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험 줄인다" 포오랩, 일회용 내시경 소독기로 차별화 [혁신스타트업 in 홍릉]
※ 홍릉 강소특구는 산·학·연·병을 모두 갖춘 의료·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로 다방면의 딥테크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합니다. 우리나라를 딛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할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전 세계가 감염병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감염병 예방과 소독의 중요성을 깨달은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교차 감염 방지는 환자 안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존 의료기기 소독 방식의 한계를 혁신적 기술로 극복한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바로 (주)포오랩(FOUR-O LAB)이다. 포오랩을 창업한 김경수 대표를 만나 업체의 성장 과정과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내시경 소독기 문제점 인지…완벽한 소독 꿈꾸며 창업
2022년 설립된 포오랩은 일회용 내시경 소독기 전문 제조업체다. '포오(Four-o)'는 영어 숙어로 '완벽한'이라는 뜻이고, '랩(Lab)'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개발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김경수 대표는 "포오랩이 소독기를 개발하는 업체인 만큼 사명에 '완벽한 소독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김경수 대표가 포오랩을 창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의사를 꿈꾸며 꾸준히 공부한 그는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후 의료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의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다가 서른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군 입대하며 13여년 만에 처음으로 공부를 멈췄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부상을 당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되며 신체는 물론 심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때 친구의 권유로 골프 모임에 나가면서 사업가들과 교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김경수 대표는 "10년 이상 공부만 하다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다. 펜을 놓고 나니 재미있는 세상이 보였다. 처음으로 사업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면서 "전공이었던 응용화학과 의료 분야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가 기존 내시경 소독기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소집해제 후 3개월 만에 포오랩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포오랩은 '일회용 소독기는 왜 없을까'라는 김경수 대표의 생각으로 출발했다. 기존 재활용 내시경 소독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기에 일회용 내시경 소독기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 것. 또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여간 내시경 기구 소독 점검 결과 ‘부적정’ 판정을 받은 국가건강검진기관이 593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관련 문제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되기도 했다.
국내 기술력 검증 이어 유럽·미국까지 도전
포오랩에서는 일회용 내시경 소독기 '옥타셀(OCTA-SELL)' 1과 2를 차례로 개발해 판매한다. 옥타셀1은 내시경 스코프 1대를 처리할 수 있는 1구형으로 소규모 의료기관이나 처리량이 적은 환경에 적합하다. 2구형으로 구성된 옥타셀2의 경우 처리량이 많은 의료기관 및 효율성이 중요한 공간에 어울린다.
특히 옥타셀은 위·대장 내시경 등 연성 내시경 스코프를 정제수(또는 수돗물)를 이용해 세척한 후 기기 내에 전기분해 장치를 작동시켜 살균 효과가 있는 차아염소산염을 직접 생성, 소독조에 공급한다. 일정량의 소독액으로 30~80회 재사용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옥타셀은 소독액을 기기 내에서 매회 직접 생성, 일회용 소독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부합하며, 높은 수준의 소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차 감염을 방지하는 데도 탁월하다.
차아염소산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수 대표는 "차아염소산염이 옥타셀의 주 소독액 성분이다. 기존 제품에 주로 사용된 ‘산’ 계열의 소독액과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소독 성분 중 차아염소산염만 '염' 계열이다. 염 계열은 산 계열보다 강력한 살균력을 자랑하고, 경제성과 안정성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차아염소산염의 경우 사용 장소에서 전기분해 된 후 특정 농도를 만족시켜야하는 조건에 부합돼야 한다. 포오랩은 해당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술로 특허를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옥타셀은 염 계열 소독액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교차 감염 위험이나 농도 저하 등 기존 소독액 재활용 방식의 단점을 일회용 소독액 생성 방식으로 해결했다. 또 생성된 소독액은 한 번 사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래 성분인 물과 염화이온으로 분해되는 성질에 따라 하수 배출 처리가 가능해 의료 폐기물에 대한 부담도 없다.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의료기기인 셈이다.
또 포오랩은 옥타셀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전기분해 장치의 주 원료인 정제염을 선택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김경수 대표는 "처음에는 모든 정제염이 다 가능한 줄 알고 시험했는데 지속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정제염에 포함된 불순물에서 비롯 된 것이었다. 불순물이 없는 정제염을 고르고 반복 시험하는 과정이 어려웠다"면서 "외국산 정제염은 저렴하지만 불순물이 많았다. 결국 99.9%의 국내산 정제염만 고집하고 있다. 해외 수출용 옥타셀도 국내산 정제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2023년 4월 옥타셀1에 이어 올해 6월 옥타셀2까지 식약처 인증을 획득한 포오랩은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입증받고 있다. 현재 벤처기업,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ISO 13485 등 다양한 인증을 보유 중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인증도 적극 추진한다. 김경수 대표는 "올해 유럽 CE인증 절차를 시작했고, 연말에는 미국 FDA 인증도 할 예정"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한 모든 인증을 획득해 수출 기업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난관 뚫고 새로운 길 개척…해외 진출 청신호
포오랩이 옥타셀을 상용화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겼었다. 옥타셀 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경수 대표는 "다른 소독기와 같이 작은 크기로 만들어 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보통 전기분해 장치의 경우 부피는 물론 소음도 큰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전기분해 장치를 넣게 되면 기기의 부피가 상당히 커져 경쟁력을 잃는다. 포오랩은 이러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잘 해결해 기존 소독기와 비슷한 크기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옥타셀과 같이 소독액을 직접 만들어 내는 내시경 소독기는 국내에 처음이라 관련 규정이 없는 부분도 포오랩의 난관 중 하나였다. 김경수 대표는 "소독액을 만들어 내는 내시경 소독기는 옥타셀이 처음이다 보니 식약처에서도 비교군이 없었다. 포오랩이 모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했다. 이 때문에 식약처 허가 기간만 약 1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외에도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다. 각 부품들에 대한 테스트 과정에서는 이상이 없었는데 시제품 제작을 하면서 문제가 드러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식약처 인증에 들어가기 직전 다급하게 부품을 변경해 문제를 해결한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포오랩은 중소형 의료기관 위주로 옥타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검진센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의료업계는 보수적이라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에 의료 관계자 대부분이 옥타셀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교체하는 사례는 드물다. 상대적으로 개원하는 병원이나 옥타셀의 안정성 및 경제성을 인정하는 의료기관은 점차 도입하는 추세다.
김경수 대표는 "포오랩의 국내 신뢰도 및 인지도 확보가 중요하다. 포오랩은 옥타셀의 기술력과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포오랩에 대한 인지도 및 신뢰도가 부족해 실 사용자인 병원에서는 구매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과 협업해 옥타셀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사용적합성을 평가해 주는 정부 지원 사업이 있는데, 이 역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와 달리 해외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경수 대표에 따르면 해외 의료 관련 박람회 참여 시 옥타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러시아의 한 업체는 옥타셀을 접하고 통역사를 대동해 적극적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해외 의료기기 시장의 변화도 포오랩에게는 호재다. 김경수 대표는 "최근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재활용 내시경 소독기에 대한 신규 CE 인증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재활용 내시경 소독기의 문제점을 선진국에서 점차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옥타셀과 같은 일회용 소독기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오랩은 올해 11월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의료·헬스케어 박람회 '메디카(MEDICA) 2025'에 첫 참관한다. 김경수 대표는 "메디카는 2년 전부터 매년 참관객으로만 다녀왔다. 그동안 포오랩과 같은 일회용 내시경 소독기 제품은 없어서 해외에서도 가능성을 봤다"며 "포오랩은 앞으로 베트남, 유럽, 미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릉 강소특구 다양한 지원에 '매우 만족'
포오랩은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홍릉 강소특구 입주 기업에 선정,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홍릉 강소특구는 세계에서도 드문 바이오·헬스케어 딥테크 융복합 클러스터(특정 산업의 구성원들과 관련 기관, 기업들이 모인 첨단 산업 집적 단지)다. 김경수 대표는 "홍릉 강소특구로부터 IR, 투자, 마케팅, 판로 개척 등 여러 방면에서 포오랩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여러 기업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준다"면서 만족했다.
뿐만 아니라 포오랩은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 본사를 두고 있어 서울이나 지방으로부터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김경수 대표는 홍릉 강소특구에서 제공받은 사무실을 포오랩의 전시장 개념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포오랩은 내시경 소독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경수 대표는 치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동물병원은 물론 산후조리원, 장난감도서관, 식당에 이어 일반 가정까지 소독이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사업 확장할 계획을 밝히며 "모든 분야에서의 소독을 책임지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포오랩은 창업 4년 차로 아직 소규모지만 김경수 대표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가 꿈꾸는 '감염병 없는 세상'을 향한 여정은 해외 진출까지 청신호를 켜며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