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해외실증 사업, 일본 진출하는 '더존·퓨리오사AI' 사례 눈길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은 해외 진출이다. 반도체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규격과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므로 제조 국가와 관계없이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반도체의 설계, 제조, 조립, 판매의 공급 사슬이 여러 국가에 걸쳐 이뤄지므로 시작부터 국제화된 생태계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산업 장비 등 거의 모든 제품에 반도체가 필수로 쓰이는 점, 최근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며 전 산업군에서 AI 반도체에 대한 다각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점도 반도체 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AI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 출처=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AI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 출처=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2025년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 사업’을 통해 반도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 사업은 유망한 국산 AI 반도체와 AI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도입사례를 확보하고,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당초 올해 4월에 선발이 완료됐지만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7월에 2차로 선발해 총 여덟 개 컨소시엄이 지원을 받고 있다.

서버·엣지용 반도체, AI 설루션 등 복합적으로 지원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 사업의 지원 대상 기업은 반도체 기업과 AI 서비스 기업 두 개로 나뉜다. 이중 AI 반도체 지원 분야는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해외 실증환경을 구현하고 AI 모델의 현지 서비스를 해외 서버에서 구현 가능한 서버형 부문,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디지털 장치에서 추론 가능한 엣지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현지 실증을 수행하는 엣지형 두 개로 나뉜다. AI 서비스 기업은 AI 모델 기반의 서비스 개발을 완료해 설루션을 보유한 기업이 해당된다.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사업 선정 컨소시엄, 위쪽이 1차, 아래쪽이 2차 명단 /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사업 선정 컨소시엄, 위쪽이 1차, 아래쪽이 2차 명단 /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 사업에는 ▲ 심플랫폼-디텍 ▲ 버넥트-리벨리온, 비투엔이 서버 부문에 선정됐고, ▲오톰-유엑스팩토리, 자유로운소프트 ▲ 딥엑스-노타가 엣지 부문으로 선정됐다. 당초 사업은 10개 기업만 기획되었으나, 5월 1일 추경사업 확정에 따라 2차 선정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더존비즈온-퓨리오사AI ▲ 에코피스-리벨리온가 서버 부문에 추가 선정됐으며, ▲엘비에스테크-디노티시아 ▲ 라온피플-모빌린트가 엣지 부문으로 선정됐다. 한편 가능한 많은 국가로의 진출을 위해 본 사업은 대만, 몽골, 필리핀, 말레이시아 진출을 지원하고, 추경 사업은 영국, 중동(UAE), 일본, 태국 진출을 지원한다.

2차 사업에 선정된 더존비즈온과 퓨리오사AI는 일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원 및 회계 관리 서비스 실증에 나서며, 에코피스와 리벨리온은 UAE 중견기업과 연계해 AI 영상 인식 기반 수상 오염원 탐지 및 자율정화 설루션 실증에 나선다. 엘비에스테크와 디노티시아는 영국 웨스트미들랜드주 교통국과 연계해 휠체어 데이터 수집 및 안전 내비게이션 구축 실증에 나서며, 라온피플과 모빌린트는 태국 봉깐 주정부와 협력해 홍수, 범죄 해결을 위한 재난·안전·방범 온디바이스 AI 시스템을 개발한다.

일본 진출 나선 더존비즈온-퓨리오사AI의 사례

총 여덟 개의 컨소시엄이 있지만 유독 더존비즈온과 퓨리오사AI의 사례는 주목할만 하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DX(디지털 전환) 추진 가이드라인 2.0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중소기업의 디지털 도입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사업에 맞는 IT 도구를 도입할 때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IT 구축지원금(IT Introduction Subsidy)을 제공하고 있다.


더존비즈온 ONE AI는 ERP(회계, 세무, 인사 등), 그룹웨어(이메일, 메신저, 전자결재 등), EDM(전자문서 생성, 저장, 관리 등)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다 / 출처=더존비즈온
더존비즈온 ONE AI는 ERP(회계, 세무, 인사 등), 그룹웨어(이메일, 메신저, 전자결재 등), EDM(전자문서 생성, 저장, 관리 등)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다 / 출처=더존비즈온

일본 내 IT 도입 확산에 따라 국내에서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는 AI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으나, 일본 시장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그런 가운데 국내 전사적 자원관리(ERP) 1위 기업이자 AI 전환 선도 기업인 더존비즈온과 유니콘 AI 반도체 기업인 퓨리오사AI가 협업해 일본 공략에 나서다 보니, 스타트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중견 기업까지도 이번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 사업만 추진하는 게 아니라 ERP가 필요한 기업 전반을 공략하는 프로젝트라는 점도 중요하다.

더존비즈온이 일본 시장에 소개할 설루션은 ONE AI다. ONE AI는 ▲생산, 회계, 원가, 인사, 영업, 임직원 업무 관리 등을 포괄하는 ERP ▲ 일정 및 자원, 메신저, 업무관리, 포털, 전자결재, 메일 등으로 구성된 그룹웨어 ▲ 문서 중앙화 및 권한 관리, 정보유출 차단, 문서 이력 확인, 문서 공유 등과 같은 전자문서관리솔루션(EDM) 등에 내재화된 기업 맞춤형 AI 서비스다.


ONE AI는 서비스를 위해 개량된 라마-더존 70B 등을 탑재해 안정적으로 업무 환경을 지원한다 / 출처=더존비즈온
ONE AI는 서비스를 위해 개량된 라마-더존 70B 등을 탑재해 안정적으로 업무 환경을 지원한다 / 출처=더존비즈온

더존비즈온은 ONE AI에 회사 업무 관리에 최적화된 라마-더존 70B AI 모델, 빠르고 경량 운영에 최적화된 LG 엑사원 3.5 32B 모델 두 개를 활용한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ERP 데이터 분석, AI 일정 등록 및 결재 작성, 보고서 자동 생성 등 기업 맞춤형 AI 기능이 제공된다. 더존비즈온은 일본 현지 상황에 맞춰 ERP를 고도화하고, 일본어 기반의 UI/UX를 적용 중이다.


퓨리오사AI의 고성능 추론용 AI 반도체 RNGD 카드 외형 및 주요 사양 / 출처=퓨리오사AI
퓨리오사AI의 고성능 추론용 AI 반도체 RNGD 카드 외형 및 주요 사양 / 출처=퓨리오사AI

ONE AI 구동을 위한 연산은 퓨리오사AI의 2세대 AI 신경망 처리 장치(NPU), RNGD를 투입한다. RNGD는 대형 엔터프라이즈 및 클라우드의 고성능, 고효율 추론 인프라 구축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엔비디아 GPU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LG AI연구원이 RNGD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당시 RNGD가 기존 GPU 대비 2.25배의 전력 소모대 성능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퓨리오사AI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스택 / 출처=퓨리오사AI
퓨리오사AI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스택 / 출처=퓨리오사AI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 대형언어모델(LLM) 구동과 병렬 실행 지원 ▲ AI 모델을 RNGD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환하고 실행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컴파일러 및 런타임 ▲ 클라우드 환경에서 RNGD를 지원하도록 돕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툴킷 ▲ 하드웨어 장치 관리 및 제어를 돕는 인프라스트럭처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AI 모델 개발부터 배포, 관리, 활용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쓸 수 있다. 퓨리오사AI는 원활한 서비스 전환을 위해 설루션 아키텍트와 엔지니어링 팀으로 구성된 전문 지원조직으로 반도체 마이그레이션(이전 작업)을 지원한다. 퓨리오사AI 소프트웨어 스택은 모델 지원 과정의 속도나 용이성 측면에서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어, 성숙도 측면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 상용화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존비즈온과 퓨리오사AI는 AI NPU 기반 SaaS의 기능, 성능, 사용성, 안정성 종합 검증을 목표로 단계적인 도입 방안을 제시한다. 1단계에서는 NPU 기반 ERP AI 기능 정상 작동 여부 검증 및 PoC 대상 서비스의 기본 기능 등을 점검하고, 2단계는 일본 사용자 대상 UI/UX 검증 및 현지 적합성을 점검한다. 3단계는 성능 최적화를 위해 전력 소모대 응답 속도 등 성능 지표와 NPU 추론 속도, 정확도 비교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4단계에서는 참여자 대상 인터뷰 및 만족도 조사 등을 토대로 기능 수정 및 정성적 만족도 개선에 나선다.

또한 품질 확보를 위해 개발사 주관으로 ONE AI 기능별 테스트, 일본 사용자 대상 기능성 확인, 비교 GPU 장비 대비 90% 이상의 응답 정확도 확보 및 응답속도 20% 이상 단축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AI 기술 검증 항목은 ▲ 전표 분류, 문서 요약, 회의록 분석 등의 AI 서비스 정확도 ▲ RNGD 기반 NPU 연산 속도 측정 ▲ 기존 GPU 대비 전력당 연산량 비교 ▲서비스 중단, 오류 발생률 등 시스템 안정성 분석 ▲ UX, 사용편의성, 기능 품질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 평가 등으로 진행된다.

일본진출 협업 사례, AI 반도체 실증 넘어선 의의 있어


퓨리오사AI의 RNGD 서버 / 출처=퓨리오사AI
퓨리오사AI의 RNGD 서버 / 출처=퓨리오사AI

AI 반도체 해외실증 사업은 AI 설루션 기업, AI 반도체 기업에게 모두 중요한 사업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반도체 기업은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을 포함해 모빌린트, 딥엑스, 디노티시아, 유엑스팩토리, 디텍이 있다. 일부 기업은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사업을 통해 극적인 수익을 기록한 기업은 없다. 이번 실증 사업을 통해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AI 반도체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해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진다.

AI 반도체 해외실증 사업은 프로젝트 자체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도 대한민국 반도체의 산업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훨씬 크다. 사업을 통해 거둬들인 계약과 성과가 향후 우리나라 AI 반도체 산업 해외진출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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