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트라이 에브리싱 2025’
[IT동아 한만혁 기자] 국내외 투자사와 유망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스타트업 대축제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5’가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트라이 에브리싱은 서울특별시와 매경미디어그룹이 공동 주최하고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관하는 행사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모여 네트워킹하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와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는 'Dive Deep, Fly High(깊이 파고들어, 높이 비상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글로벌 리더 강연, 1:1 투자 밋업, 오픈이노베이션 쇼케이스, 스타트업 데모데이, 전시 및 체험 부스,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슬로건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신기술, 트렌드 등 시장 상황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목표와 비전을 향해 비상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세훈 시장 “서울, 글로벌 톱5 창업 도시로 도약할 것”
트라이 에브리싱 2025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지원 사업과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창업하기 좋은 도시 8위에 선정됐다. 이는 싱가포르, 일본 도쿄보다 높은 순위다. 특히 지식 축적, 자금조달 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시장 진출, 인재 양성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세훈 시장은 “이같은 성과는 서울시가 기업 성장을 위해 노력한 값진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형 연구개발(R&D) 사업과 미래 혁신 성장 펀드를 통해 기업의 R&D를 지원하고 있으며, 5조 원 규모 비전 2030 펀드를 조성해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서울 전역에 산업별 창업 거점을 조성했다. 홍릉은 바이오 및 양자, 양재는 AI, 여의도는 핀테크, 수서는 로봇, 상암은 콘텐츠에 특화하고, 연구, 투자,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오세훈 시장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3가지 전략도 발표했다. 첫째는 글로벌 진출 가속화다. 해외 거점을 2030년까지 20곳으로 늘려 매년 300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사와 직접 만날 기회도 확대한다.
둘째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확장이다. 인력과 정보 부족으로 오픈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인 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협력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도록 전용 플랫폼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AI 집중 육성이다. 5000억 원 규모 서울비전2030 펀드를 신설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양재에 서울AI테크시티를 조성해 AI 실리콘 밸리로 키울 계획이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톱5 창업 도시”라며 “입주 공간, 네트워킹, 자금, 인재 양성 등 물리적인 지원을 넘어 창업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은 변화가 기회가 되는 시대”라며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리더들의 인사이트 공유
트라이 에브리싱 2025에서는 국내외 창업 생태계 리더들이 대거 참여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초대 CEO는 ‘혁신의 여정: 아이디어에서 시장으로’를 주제로 전기차 생산 경험을 전달했다. 그는 “아름다운 디자인, 빠른 속도, 긴 주행 거리 등 기존 전기차에 없는 요소에 대해 고민했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라고 강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니콜라 테슬라가 발명한 모터를 선택한 것이 이같은 고민의 결과다. 에버하드 창업자는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며 현상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잭 캐스(Jack Cass) 전 오픈AI 상업화전략 총괄은 ‘차세대 혁신 기업의 조건’에 대해 강연하며 기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회는 어떻게 특정 기술을 채택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엘리베이터가 처음 나왔을 때를 예시로 들었다.
1854년 오티스 엘리베이터가 처음 엘리베이터를 선보였을 때 사고가 일어나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아무도 타지 않았다. 기술적 문턱을 넘었지만 사회적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해 이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음악을 재생해 즐거움을 제공하며, 운행자를 배치해 인간의 통제력을 느끼도록 했다.
잭 캐스 총괄은 “지금 시대의 엘리베이터는 자율주행차”라며 “전 세계 도로에서 130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자율주행차이지만, 전 세계 자율주행차 승인율은 25%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인간은 통제력을 좋아한다는 점,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대중이 기술 발전 수준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 인간은 기계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윤송이 PVP 대표, 찰리 인(Charlie In) 래플스 캐피탈 대표, 마커즈 탄(Marcuz Tan) 부스티드 에이펙스 대표, 크리스틴 차이(Christine Tsai) 500글로벌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 스타트업 성공 노하우와 글로벌 트렌드를 공유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실질적 협력 기회 제공
트라이 에브리싱 2025에는 1:1 투자 밋업과 전시 행사도 열렸다. 올해는 밋업 부스 15개, 글로벌 VC관 12개, 대기업관 3개, 국내 VC관 5개, 스타트업 부스 79개 등 총 120개 부스가 마련됐다. 밋업 부스에는 700건 이상의 미팅이 진행됐으며, 글로벌 VC관에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9개국에서 12개 기관이 참여해 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대기업관에서는 신한금융그룹, 삼성물산, KT,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협업한 스타트업의 기술 및 서비스를 소개했다. 국내VC관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인라이트벤처스, 현대차기아 제로원벤처스, IBK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가 부스를 채웠다.
서울시는 밋업 플랫폼 확장과 글로벌 VC 참여로 올해 더 높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트라이 에브리싱에서는 2012개 스타트업과 701개 투자사 및 대중견기업이 참여해 총 5821건의 밋업을 진행했으며, 약 1542억 원의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전시 부스에는 79개의 유망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글로벌 진출 잠재력을 지닌 유망한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 SBA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각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나고 미래 기술을 체험했다.
부스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출신 국가, 투자라운드, 추천 기관, 참여 목적 등 스타트업 기본 정보를 부스 상단 및 옆면에 표시했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기업 자료를 바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스타트업에 대해 일일이 물어보거나 담당자를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와 SBA가 스타트업을 효율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현우 SBA 대표는 “트라이 에브리싱 2025는 서울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행사”라며 “올해는 글로벌 개방성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데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라이 에브리싱 2025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 및 혁신 성장 가속화에 필요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이 글로벌 톱5 창업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