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아이디어를 시제품 구현으로···' 서울과기대 시제품고도화 지원 짚어보니
[IT동아 남시현 기자] 시제품(프로토타입) 제작은 제조 스타트업의 첫 번째 진입 장벽이다. 시제품 제작은 한 특정 분야의 제조 역량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큰 기업이라면 각 분야별 전문가가 본연의 업무만 수행하면 시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비전문가가 소수로 구성된 경우가 많아 시제품 제작 자체가 어렵다. 심지어 창업자가 제조 분야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술 분야를 몰라 시행착오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시제품 제작이다.
시제품 제작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 비용 부담 ▲ 기술 및 설계 역량 부족 ▲제조 인프라 접근성 부족 ▲양산의 어려움 ▲ 자금 및 정책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시제품 제작은 상용 부품을 사용해도 수백만 원 이상 필요하며 의뢰를 받은 제조전문가마다 단가 책정과 제품 완성도가 제각각이다. 비전문가인 창업가 입장에서는 제품을 설계하거나 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AI나 구동 기능 등을 갖추려면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필수다.

게다가 모든 과정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시제품에 사용되는 단순한 부품 하나도 금형을 투입해 직접 만들고 가공하면 1회에 수백 만 원에서 수천 만 원 단위의 금액이 필요하다. 또한 소량의 부품을 수작업으로 제조하므로 전문가 인건비도 필요하고, 기판(PCB) 제작이나 사출 업체를 찾는 일부터 제작에 필요한 정확한 제조 장비를 찾는 것도 어렵다. 초기 모델의 완성도가 떨어져 여러 번을 거쳐 만든다면 비용은 배로 늘어난다.
막막한 시제품 제작,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가 돕는다
시제품 제작이 끝나도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시제품을 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완성도로 만들고 이를 대량 생산하는 체계까지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 시제품을 완성해도 이를 양산형 구조로 만드는 데서 좌절을 겪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양산 제품이 없으면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고, 표준이나 인증절차, 특허 등 비기술적 진입 장벽도 있다. 이 모든 산을 넘고 양산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야만 비로소 사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는 구조다.
제조 창업가와 가장 가까운 기관인 ‘메이커스페이스’들은 제조창업가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아가 사업화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산하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에서 운영하는 ‘시제품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했거나 높은 사업화 가능성을 보유한 창업자 및 예비창업자가 제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제약을 해소하고 시제품을 한 단계 고도화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된다.
시제품 제작에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비용 부담, 기술 및 설계 역량 부족, 제조 인프라 접근성 부족, 양산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메이커스페이스가 다년 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관 차원에서의 지원을 투입해 해결하는 것이다. 창업가는 상담을 받고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자금부터 예산, 전문가 멘토링까지 모두 제공된다. 창업 아이디어 단계부터 양산 제품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제품 제작 프로그램' 참여 기업 한 곳을 조명해본다.
늘 어려운 학생 창업, 과기대 딛고 일어서는 ‘브레이브’ 팀

올해 5월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 아이템을 실제 제조하는 ‘2025 IoT 리:디자인 톤’을 개최했다. 이어서 7월에는 ‘2025 AI 창업캠프'를 개최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창업 교육부터 시제품 고도화, 제품 판매를 위한 사전 작업 및 기업 소개까지 실전처럼 진행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브레이브팀은 이때 8개 참여 팀 중 대상을 차지했으며 우승 소감에서 향후 예비창업 패키지와 시제품 제작 상담을 받겠다고 말했었다.

졸업과 취업이라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브레이브팀의 일원들은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후 브레이브 팀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시제품 제작을 신청해 당시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점자 기기를 실제 제품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예산과 제조 컨설팅을 지원받고 있다. 이채은 예비창업자는 “시제품 제작 비용이나 과정은 학생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창업 캠프를 계기로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시제품 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이들이 제작하고 있는 기기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점자를 물리적으로 출력하고, 퀴즈나 학습, AI 검색 모드 등으로 점자 학습을 돕는다. 온디바이스 AI도 활용해 기판이나 코딩 작업도 수반되고, 제품 외관부터 버튼, 스피커, 산업 디자인 등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제품이다. 이채은 예비창업자는 “멘토링을 통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견도 받았고, 학생 입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까지 전수받았다. 또 제한된 단가 내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의견부터 인건비 절감 부분까지 다각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브레이브팀은 시제품 제작 지원의 도움을 받아 실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시제품을 완성했으며, 11월 초부터 시각장애인들과 시제품 시험에 나선다. 이채은 예비창업자는 “우리 제품은 실제 점자 크기와 동일한 크기로 글자가 생성돼 학습 용도로 좋고, 온디바이스 AI를 갖춰 외부 기기 연결 없이 AI 기반 학습을 지원한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학교나 정부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잘 도와주고 있으니 비슷한 상황의 예비창업자라면 사업을 잘 찾아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브레이브 팀 이외에도 3D 프린팅으로 반려동물 추모함을 제조하는 ‘마인3디피’, 맞춤형 프리미엄 조명을 제작하는 ‘디엔에이’, 기능성 베개를 만드는 ‘하이로우’, 노코드 기반의 교육용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몰라도’, 가이드 방식의 기관삽관시스템을 만드는 ‘슬리피’ 등의 제조창업자들에게 시제품 제작을 지원 중이다.
시제품 제작 지원 많지만, 효율적·맞춤형 지원 늘어나야

제조 창업 기업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은 크게 네 가지다.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라선 중소기업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사업’이 해당되고, 디자인 계열에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디자인-온라인제조플랫폼서비스’가 있다. 아이디어 및 발명 기반 사업자는 지식재산처의 ‘생활발명코리아’에 참여할 수 있다. 예비창업패키지나 청년창업사관학교도 해당된다. 다만 각각의 사업마다 진입 장벽이나 조건 등이 까다로워 쉽게 지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지역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제조 장비 활용을 지원하고 있고, 그중 드물게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처럼 전문적인 창업 및 시제품 제작 지원까지 하는 센터도 있다. 특히 서울과기대의 시제품 제작 지원 프로그램은 수시지원을 통해 필요한 기업이 제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도 국내 창업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사업이 많아지길 바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