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술 '자동소화시스템'으로 전기차 화재까지 잡는다...'파이어킴ES'
[IT동아 김동진 기자] 파이어킴ES는 화재가 발생하는 즉시 소화약제를 90% 이상 방출해 초기 진화를 돕는 자동소화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만든다’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다년간 소방안전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수행, 자동소화시스템 관련 국내외 25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2027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해 글로벌 재난안전 분야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병열 파이어킴ES 대표를 청주 사업장에서 만났다.
독자 기술로 감응형 플라스틱 기반 자동소화시스템 개발…공간 맞춤형 제품 라인업 구축
플라스틱 소재 기업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김병열 대표는 제조업 기반의 경험을 활용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결심으로 파이어킴ES를 창업했다.
김병열 대표는 “플라스틱 소재 기업에 재직 중이던 2014년 당시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사고로 21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이 대피하지 못해 희생이 컸던 사건이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불길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이 충격적이었고 안타까웠다”며 “불이 났을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초기 대응의 부재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몇 분이 생사를 갈라놓는데, 그 시간을 버텨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특허청 키프리스를 며칠간 찾아봤지만 관련 기술은 없었다. 결국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해 창업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김병열 대표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응형 플라스틱 소재에 주목했다. 일정 온도 이상에 다다르면 스스로 변형, 용해되는 감응형 플라스틱은 정전이 일어나도 소화 약제를 자동 방출하는 자동소화시스템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했다.
김병열 대표는 “제품 개발 시에 자체 R&D 센터 내 방폭 테스트 랩에서 8년간 쉼 없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재 진압 실험을 하며 자체적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배터리 화재진압 기술의 경우, 배터리 셀 유형별로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발화 실험을 진행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며 “배터리 제조사들과도 협력해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치기도 했다. 이처럼 수년간 연구개발 끝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했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Korea Fire Institute) 인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축물에 설치되는 소방시설과 관련된 제품은 의무적으로 KFI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감응형 플라스틱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틱형 자동소화기는 그간 시장에 없던 혁신 제품이었다. 따라서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평가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1년 가까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입증한 끝에 KFI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KFI 인증에 이어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제품 인증까지 취득한 파이어킴ES는 본격적으로 기술의 효용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파이어킴ES의 자동소화시스템은 ▲작은 공간용 자동소화용구 ‘스틱(STICK)’ 시리즈 ▲실시간 화재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틱센서 플러스(STICK SENSOR+)’ ▲중·대형 공간용 소화설비 ‘레드블럭(RED BLOCK)’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등으로 구성된다.이들 자동소화시스템은 공간 크기에 맞춰 전기실, 배터리실, 병원 병실 등 화재 취약 구역에 설치할 수 있다.
김병열 대표는 “자동소화기 스틱은 화재로 인해 내부 온도가 100도~110도로 상승하는 공간에서 소화기 캡슐이 자동으로 온도를 감지, 내부 소화약제를 순간적으로 90% 이상 방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방호 구역 전체로 소화약제를 확산해 해당 공간 내 공기를 밀어내고 열을 빼앗는 질식소화, 발화점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소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스마트한 자동 소화기다. 별도의 전원이나 센서가 필요 없어 정전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며 “요양병원 화재 당시 발화점은 작은 분전반이었다. 분전반과 같은 작은 공간에도 제품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막대 형태의 콤팩트한 크기로 제품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대형 공간 커버를 위해 스틱센서 플러스와 레드 블록도 개발했다. 스틱센서 플러스는 설치된 환경에서 연기농도의 변화와 특정 이상의 온도, 소화 약제의 누기 등을 감지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이상신호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레드 블록은 변압기, ESS룸, 선박, 대형 드론, UPS, 발전소 등에 적합한 제품”이라며 “자사 제품은 모두 청정 소화 약제를 사용하므로 소화 후 잔여물이 남지 않아 화재 진압 후에도 설비 가동을 빠르게 재개하도록 돕는다. 청정 소화 약제 사용으로 2차 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하므로 데이터센터, 배전반 등 민감한 전자시설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이어킴ES는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 안전대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각 제품은 조달청 혁신·우수제품으로 선정돼 관공서와 같은 공공기관에 납품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두산그룹, SK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사업장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파이어킴ES “전기차와 ESS 화재 진압할 차세대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 내년 출시”
파이어킴ES는 배터리 제조사 및 전기차 공급업체와 협업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할 차세대 소화시스템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병열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 셀은 팩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밖에서 물을 뿌려도 화재 진압이 어렵다. 그사이 불은 번져 큰 피해로 이어진다”며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1월 중소기업 기술개발 과제를 기반으로 ‘배터리 소화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사와 함께 다년간 협업을 통해 독자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배터리 셀 전체를 화재 감응형 캡슐로 덮는 구조를 지닌 차세대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미 최대 전기차 제조사와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를 포함,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에 관심을 보인 다수 기업이 있다. 이들이 여러 가지 테스트를 진행한 후 성능에 만족해 계약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의 국제 인증 취득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UL 인증과 유럽 CE 인증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파이어킴ES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인지 들었다.
김병열 대표는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 상반기 안으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기차·모빌리티·ESS 산업이 발달한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며 “미국 UL 인증이 완료되는 즉시 북미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유럽 CE 인증 등 추가 인증을 확보해 글로벌 판매망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아시아 주요국의 스마트시티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 인프라 확충과 우수 인재 채용에도 과감히 투자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R&D를 뒷받침할 것이다. ESG 경영도 강화해 청정 소화기술 개발은 물론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해 재난안전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겠다. 2027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을 달성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다는 목표를 조직 안팎에 천명했다. 이를 위해 하루하루 꾸준히 달려 나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재난안전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대한민국 소방기술의 위상을 한층 높이겠다. ‘생명을 살리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