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가 촉발하는 국가적 재난 악순환…신기술로 끊는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인한 시스템 마비로 국가적 재난 수준의 불편이 이어진다. 일례로 2020년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일으킨 경기도 판교 소재 데이터센터 화재와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 현상을 일으켜 대형 화재로 번진다. 셀을 감싸고 있는 배터리 팩 구조상 화재 시 초기 진압도 어렵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에 들어간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배터리 화재가 촉발하는 국가적 재난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기존 화재 진압 방식이 아닌 신기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촉발하는 국가적 재난 악순환
지난 2022년 10월 15일 전 국민의 일상을 멈추게 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 C&C 판교 캠퍼스 데이터센터 지하층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화재다. 이 사고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다음 포털 등이 마비됐다. 특히 카카오톡은 2025년 8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가 약 4819만 명으로 대부분 국민의 메신저 역할을 하므로 해당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국민 일상이 멈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SK C&C에 따르면 화재 직후 경보가 울렸으며,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특성상 일반 소화기나 스프링클러만으로는 진압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화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삼성SDS 경기 과천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데이터센터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이어진 화재로 인해 냉각탑이 파손되면서 서버 과열로 이어졌다. 그 결과 삼성카드 결제 알림서비스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홈페이지 서비스가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불편이 이어지지만 해결 방안 도출은커녕 유사 피해 사례가 최근까지도 발생했다.

지난 2025년 9월 2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무정전전원장치실의 리튬 배터리 폭발로 시작된 화재는 정부 서버의 대규모 가동 중단을 야기했다.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온나라 서비스 등 대국민 디지털 서비스를 비롯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마비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
리튬이온 배터리가 촉발하는 재난 사태는 왜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는 걸까. 원인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팩 구조가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을 묶은 모듈을 팩으로 감싸는 구조를 지녔다.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샐 내부까지 침투가 어렵기 때문에 화재 시 조기진압이 어렵다.

앞서 살펴본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에도 소방 당국이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열폭주를 일으키는 셀 내부에 직접 소화 약제를 방출하기 어려웠다. 그사이 인접한 셀로 연쇄적으로 불이 번져 조기 진압에 실패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으로 달리는 전기차에 불이 나면 초기 진압이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원리다. 지금까지의 진압 방식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잡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자, 배터리 팩 자체를 물탱크에 담그는 침수 탱크 방식, 전해액 반응을 억제하는 대체 소화제 등의 신기술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침수 탱크는 조기 진압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대체 소화제 역시 셀에 직접적이고 빠르게 닿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이 가운데 배티러 셀 전체를 화재 감응형 캡슐로 덮는 구조를 지닌 차세대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을 고안한 기업이 있어 주목받는다.
화재 감응형 폴리머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 개발 ‘파이어킴ES’
파이어킴ES는 화재가 발생하는 즉시 소화약제를 90% 이상 방출해 초기 진화를 돕는 자동소화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개발한 기업이다. 감응형 폴리머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한 스틱형 자동소화기를 선보여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제품 인증도 획득했다.

자동소화기 스틱에 적용된 감응형 폴리머 소재는 내부 온도가 100도~110도로 상승하는 공간에서 자동으로 온도를 감지, 내부 소화약제를 방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방호 구역 전체로 소화약제를 확산해 해당 공간 내 공기를 밀어내고 열을 빼앗는 질식소화, 발화점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소화를 동시에 진행한다. 감응형 폴리머이므로 별도 전원이나 센서도 필요 없어 정전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청정 소화 약제 사용으로 2차 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하므로 데이터센터, 배전반 등 민감한 전자시설 화재를 진압한 후 빠른 기능 복구를 가능케 한다.

파이어킴ES는 이같은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을 고안, 내년 상용화를 추진한다. 해당 시스템은 배터리 팩 내부에 있는 셀 전체를 화재 감응형 캡슐로 덮는 구조를 지녔다. 배터리 팩 밖에서 물을 뿌리던 기존 화재 진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꼽힌다. 전원이나 센서 없이도 고온에서 즉각 반응하므로 정전 상황에서도 배터리 화재가 촉발하는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화재의 초기 진압을 가능케 한다.

김병열 파이어킴ES 대표는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 상반기 안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북미 최대 전기차 제조사와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를 포함,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에 다수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UL 인증과 유럽 CE 인증 등의 절차도 진행 중이다.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소방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