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조감도에 생성AI 접목한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남시현 sh@itdonga.com

[서울과기대 x 동아닷컴 공동기획]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하 서울과기대)는 예비·초기창업패키지와 메이커스페이스, 글로벌 협업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나아가 동아닷컴과 함께 스타트업의 해외 홍보와 진출을 도울 글로벌 뉴스를 제공합니다.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을 우리나라 내외에 소개합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건물이나 실내 공간 등을 건축할 때는 예상되는 안을 컴퓨터 그래픽(CG) 등으로 이미지를 처리한다. 구성에 따라 평면도나 배치도, 입면도 같은 도면도 있고, 상세한 내용을 덧붙인 단면도, 조감도 같은 건축물의 내외관을 구성하는 이미지도 있다.

이런 형태의 이미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든다. 건축 도면과 현장 사진 등 시각화 자료를 모으고 분위기와 조건을 설정하는 '기획 단계',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로 구체화하는 '모델링 단계', '3D 데이터에 시각적 각도나 질감, 조명을 설정하는 '렌더링 단계', 작업 후 보정을 거쳐 세부 완성도를 높이는 '후처리'단계'다. 이미지를 활용할 성격과 품질에 따라 작업 내역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짧아도 며칠에서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현섭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대표 / 출처=IT동아
노현섭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대표 / 출처=IT동아

지금까지는 건설, 건축 업계에서 외부 전문 제작사를 통해 건축 이미지를 만드는 게 기본이었지만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수요 기업이 직접 건축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시장을 바꾸려 한다. 복잡한 3D 작업을 거치지 않고 간단한 텍스트(프롬프트)와 디자인 레퍼런스 이미지를 입력해 조감도를 개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조감도에서 나아가 건물 내외부의 인테리어도 생성형 AI로 효율 좋게 제작, 건설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려 한다. 노현섭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대표를 만나 그의 성과와 포부를 물었다.

건축 시장의 틈새 파고든 전략, 비용 절감·생산성 모두 달성

노현섭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전자공학부와 기술경영학부를 복수 전공했고,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노현섭 대표는 “학부 시절에도 창업에 관심이 많아 2학년 때 무역 관련 법인을 설립해서 운영 한 적도 있고,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인턴 경험도 쌓았다. 스스로 창업해 보고자 예비창업을 비롯해 다양한 아이템을 구상해 봤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라며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러다 학부 시절 룸메이트인 이대한 공동창업자, 고현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창업에 대한 뜻을 모았고, 2023년 4월에 지금의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를 창업했다. 노현섭 대표는 “우리가 투자한 만큼 회수 가능한 사업을 구상하다가 생성형 AI를 수직적 시장(Vertical Market)에 접목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에 병목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산업 부문을 조사하다가 건축 설계 시각 디자인을 생성형 AI로 풀어보자는 기획이 나왔다. 시장 반응과 빠른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계 벤처 투자사인 500 글로벌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플랜바이 스튜디오는 웹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SaaS 형태로도 쓸 수 있다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플랜바이 스튜디오는 웹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SaaS 형태로도 쓸 수 있다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의 주력 설루션인 ‘플랜바이 스튜디오’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노현섭 대표는 “플랜바이 스튜디오는 건설사, 건축설계사무소, 인테리어, 부동산 기업이 건물 관련 조감투시도, 인테리어 관련 작업을 할 때 비용은 절감하고, 생산성은 높이기 위한 도구다. 당초 조감도 등은 외부 업체에 의뢰해야 하지만 이를 생성형 AI로 자동화했다”라면서 “아파트, 빌딩은 물론 플랜트까지 진행된 사례가 있고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상세 가구 배치까지 세세하게 가능하다”라고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플랜바이 스튜디오를 활용해 실제 구도에 맞게 이미지를 생성한 예시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플랜바이 스튜디오를 활용해 실제 구도에 맞게 이미지를 생성한 예시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웹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며 간단하게는 작업중인 3D 모델링의 스크린샷, 현장 사진 등을 찍어서 업로드하고 디자인 기준이 되는 이미지나 날씨, 구도, 색상, 주변 환경 등에 대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바로 결과물을 생성한다. 일반적으로는 시간이나 예산 문제로 조감도를 여러 개 제공하지는 않는데, 플랜바이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고품질의 시안을 다수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업 환경에서는 건축 도면이나 내부 데이터를 함부로 유출할 수 없어서 상용 이미지 AI 모델을 쓰기 곤란할 수 있다. 이 경우 AI를 건축 쪽에 특화된 알고리즘을 별도로 탑재하고, 기업에서 제공한 데이터만으로 학습하여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각각의 모델을 특화해서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건축 품은 기술 기업··· 사업 확장 가능성 열어둬

실제 도입 사례도 흥미롭다.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과 개념 증명(PoC)을 진행하고 설루션 판매도 진행 중이며, 특히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와도 개념 증명을 진행했다. 올해 1월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CBRE 미국 세너제이 지사의 한 매물에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일본 지사는 플랜바이 스튜디오를 시범 도입할 팀을 꾸려 AI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에 적용했다. 핵심은 벽, 바닥, 창문, 천장 등 공간의 구조를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이다.


CBRE와 진행해 만든 건물 브로셔 시안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CBRE와 진행해 만든 건물 브로셔 시안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노현섭 대표는 “CBRE가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부동산 중개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대형 상업용 건물의 조감도는 장당 200만 원 정도에 세 네장 정도 필요하고, 작업에 수십 시간은 걸린다. 반면 플랜바이 스튜디오로 생성한 이미지는 장당 1000원 미만이다. 정밀하게 설정하려면 명령어를 잘 짜야하지만, 적당한 수준이라면 반복 작업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CBRE같은 경우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부동산 매물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서비스를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올해 1월 열린 CES2025에도 참가해 미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알렸다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올해 1월 열린 CES2025에도 참가해 미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기술을 알렸다 / 출처=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올해 5월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1월 소비자가전박람회(CES), 6월 미국 AIA 건축 콘퍼런스 및 박람회 등에 참여하며 미국 부동산 업계 및 건설 기업 등에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로는 경쟁사가 있는데 기업마다 기술력이나 특색 등이 다르다. 수요 기업들도 다각적으로 접근해 기업을 선택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다른 AI보다 건축 쪽 특화와 사용성을 강조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WS 정글 프로그램,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도움으로 성장해

지난해 플랜바이테크놀로지스는 우수 기술 및 인력을 보유한 신산업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에 선정돼 3년 간 최대 15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상황이며, 올해 5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글로벌 협력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선정 기업은 사업화 자금 최대 2억 원과 AWS 클라우드 크레딧,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문가 세미나 및 심층 컨설팅, 글로벌 네트워킹 및 투자유치 등의 지원을 받는다. 노현섭 대표는 “AWS의 클라우드는 AI, SaaS쪽에서 강세고, 우리 서비스 자체가 AI SaaS다보니 신청하게 됐다. 현재 서비스 동작, 데이터 관리 등에 필요한 백엔드 서버에 AWS 인프라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AWS에서 우리 AI 엔진을 활용해 다각적으로 사업에 접근해 보자는 제안도 했다”라며 지원 내역을 밝혔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 역시 법률 상담이나 해외 진출 관련과 관련해 여러 전문가들과의 면담, 네트워킹을 주선했다. 또한 시장 동향 등과 관련된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딥테크 팁스 넘어 새 프로젝트 성공까지가 목표


노현섭 대표가 플랜바이 스튜디오 도입 이미지를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노현섭 대표가 플랜바이 스튜디오 도입 이미지를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노현섭 대표의 다음 목표는 새로운 주력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현섭 대표는 “올해 4분기 중으로 플랜바이 스튜디오를 플라나(Plana)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 단위의 계약이 맺어지기 시작했고, 사용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도입 의사를 타진한 기업이 많지만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대규모 도입 사례를 유치하지 못했다. 대기업과의 개념 증명 및 매출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의 활로를 열고, 건축시장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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