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잇 “스포츠의 가치를 데이터로 말합니다”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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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예지 기자] 스포츠는 기록의 역사다. 스포츠에서 득점과 패스 같은 기록은 선수의 현재를 증명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세분화된 지표는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고, 구단의 전략 수립과 스카우팅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선수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 대중도 자신의 경기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기록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사람이 직접 경기 전체를 돌려보며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별하고,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스타트업은 스포잇(SPOIT)이다. 스포잇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90분 경기에서 약 30개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추출, 맞춤형 영상을 제작하는 ‘스카우트박스(SCOUT BOX)’를 제공하고 있다.
스포잇은 스포츠 영상 제작을 넘어 비전 AI 기술로 개별 선수 데이터를 기록 및 분석하고, AI 기반 피드백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팀이 필요한 선수를 찾도록 돕고, 선수에게는 자신의 강점에 맞는 팀을 찾아주는 것을 목표한다. IT동아는 권정혁 스포잇 대표에게 스포잇의 창업 계기와 서비스,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30년 축구 인생, 스타트업으로 이어가다
프로 축구 선수로 16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던 권정혁 스포잇 대표는 30년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스포잇을 창업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현역 시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유럽 팀으로 이적을 준비할 당시, 프로 스포츠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스포츠 영상 서비스가 이미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국내에는 선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주는 곳이 없어 영상 품질이 낮아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권정혁 대표는 2019년부터 스포츠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AI 기술을 접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포트폴리오 영상을 만들기 위해 10~15경기를 일일이 확인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비효율적이었고, 그는 AI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부터 스포잇은 스포츠 영상 서비스 스카우트박스에 비전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시작했다.
AI가 뽑아내는 스포츠 영상 ‘스카우트박스’
스포잇의 핵심 서비스 스카우트박스는 전문가와 AI가 함께 설계하는 올인원 하이라이트 제작 시스템이다. 90분짜리 축구 경기 영상을 입력하면, AI 트래킹 기술로 자동으로 약 30개의 주요 장면을 분석 및 추출한다. 골 장면은 물론 골키퍼의 슈퍼세이브나 관객의 이목을 끄는 핵심 순간을 인식해 자동 하이라이트로 구성한다.
권정혁 대표는 “경기를 뛰는 선수, 즉 객체를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추적하는 자체 AI 기술 덕분에 기존 편집 방식보다 훨씬 빨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K리그 전력분석관 출신 스카우팅 비디오 디렉터가 선별 작업을 통해 포지션별 선수 역량을 강조하는 맞춤형 영상을 제작한다. 스포잇은 스포츠 영상 처리 관련 특허 3개를 등록하고, 7개를 출원했다.
특히 현재는 전체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내년에는 개별 선수 트래킹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특정 선수의 움직임, 패스 성공률, 활동량, 뛴 거리 등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다. 권정혁 대표는 “정밀한 트래킹, 하이라이트 영상, 다층적인 경기 지표를 통합 제공하며, 이는 선수의 실질적인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선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지고, 팀과 선수 모두에게 매칭 기회를 넓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2명의 선수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축구 경기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이에 스포잇은 6대 6으로 진행되어 비교적 환경이 단순한 풋살부터 공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포잇은 직영 풋볼 센터 2곳을 인수하기도 했다. 권정혁 대표는 “풋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마라톤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AI 트래킹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선수부터 일반인까지 서비스 확장
스포잇은 B2B와 B2C 양측 시장을 모두 공략한다. 선수 에이전시나 구단을 대상으로 하는 B2B 서비스부터, 소속팀이 없는 선수, 동호인, 유소년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영상을 의뢰하는 B2C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권정혁 대표는 “과거에는 외국 이적 시에나 필요했던 포트폴리오 영상이 이제는 국내 이적 시에도 필수 요소가 됐다. 또한 최근에는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영상을 소장하거나, 프로필 제출용으로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잇은 지난 8월 스카우트박스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도 출시했다. 스카우트박스 앱 사용자는 누구나 자신의 스포츠 활동 영상을 손쉽게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다. 경기 중 득점 상황 등 중요한 장면을 직접 선택하면 전후 30초 영상이 클립으로 자동 저장되는 방식이다. 따로 편집할 필요없이 병합하고 공유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권정혁 대표는 “개인별 AI 트래킹 기술을 경량화하여 내년에는 앱에서도 하이라이트 장면 추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향후 스포잇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AI 기반 피드백을 제공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스포잇은 AI가 사용자에게 개인별 코치 역할을 하고, 스카우터의 보조 도구가 되는 것을 목표한다. 예컨대, 선수의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왼발 패스 성공률이 낮으니 왼발 연습을 더 하라”고 조언하는 방식이다. 또한 스카우터에게는 ‘패스 성공률이 높은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특정 조건에 맞는 선수를 찾는 것을 돕고, 선수에게는 자신의 강점에 맞는 팀을 추천해줄 수 있다. 권정혁 대표는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을 돕는 지능형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별 확장 전략…국내 시장 선점 목표
5년차에 접어든 스포잇은 스카우트박스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출시한 앱 고도화도 병행한다. 권정혁 대표는 “객체 탐지, 트래킹, 상황 인식, 하이라이트 자동 추출 등 주요 AI 알고리즘의 성능을 높이고, 서비스 상용화 범위를 넓혀 나갈 예정”이라며,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 인력을 보강했고, 스포츠 영상에 비전 AI 기술을 다각도로 적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스포잇은 영상 데이터 수집에 적극 나선다. 대표적으로 카메라와 AI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풋살 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권정혁 대표는 “스마트 풋살 시스템은 이용자에게 개인 영상과 기록 데이터를 제공하고, 풋살장 운영자에게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준다. 과거 맨땅에서 인조 잔디로 넘어온 것처럼, 영상과 데이터를 남기며 운동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잇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협업 기업으로 선정됐다. 권정혁 대표는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를 비롯해 연구개발 자금 등 실질적인 지원이 도움이 됐다. 특히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성능 연산 기반의 기술 역량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정혁 대표는 “누구나 자신의 플레이를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선수와 팀을 연결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가치를 주는 스포츠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스포잇이 국내에서 데이터 중심 스포츠 생태계를 구축한 대표 기업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