 개인과 기업이 인공지능을 책임감 있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될 상황이 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등 인공지능 시대 전환을 위한 도구와 설루션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할 전망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방대한 AI 기능을 원활하게 돌리기 위한 컴퓨팅 파워와 메모리 반도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 자료에 따르면 DDR5 16Gb(2GB 모듈) 디램 가격이 2025년 5월, 5달러(약 7340원) 선에서 최근 7달러(약 1만 300원)를 돌파했다.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 수급 변동성은 인공지능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에이전트의 시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혁신 외에도 이 하드웨어 인프라의 안정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