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잇스튜디오 "IP 유출 걱정 없는 AI 애니메이션 제작 솔루션” [서울과기대 예창패 2025]
[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이하 예창패)은 유망 아이디어의 창업을 돕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주요 창업지원 사업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5년도 예창패 주관기관으로 신생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습니다. IT동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 중인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 기술이 콘텐츠 제작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업계는 높은 제작 비용과 긴 제작 기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캐릭터 지식재산권(이하 IP) 유출에 대한 우려다.
일반적인 인터넷 및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는 다양한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이용해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소중한 캐릭터 IP가 외부로 유출되고, 해당 AI 기업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사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의 샘플을 동의 없이 학습시켜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사례가 있었고, 스태빌리티, 미드저니 등 주요 이미지 생성 AI 개발사들도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는 등 IP 유출 및 무단 사용 문제는 업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호잇스튜디오(HOIT STUDIO, 대표 김민재)'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IP 유출 걱정 없이 AI 기술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창업 3개월 만에 미국의 중견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고 한다. 취재진은 김민재 대표를 만나 호잇스튜디오의 창업 스토리와 솔루션의 특징에 대해 들어봤다.
- 호잇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특히 AI 애니메이션 분야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 원래 컴퓨터 공학과 학생이었다. 올해 초에 AI 이미지와 영상 생성 기술이 굉장히 핫했다. 유튜브나 인스타 쇼츠에도 AI로 만든 영상이 많이 등장했다. 이 기술이 기존 콘텐츠 제작 업계의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4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처음에는 시범 서비스 형태로 시작했다. 당시 팀원과 함께 미드저니(Midjourney) AI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이 무료로 이미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대학교 커뮤니티 같은 곳에 올려서 학생들의 반응을 테스트했는데, 약 200명 정도가 이용했다.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예비창업패키지를 준비했고, 2025년 6월에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창업했다.
- '호잇'이라는 회사명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 마법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느낌을 담았다. 마치 아기공룡 둘리처럼 '호잇'하고 외치면 마법처럼 뭔가가 만들어지는 그런 이미지다. 마법같이 놀라운 AI 기술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 호잇스튜디오의 주요 솔루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어떤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나?
: 우리는 'IP 유출 없는 AI 애니메이션 제작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직 솔루션의 정식 명칭은 미정이지만 예전에 시범 서비스할 때는 '바이브라(VIIBRA)'라는 이름으로 테스트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비용이었다. 20~30분짜리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3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이것도 2020년 기준 기사에 나온 내용이라 지금은 가격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AI를 사용하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AI를 적용하면 또다른 걱정이 생긴다. 특히 콘텐츠 제작사들은 자사의 캐릭터 IP가 구글이나 미드저니, 오픈AI 같은 외부 서비스로 유출되는 것을 굉장히 꺼린다. 몇십억 원 가치가 있는 자신들의 캐릭터가 외부에서 무단으로 학습되고 이용되는 것을 절대적으로 막고싶어한다.
또 다른 문제는 AI로 재작한 애니메이션이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움직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대충 AI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서 나온 결과물을 인스타나 유튜브에는 올릴 수 있어도, TV에서 방영하거나 극장에서 개봉할 정도의 품질을 내기는 어렵다.

-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잇스튜디오가 내놓은 구체적인 방법은?
: 두 가지 핵심 해결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IP 보안 문제다. 우리는 모든 작업을 개인 PC나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 진행한다. 모델 학습부터 이미지 생성까지 전부 이런 환경에서 한다. 외부 클라우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가 외부 업체로 유출될 일이 전혀 없다.
두 번째는 캐릭터 일관성 문제다. 원본 캐릭터의 그림체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원피스’ 같은 원본 그림체의 캐릭터로 작업했는데 AI를 통해 표정을 바꾸니까 전혀 다른 ‘지브리’ 그림체로 결과물이 나오는 식이다. 우리는 고객사의 데이터로 최적화된 전용 AI 모델을 학습시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기존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모델을 가져와서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 데이터를 적용해 모델을 다시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오픈소스 모델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고객사의 캐릭터 특성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스케치를 통한 이미지 제작 기능도 제공한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스케치로 기본적인 윤곽이나 동작을 지정해주면, 그 스케치에 맞게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손을 어떻게 뻗어라, 어떤 표정을 지어라 이런 것까지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완전히 제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제작자의 아이디어를 원하는 대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 어떤 AI 모델을 사용하나? 그리고 PC에서도 정말로 원활하게 구동이 가능한가?
: 우리는 큐엔(Qwen) AI 모델을 기반으로 여기에 우리의 노하우를 적용한 파인튜닝(재학습)을 거쳐 고객사별로 최적화한다. 덕분에 PC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만큼 가볍다. 물론 보급형 PC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지포스 RTX 3090급 그래픽카드를 적용한 작업용 PC 정도라면 충분히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아직 창업 초반이지만 비즈니스 성과도 있었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 2025년 6월에 창업했는데, 3개월 만인 9월에 미국의 중견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L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7000달러 규모의 외주 계약이다.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이고 이르면 내년 초까지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창업 후 몇 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3개월 만에 해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 해당 업체와는 어떤 작업을 진행하게 되나?
: 해당 업체로부터 캐릭터 데이터와 스토리보드, 스케치 등을 공유받았다. 그들의 애니메이션 영상 데이터도 받았다. 우리는 이를 장면별로 나누고 데이터를 만들어서 AI 모델을 학습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장면을 구현해준다.
계약 전에 그쪽에서 테스트를 요청했다. 특정 장면 구현을 해달라고 했고, 우리가 그걸 만들어서 보내줬더니 OK가 나와서 계약으로 이어졌다. 우리 솔루션의 높은 보안성과 우수한 영상 생성 능력이 그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한다.

-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 현재는 B2B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요 고객은 캐릭터 IP를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앞서 소개한 L사의 경우처럼 고객사로부터 캐릭터 데이터셋을 받아서 모델을 제작하고 장면까지 생성해서 납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객이 직접 작업이 가능한 앱이나 웹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실제로 지금도 웹사이트 개발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언젠가는 쓸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개인 콘텐츠 제작자들도 많기 때문에 B2C 분야까지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아무래도 인력 부족이 가장 크다. 원래는 몇몇 팀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혼자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실력 있는 인재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다. 레퍼런스를 만들고 프로세스가 정착되면 그때부터 다시 팀원을 뽑을 계획이다.
- 서울과기대의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도움을 받았나?
: 멘토링 프로그램이 특히 유용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었지만 기업가로서 회사 운영 방안이나 마케팅 같은 부분은 부족했다. 멘토링을 통해 전반적인 사업 기획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다시 고칠 수 있었다.
네트워킹도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창업자들을 만나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선배 창업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받을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다.
또 사업비 집행 과정이나 창업진흥원과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서류 작성 같은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화도 여러 번 드리고 실수도 많이 했는데 잘 해결해주셔서 감사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인가?
: 당분간은 레퍼런스 확보와 검증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업체와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싶다. 더 다양한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B2B 사업뿐만 아니라 B2C용 웹사이트까지 제작하는 것도 목표다. 어느 정도 노하우나 작업 프로세스가 생긴다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 일이 정말 재미있다. 영상 만드는 작업 자체가 즐겁다. 사업 운영은 익숙하지 않아 힘들긴 하지만, 콘텐츠 제작이라는 작업 자체에는 큰 재미를 느낀다.
무엇보다 AI라는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이런 재미를 다른 분들에게도 널리 전하고 싶다. 비록 지금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AI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