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틱스 "AI 기술로 K-김 글로벌 경쟁력 높일 것"

[IT동아 박귀임 기자] 한국산 김이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김을 세계 120개 나라에 수출한다.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김 수출액은 2023년 7억 9200만 달러(약 1조 1500억 원)에서 2024년에는 9억 9700만 달러(약 1조 4500억 원)로 약 25.8% 증가했다고 해양수산부가 밝혔다. 김이 국내 효자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김 생산 현장의 현실은 다르다. 김 이물질 제거를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거나 가공 공정 수용력의 한계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마른김의 원료인 물김(원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연간 2만 톤이나 폐기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박규영 프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박규영 프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스타트업 프로보틱스(Probotics)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국내 김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규영 프로보틱스 대표를 만나 K-김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기술과 그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시뮬레이션 기반 범용 로봇 도입 기술 개발

2025년 설립된 프로보틱스는 생산과 제작을 뜻하는 '프로덕션(Production)'과 로봇공학을 의미하는 '로보틱스(Robotics)'의 합성어다. 박규영 대표는 생산 공정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실현을 목표로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프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자율 시스템이 물리 세계를 인지하고 이해하며 복잡한 작업을 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점차 발전한다. 생산성을 높이려는 현장이 피지컬 AI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어난다. 그러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환경에서는 피지컬 AI는 물론 새로운 로봇 도입 자체가 비용과 시스템적인 면에서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인지한 박규영 대표는 "제조와 가공 부문 중소기업이 로봇을 도입하려면 두 가지 핵심 요소, 접근성과 효율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업체에서 AI 로보틱스 기술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수작업을 실질적으로 치환할 만큼의 효율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보틱스는 시뮬레이션 기반 범용 로봇 도입 기술을 개발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프로보틱스는 시뮬레이션 기반 범용 로봇 도입 기술을 개발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프로보틱스는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기반 범용 로봇 도입 기술을 개발했다. 제조업체별 현장 조건에 맞춰 실제 작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인 것. 이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운다. 박규영 대표는 "대부분 영세한 업체는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내부 공정 구조를 변형해야하면 더욱 그렇다"며 "프로보틱스는 업체 현장 도면으로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 여기에 솔루션 도입 시 인력을 줄이거나 효율을 높이는 부분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나노가드 AI, 수작업 공정 대체 가능

프로보틱스의 대표 제품은 AI 이물질 제거 로봇 '나노가드 AI(NanoGuard AI)'다. 비전, AI,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해 이물질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제거하는 데 탁월하기 때문에 수작업 공정을 대체할 수 있다. 현재 김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특화된 로봇손을 개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을 첫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규영 대표는 "평소 김을 즐겨 먹는다. 우연찮게 국내 김 가공업체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수작업으로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한국산 김이 다양한 국가에 수출되고, 기술 발전도 급격하게 이뤄졌는데 여전히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현장이 의아했다. 기술을 접목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박규영 대표는 김 시장을 분석하면서 또 다른 문제점도 발견했다. 마른김 등급제 부재와 그에 따른 가격 하방 압력, 그리고 이물 혼입률 문제 등 구조적 어려움이 많았다. 박규영 대표는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마른김 등급제 도입을 선언했지만, 업체 현장의 의견은 또 달랐다"면서 "현장에선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귀향해 담당자가 없어지면 새 담당자에게 김 이물질 선별 교육을 해야 한다. 이들이 숙련되기까지 시간도 걸린다. 게다가 김 이물질 제거가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다음으로 이어지는 김 구이 공정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실질적 고충도 크다"고 밝혔다.

프로보틱스의 나노가드 AI는 품질 편차를 줄이고 공정 병목도 해소할 수 있다 / 출처=프로보틱스
프로보틱스의 나노가드 AI는 품질 편차를 줄이고 공정 병목도 해소할 수 있다 / 출처=프로보틱스

김 시장의 문제점은 프로보틱스의 나노가드 AI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 가능하다. 나노가드 AI는 로봇 학습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업체의 레이아웃과 기존 설비에 맞춰 빠르게 맞춤 적용할 수 있고, 현장 배포가 가능한 것이 핵심이기 때문. 이로써 품질 편차를 줄일 뿐만 아니라 공정 병목도 대응할 수 있다.

프로보틱스에 따르면 나노가드 AI의 시제품은 오는 12월 출시된다.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베타 테스트와 PoC(개념 검증)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규격을 맞추는 등 고도화 작업을 거쳐 양산화할 계획이다. 박규영 대표는 "나노가드 AI는 개발에 4개월 정도 걸렸다. AI 기술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국 김 가공업체에 수소문…현장서 답 찾아

프로보틱스 창업 후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규영 대표는 "초반에는 김 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400여 개의 김 가공업체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규영 대표의 방문을 반기는 업체는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규영 대표는 꾸준히 시도했고, 나노가드 AI에 관심을 가지는 업체도 생기기 시작했다. 박규영 대표는 "지난 몇 달 동안 고향보다 현장에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노가드 AI를 완성해나갔다"고 밝혔다.

박규영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노가드 AI를 완성해나갔다 / 출처=프로보틱스
박규영 대표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노가드 AI를 완성해나갔다 / 출처=프로보틱스

또 다른 어려움은 현장별 이질성이었다. 박규영 대표는 "업체마다 부지, 동선, 인력, 장비 구성이 달라 일관된 솔루션을 곧바로 제시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프로보틱스는 자체 제작 공정 시뮬레이션을 활용, 기존 설비 위치와 동선 제약을 반영한 후 나노가드 AI가 들어갈 부지를 사전에 확보 및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 나노가드 AI는 업체에 이미 갖춰진 김 선별기 옆에 설치해 컨베이어밸트 라인만 연결하면 된다. 김 선별기 두 대당 나노가드 AI 한 대만 있으면 충분하다.

박규영 대표는 "나노가드 AI의 도입으로 K-김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프로보틱스는 이를 통해 K-김을 세계 최고의 김으로 재도약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챗GPT와 같은 파급력 기대

동국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규영 대표는 IT 특수병으로 군 복무를 할 만큼 개발 능력을 인정 받았다. 김상윤 프로보틱스 CTO 역시 IT 특수병 출신이며, 박규영 대표와 군에서 맺은 인연을 이어간다. 두 사람은 외주 용역도 다양하게 경험하며 개발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이러한 이력은 나노가드 AI와 같은 현장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박규영 대표는 "여러 외주 용역을 경험하며 개인적으로 기술보다 현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프로보틱스 창업 때도 개발자가 아닌 창업가의 시각으로 기술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현장에 직접 갔고, 그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그 결과 현장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규영 대표와 김상윤 CTO가 나노가드 AI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 출처=IT동아
박규영 대표와 김상윤 CTO가 나노가드 AI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 출처=IT동아

또 박규영 대표는 "신기술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현장 호환성과 도입 용이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기존 업체 설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우리가 해결할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설비 교체 없이 필요한 부분에 정확히 기술을 접목시키는 접근도 고집한다. 결과적으로 도입 리스크와 가동 중단 비용을 줄이고, 효율과 회수기간(ROI)을 앞당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노가드 AI 역시 호환이 용이하다. 로봇손만 교체하면 또 다른 업체나 현장에 도입될 수 있는 것. 박규영 대표는 "모든 생산 분야에서 시뮬레이션과 로보틱스를 더 가볍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오픈AI의 챗(Chat)GPT가 처음 세상에 줬던 파급력은 단지 성능이 아니라 접근성과 범용성에서 나왔다고 본다. 프로보틱스의 로봇 시뮬레이션 역시 그와 같은 파급력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능, 접근성, 범용성을 동시에 달성해 로봇 자동화의 진입 장벽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프로보틱스는 2025 예비창업패키지 1·2차 선정, 해양과학기술진흥원·벤처운용사 주관 해양수산 엑셀러레이터 선정, 학생창업유망팀 300 선정,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수상 등 여러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초기 창업 기업으로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에서 창업동아리로 선정돼 지원받는다. 창업동아리는 예비·학생 창업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청년지원사업이다. 박규영 대표는 "창업이 처음이라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했다. 사업자등록부터 법적인 문제까지 모르는 개념도 많았는데 동국대학교 창업교육센터에서 관련 멘토를 소개해줬다. 창업 초기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규영 대표는 K-김 공정에서 가시적 성과를 통해 자사 솔루션의 실효성을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현장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보틱스가 김을 시작으로 어떤 산업까지 확장할지 기대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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