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스튜디오 “한국과 아랍을 잇는 교두보 되고 싶어요” [SBA x IT동아]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창동·성수·동작에 창업허브(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5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K팝(K-Pop)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4년 7월에 공개한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자료를 보면, 2023년 K팝 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3% 성장한 1조 2377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 공연과 음반류 상품 수출액 비중이 전체 80% 가량을 차지했다. 이차전지, 농산품 등 수출 품목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K팝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성장 중인 K팝 시장이 주목하는 지역은 아랍권이다.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77%), 아랍에미리트(83%), 이집트(75.8%) 등 아랍권 소비자의 한국 문화 콘텐츠 호감도가 조사국가(26개국) 평균인 68.8%을 웃돌았다. 아랍 지역 한류 팬 수는 2017년 17만 명에서 2024년 19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한편, 아랍권 K팝 시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중동 지역은 이슬람 문화권 특유의 보수적 분위기와 함께 정치·사회적 배경이 복잡하다. 여성 노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 특정 브랜드나 지역에 대한 민감도, 복잡한 지역 관습 등은 진입 장벽이다. 문화적 이해 없이 접근한다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이어진다. 현장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클릭스튜디오는 아랍 시장의 특수성을 활용해 K팝과 현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자처한다. 문화 차이를 중재하면서 현지 팬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 아랍 시장을 공략한다. 클릭스튜디오는 왜 아랍 시장을 선택했을까? 권구표 클릭스튜디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 경진대회 포스터 한 장이 창업의 길로 이끌다
권구표 대표는 휴학을 거듭하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모색하던 중 영상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앞으로 콘텐츠 시장이 영상 플랫폼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정을 배우며 경험을 쌓았다.
창업의 계기는 한국ㆍ아랍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창업 경진대회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한 경진대회지만 준비 과정에서 아랍권의 K팝 시장 잠재력을 발견했다. 권구표 대표는 팀원들과 함께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면 사업화에 도전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아랍권 K팝 진출을 돕는 사업 아이템을 준비했다. 그 결과, 권구표 대표와 팀원의 아이디어는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권구표 대표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했다. 그가 아랍 지역 K팝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진 이유는 분명했다. 당시 아랍 지역에 집중하는 K팝 전문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권구표 대표는 “아랍 현지 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K팝은 아랍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다며 소외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지 맞춤형 콘텐츠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랍'을 아는 K팝 전문가, 현지화로 차별화하다
클릭스튜디오는 K팝 아이돌과 아랍 팬들을 연결하는 모든 활동에 관여한다. 아이돌의 웹 예능 콘텐츠를 제작할 때 아랍어 자막을 삽입하거나 현지 게스트를 초청해 통역을 제공하는 등 문화적 교류를 시도한다. 이 외에 현지 시장에 맞춰 아랍어 가사를 적용한 자체 음원을 프로듀싱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한다.
하지만 아랍 시장은 지역 특유의 문화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렵다. 여성의 노출 문제, 특정 지역이나 브랜드 언급 등 사소한 실수가 분쟁으로 이어진다. 공연 시 질서 유지도 문제다. 권구표 대표는 "팬들이 무대로 난입하는 바람에 앙코르 공연을 못하고 즉시 종료한 적도 있어요. 치안,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연 전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 것도 클릭스튜디오의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인맥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 환경도 성장의 걸림돌이다. 권구표 대표는 "아랍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지역입니다. 모든 일의 성패가 논리나 절차보다 인맥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지역입니다. 상황에 따라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벌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아랍 시장의 특수성은 클릭스튜디오의 가치를 높여준다. 현지 네트워크와 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아티스트가 중동에 직접 진출할 때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정체된 사업 구조를 돌파하는 방법은 ‘확장’
클릭스튜디오의 고민은 정체된 아랍 시장 내 K팝 수요다. 권구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아랍 지역 내 K팝 시장은 202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정체됐다. K팝 아이돌의 인지도가 확대됐지만 공연 부문에서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 선호도가 더 높다는 게 이유다. 콘텐츠 제작과 공연ㆍ마케팅 대행 업무만으로 꾸준한 성장이 어려운 점도 고민거리다.
투자 유치도 마찬가지다. 권구표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시선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된 상태입니다. 외부 투자 유치를 진행해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클릭스튜디오는 투자 활동 보다 기업 정체성을 증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랍어 통번역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아랍권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영상 촬영과 행사 기획을 수주해 문화 콘텐츠 분야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클릭스튜디오는 성장을 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K팝 관련 업무 경험과 아랍권 네트워크와 인프라(장비, 시설)를 활용한 전략이다. 우선 K팝 공연ㆍ마케팅 대행 업무 외에 현지 기업 간 사업 연결 지원 사업을 펼친다. 관광, 의료, 뷰티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높은 아랍권 문화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에 필요한 통역 또는 현지 코디네이터(사업 관리자)를 이어주는 형태다.
한국과 아랍을 이어주는 교두보 될 것
클릭스튜디오는 2025년 9월, 요르단에서 K팝 공연을 개최했다. 10월에는 네팔과 대만, 11월 초에는 두바이에서 문화 행사 및 비즈니스 매칭 업무로 실적을 냈다. 중동 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의 행사 지원 및 언어 통번역도 진행했다. 문화, 사업 등 클릭스튜디오의 다각화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
아랍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클릭스튜디오에게 서울경제진흥원(SBA) 서울창업허브 창동은 든든한 거점이다. 2025년 7월에 입주한 클릭스튜디오는 서울창업허브 창동의 시설을 활용 중이다. 서울창업허브 창동은 촬영ㆍ조명 장비를 갖춘 전문 스튜디오, 미디어 사업과 지원사업 공고 안내 등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권구표 대표는 “2022년부터 서울창업허브 창동의 스튜디오 장비를 사용해 왔을 정도로 시설에 매력을 느꼈어요. 하지만 입주 이후에는 시설만 매력적인 게 아니었어요. 서울창업허브 창동 담당자들이 기업 성장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모든 게 클릭스튜디오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 클릭스튜디오는 투자 유치 활동(IR) 컨설팅과 확장현실(XR)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권구표 대표는 제작한 확장현실 콘텐츠 샘플 영상을 활용해 기업 소개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K팝, 사업, 문화 등 아랍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들이 ‘클릭스튜디오 통하면 편하고 수월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K팝의 아랍 시장 진출은 정체기지만, 진심을 다한다면 극복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클릭스튜디오의 모든 경험이 아랍 시장의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 그룹으로 성장시켜 줄 거라 확신합니다.”
클릭스튜디오는 한국과 아랍을 잇는 교두보를 꿈꾼다. 아랍 지역 내 K팝 시장 침체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아랍과 한국을 잇는다는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권구표 대표는 한국 기업과 문화 콘텐츠를 아랍 시장에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랍과 한국 사이에 존재하는 시장의 잠재력, 이것이 클릭스튜디오를 지탱하는 힘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