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AI 인프라 대표주자’ 될 수 있을까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SK그룹이 AI 인프라 분야의 ‘국가대표’를 자처하고 나섰다. SKT는 11월 3일~4일 열린 ‘SK AI 서밋 2025(SK AI SUMMIT 2025)’에서 AI 인프라 구축 로드맵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 5만 개 이상을 확보하고, 수도권과 경남 및 서남권을 아우르는 전국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 DC)를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재헌 SKT CEO / 출처=SKT
정재헌 SKT CEO / 출처=SKT

정재헌 SKT CEO는 기조연설에서 “AI 인프라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정부와 협력해 국가대표 AI 사업자로서 AI 인프라 진화를 이끌고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SKT의 AI DC 관련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울산 AI DC 대규모 확장 검토 ▲에너지 특화 AI DC 솔루션 글로벌 진출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통한 ‘엣지 AI(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기지국 단에서 처리해 초저지연·보안·네트워크 효율을 높이는 방식)’ 추진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 ▲AI DC 종합 사업자로의 도약 등 전략을 발표했다.

SK AI DC 울산, 2027년 1단계 완공 목표

SK AI DC 울산 기공식 모습 / 출처=SKT
SK AI DC 울산 기공식 모습 / 출처=SKT

AI 인프라는 AI를 개발 및 실행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GPU, 서버 등)부터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리소스를 포함하는 기반 시설이다. 최근에는 AI 주권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그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도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MSIT)를 통해 2030년까지 최신 엔비디아 GPU 5만여 개를 국가 AI 인프라에 배치할 계획을 밝히며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SK그룹의 AI 인프라 전략은 명확하다. 수도권, 경남, 서남권을 잇는 삼각 거점 체제의 구축이다. 핵심은 현재 AWS와 협력해 구축 중인 울산 AI DC를 총 1GW 이상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 수준의 전력량에 달한다. 울산 AI DC는 지난 8월 기공식을 마쳤으며, 2027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더해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0월 31일 방한해 발표했던 한국과의 AI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젠슨 황 CEO는 한국 정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과의 협력을 발표하며 한국에 총 26만 개 규모의 GPU 지원 계획을 제시했다. 이중 SK그룹에는 최대 5만 장이 배정됐고, SK그룹은 해당 물량을 울산 AI DC에 우선 투입해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와 엔디비아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SK하이닉스와 엔디비아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 출처=IT동아

나아가 SK그룹과 엔비디아는 GPU 구동에 필수적인 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차세대 첨단 메모리 솔루션 개발, 반도체 제조, 통신 인프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 협력해 반도체 연구, 개발, 생산을 가속화하고, 디지털 트윈 및 AI 에이전트 개발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엔비디아의 GPU와 소프트웨어를 AI 인프라로 한국 AI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AI 팩토리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AI DC가 완공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AI 팩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팩토리는 AI 시대 새로운 제조 공장 개념으로, 차세대 메모리,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다. 특히 SK그룹의 AI 팩토리는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SKT는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 출처=엔비디아
SKT는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 출처=엔비디아

이번에 SKT가 발표한 ‘제조 AI 클라우드’ 역시 주목할 만하다. SKT는 엔비디아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RTX PRO 6000 GPU 2000여 장을 도입해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주요 제조사의 AI 전환에 활용되며, 국내 제조업계가 피지컬 AI 및 로봇공학 개발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반도체 공정을 디지털 트윈 형태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10월 오픈AI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서남권에 세 번째 거점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지역은 미정이나, “SK AI 데이터센터 울산과 함께 동서를 연결하는 AI 벨트”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기조연설에서 정재헌 CEO는 “제2, 제3의 울산 AI DC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자본의 한국 투자를 유도하고, 한국을 아시아 최대 AI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AI 인프라 수직계열화의 완성

SK그룹이 ‘국가대표 AI 인프라 기업’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동력은 단순히 GPU 확보 물량 때문만은 아니다. 그룹 전체의 구조적 강점, 수직계열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그리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SK하이닉스), 통신(SKT), 에너지(SK이노베이션)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핵심 경쟁력이다.

정재헌 SKT CEO / 출처=SKT
정재헌 SKT CEO / 출처=SKT

먼저 SKT는 통신 인프라의 전문성을 살려 네트워크 영역에서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재헌 CEO는 “AI 서비스 증가에 따라 통신사가 확보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재조명받고 있다”며, “전국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AI DC와 온디바이스 AI 사이의 간극을 메꿀 수 있는 엣지 AI와 AI 기반의 지능형 통신망 기술인 ‘지능형 기지국(AI-RAN)’은 통신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SKT는 엣지 AI 구현을 위해 AWS와 기술개발(R&D)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SKT가 가진 국내 시장 이해도와 AI 인프라 기술력에 AWS의 클라우드 및 AI 기술을 접목해 엣지 AI 상용 테스트 등 중장기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 및 정부, 학계 등과 AI-RAN 기술의 공동연구 및 실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AI-RAN은 설계 단계부터 AI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네트워크로, 제조 AI 확산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다.

한편, AI DC의 막대한 전력 소모는 운영 비용과 환경 문제로 직결되는 고질적인 난제다. SK그룹은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자 혁신 에너지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NG 발전·냉열 시스템과 결합해 에너지 절감형 데이터센터 모델로 확장 중이다. 이는 국내를 넘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특화 AI 인프라 수출 모델로 제공해 효율·저탄소 AI 인프라의 해외 표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SK AI 서밋 현장 / 출처=SKT
SK AI 서밋 현장 / 출처=SKT

궁극적으로 SK그룹은 핵심 역량을 AI라는 단일 목표 아래 결집시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기존 역할을 확대해 설계·구축·운영 등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하는 ‘AI DC 종합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SKT는 각 분야의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 영역을 내재화하고, 비용 효율적인 ‘AI DC 솔루션 패키지’를 제품화할 계획이다.

AI G3 도약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드웨어 확보를 넘어, 네트워크 인프라 확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 및 적용, 글로벌 빅테크와의 동맹 관리, 그리고 국내 AI 생태계의 개방성과 다양성 확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학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AI 인프라 운영 및 개발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확보가 최종 과제가 될 것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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