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제로] 7.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IT동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불만이나 건의,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민원’이라 합니다. 오늘도 전국에서 수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또 처리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 운영, 지원 등의 관련 민원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원기관에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는데요. 이런 민원은 창업자 또는 민원 제기자 또는 고객의 성향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 [민원제로]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봅니다.
연재순서
- 집요한 불만 제기 : “제가 그 유명한 진상 민원인입니다만...” (https://it.donga.com/106803/)
- 무차별적 난동 :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지!” (https://it.donga.com/106858/)
-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https://it.donga.com/106988/)
- 민원인 유형과 대응 실제 (https://it.donga.com/107101/)
-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https://it.donga.com/107313/)
-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https://it.donga.com/107513/)
-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혹시 '리빙랩(Living Lab)'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리빙랩은 1990년대 후반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MIT의 윌리엄 J. 미첼(William J. Mitchell) 교수와 연구진들은 실제 주거 환경을 모방한 실험실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형태의 '사용자 중심 혁신 환경'을 만들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유럽은 이 개념을 받아들여 좀더 개방적인 도시 기반의 실제 환경에서 사용자들과 함께 혁신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바르셀로나, 헬싱키, 맨체스터 등의 도시는 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기업, 정부, 학계가 협력하는 실험적 도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시민들의 민원을 능동적으로 해결하고, 사회 개선을 이루는 다양한 리빙랩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리빙랩은 시민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혁신 방법론으로,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국가에서는 민원을 단순히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사회적 변화를 끌어낸다.
네덜란드는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리빙랩 활동을 전개 중이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서는 도시 교통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교통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결합한 새로운 교통 모델을 시민들과 함께 실험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단순히 정책 수용 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결과로, 이 리빙랩 활동은 도시 내 교통 혼잡도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시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네덜란드의 리빙랩 우수 사례로 공공 서비스의 개선을 목표로 한 실험이 있다. 네덜란드는 '디지털 리빙랩'을 운영하며, 시민들이 공공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종종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문제 등으로 시민들 불만을 일으키곤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리빙랩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덴마크에서도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다양한 리빙랩 활동이 진행된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민 참여형 리빙랩'이다. 시민 자신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시민들은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 방법을 실험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문제는 대부분의 가정이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리빙랩 참여자들은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로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법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에너지 사용 습관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덕분에 덴마크는 에너지 효율 향상에 큰 진전을 이루었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리빙랩 활동은 시민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발생한 민원 해결에 급급한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 또한, 시민들이 스스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그 해결 방안이 실제로 실현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큰 자긍심을 느낀다. 결국 리빙랩은 민원의 해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빙랩 시도가 지속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리빙랩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솔루션 리빙랩(Solution Living Lab)'을 운영하여 부산 시민과 스타트업 간 협력을 추구한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들되 시민을 직접 참여시켜 추진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리빙랩 활동이 유럽만큼 활발하진 않다. 지금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더욱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발생 민원의 해결에만 급급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우리도 시민에게 지금보다 더 사회 개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민원'은 말 그대로 수동적 의미다. 누군가 민원을 제기하면, 다른 누군가가 해결하려 애쓴다. 고객이 문제 제기와 해결 방안 마련에 함께 참여하는 상황은 매우 능동적 상황이다.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이며, 이런 노력이 가시화, 구체화 된다면 기존과 다른 접근과 책임감으로 큰 변화와 혁신이 생길 수 있다.
민원을 줄이거나 신속히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과 고객의 능동적 참여를 도모하라. 참여가 늘어날수록 사회적 책임감과 브랜드 충성도는 높아진다.
글 / 김영준 ( 3dbiz@naver.com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 실장.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 대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나 대기업, 여러 기관 등 대상으로 기술 트렌드, 글로벌 진출, 기업가정신 등의 주제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수상. 주요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가상현실을 말하다], [민원제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