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로보틱스 “주사제 자동 조제 로봇으로 병원 업무 환경 혁신할 것” [SBA x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SBA x IT동아 공동기획] 서울특별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창동·성수·동작에 창업허브(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프로그램을 지원해 육성합니다. 2025년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선진국 중심으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의료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이를 감당해야 할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인력 수급 불균형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의료진의 번아웃(정신적 탈진)으로 이어진다. 전자 의무 기록(EMR), 환자 관리 시스템 등 의료계의 디지털 전환은 병원 행정 효율성 개선에 도움을 줬지만 약물 조제와 투여, 수술 등 병원 내 핵심 업무는 여전히 숙련된 의료 인력의 물리적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파마로보틱스가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 설루션으로 의료 업계 어려움 해결에 나서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제청 파마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유제청 파마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파마로보틱스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제 자동 조제 로봇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로보틱스 기반 산업 현장 자동화 콘셉트에 물리 인공지능(Physical AI) 기술을 결합, 병원 업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자동 조제 로봇 도입으로 약물 오투약 및 감염 사고 등을 막고 현장 근무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 강조한다. 파마로보틱스는 어떻게 인공지능, 로보틱스 기술을 병원 환경에 도입하고자 했을까? 유제청 파마로보틱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비효율적인 의료 현장에서 답을 찾다

“대한민국 및 주요 선진국 병원에서는 숙달 인력 부족이 화두입니다. 소프트웨어 자동화는 병원에서도 많이 도입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병원 업무를 자동화해 줄 설루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병원 업무 자동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다 주사제 조제 과정의 어려움, 비효율성을 파악했습니다. 주사제 조제 자동화를 시작으로 병원 업무의 혁신을 위해 파마로보틱스를 창업하게 됐죠.”

유제청 대표는 병원 업무의 비효율성을 파악, 의료 업무 자동화를 목표로 파마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유제청 대표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30년 이상 쌓은 경험을 토대로 ‘주사제 조제’ 장비 개발에 나섰다. 주사제 조제 과정을 자동화하면 간호사는 본연의 업무인 환자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항생제, 항암제 등 핵심 약물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 처방을 받아 조제한다. 하지만 핵심 약물은 액체 상태에서 변질되기 쉽고 물류비용이 많이 들기에 동결 건조된 분말 형태로 공급된다. 분말 형태 약물은 환자에 직접 투여할 수 없으므로 병원은 투약 직전에 약물을 희석하고 혼합하는 재구성 과정을 거친다. 대형 병원은 병동당 하루에 300개~500개 가량 주사제 수요가 발생하는데 약물 제조를 위해 간호 인력이 하루 2시간~3시간 정도 투입된다는 게 유제청 대표의 설명이다.

문제는 약물 제조 과정에서 여러 위험 요소와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사제 조제는 간호사의 주 업무가 아닌 단순 반복 작업이지만 주 업무만큼의 집중도와 숙련도를 요구한다. 주사제 조제 업무에 할당된 시간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환자를 관리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확한 용량의 약물을 혼합해야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은 간호사의 실수를 방지하고 본연의 업무인 환자 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유제청 대표는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을 도입하면 1개 병동(50 병상) 기준 간호사의 조제 관련 업무 시간을 약 90% 절감할 수 있습니다. 대형 병원일수록 업무 효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ㆍ로보틱스’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다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과 유사한 설루션은 시장에 없다는 것이 유제청 대표의 설명이다. 항암제 조제 로봇이 존재하지만 자동이 아니라 약사가 로봇 팔을 직접 조종해 약물을 조제하는 방식이어서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게 이유다. 효율성이 아니라 독성 물질로부터 약사를 보호하는 안전성에 초점을 둔 셈이다. 항암제 조제 로봇은 1개의 약물 조제에 3분~5분 가량 소요되지만 파마로보틱스의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은 수초 내에 약물 조제를 마무리한다는 부분도 차별점이다.

이 외에도 파마로보틱스는 중앙 약제실이 아닌 실제 업무가 이루어지는 병동, 수술실, 중환자실 등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도 운용 가능하도록 소형화했다. 주사제 조제가 필요한 공간에서 즉시 약물 조제를 진행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다.

파마로보틱스가 개발한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 / 출처=파마로보틱스
파마로보틱스가 개발한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 / 출처=파마로보틱스

약물 제조 과정은 간결하지만 체계적이다. 간호사는 바이알(약병) 최대 20개 가량을 기계에 투입한다. 이어 인공지능 로봇은 바이알을 회전시키며 바코드를 스캔한 후 처방전달시스템 데이터와 교차 확인을 거친다. 환자를 위한 약물이 장비에 정확히 삽입되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문제가 없다면 약물 제조가 진행된다. 약물 제조 과정은 타임스탬프와 함께 기록되며 카드 태깅(근거리 인식)을 통해 식별된 특정 간호사 작업자와 연동된다. 최종적으로 환자 정보, 약물명, 용량 등이 주사기에 인쇄된다.

약물 제조는 병원의 약물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약물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조제에 관여하는 모든 일은 인공지능의 몫이다.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 용량이 정확한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로 환자에게 10밀리리터(ml)를 처방하던 약물이 20밀리리터로 처방됐다면 장비 내 화면에 경고를 표시, 간호사가 의사에게 재확인하도록 유도한다.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은 병원 내 처방전달시스템(OCS – Order Communication System)으로부터 직접 처방 데이터를 수신하는 구조다. 핵심은 보안에 민감한 병원 환경을 고려해 단방향 데이터 입력 구조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은 의사가 처방한 데이터를 수신할 뿐, 병원 시스템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는다.

병원 자동화 플랫폼이 목표, ‘전체 병원 업무 20% 자동화’할 것

파마로보틱스는 실력을 인정받으며 국내외 의료기관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싱가포르 의료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고대구로병원과는 개념증명(PoC – Proof of Concept)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국내 의료 현장에서 기술 실증 및 사용자 검증의 발판을 마련했다.

투자 활동도 활발히 진행됐다. 2025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ㆍ전주시와 175억 원 규모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양산 체제 구축 기반을 확보했다. 기업부설연구소와 벤처기업 인증을 마친 2025년 3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DIPS 1000+)와 팁스(TIPS)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이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첨단전략융자사업을 통한 20억 원 규모 연구개발(R&D) 융자 지원으로 기술 개발 재원까지 마련한 상태다.

파마로보틱스는 현재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창업센터 동작의 입주기업이다. 센터는 투자자들과 만남 및 네트워킹 자리를 주선하며 파마로보틱스의 기술력을 알릴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초기 창업 기업을 위한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투자유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도왔다. 유제청 대표는 ““서울창업센터 동작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파마로보틱스의 기술적 부분 외에도 사업 운영, 전략 방향 설정 등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파마로보틱스의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을 널리 알리고 투자자 및 파트너사들에 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 속 파마로보틱스의 고민이 있다. 바로 법적 규제와 제품 양산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의약품 등이 얽혀 있는 '융복합 의료기기'로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다. 우리나라는 주작용이 의약품인 융복합 의료제품은 의약품, 주작용이 의료기기인 융복합 의료제품은 별도로 분류되어 허가심사 절차를 따라야 한다. 절차 과정에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 Good Manufacturing Practice) 평가도 요구된다. 기기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지만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을 양산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 또한 파마로보틱스의 고민이다.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품질을 유지하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엄격한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시설 확보가 필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한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파마로보틱스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기기 개발 및 인허가 경험이 풍부한 구성원을 갖춰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의 세부 규제를 극복 중이다. 제품 양산도 외부 투자와 정부 융자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유제청 파마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유제청 파마로보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파마로보틱스는 지속 성장을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1세대 제품의 의료기기 인허가와 현장 실증사업 구축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완료 후 파트너 병원의 운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선점 도출 및 초기 양산 단계의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병원 데이터와 현장의 개선점(피드백)을 반영한 2세대 제품을 출시, 본격적인 시장 확장에 나서는 것이다. 이어 국내 병원에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한 수준의 중간 규모 양산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파마로보틱스는 주사제 자동조제 로봇을 국내 의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선진국 병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제품군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파마로보틱스는 병원 내 주사제 관련 업무의 모든 주기를 아우르는 통합 설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제청 대표는 “주사제로봇, 수액백 조제로봇, 항암제 조제로봇, 방사성의약품 조제로봇, 주사물류로봇 등 다양한 설루션으로 병원 전체 업무의 약 20%를 무인화하는 데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파마로보틱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 철학인 '사용자 우선(User First)' 기조를 유지하면서 병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자동화 설루션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제청 대표는 “지금까지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파마로보틱스는 아직도 창업 초기와 같은 열정을 품고 있습니다. 다양한 병원 자동화 설루션을 통해 세계적 의료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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